👩‍💻트리거 시티(1/3) - '트리거 시티'란 무엇인가?

네, 문제는 '글로벌'입니다. 케이팝이든 인디펜던트든 (혹은 드라마, 영화, 웹툰 등등 그 어떤 콘텐츠든) '글로벌 진출'은 선택이 아닌 기본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트리거 시티'라는 개념을 흥미롭게 보고 있는데요. 차트매트릭이 2019년부터 밀고 있는 마케팅 전략입니다.

2018년부터 저는 '음악 청취 습관이 차트에서 플레이리스트로 이동하기 때문에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요. 당시 제가 썼던 글은 <음악 차트와 플레이리스트가 경쟁하는 세계>(아웃스탠딩), <음원 차트에서 플레이리스트로>(정책브리핑 공감) 등이 있습니다. 차트 매트릭의 '트리거 시티'는 이 플레이리스트의 중요성을 데이터 기반으로 설명합니다.

'트리거 시티'에 대한 차트매트릭의 글을 총 3회에 걸쳐 번역할 건데요. 2019년의 글이지만, 지금 봐도 좋다고 생각해서 소개드려요. '파트 1: 컨셉', '파트2: 동남아시아', '파트3: 라틴아메리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부 의역하고, 필요에 따라 추가 자료를 첨부했습니다. 

1. 음악의 '트리거 시티' | 스트리밍 인기는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시작된다

스트리밍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곳은 어디일까? 잠깐. 여기서 '어디'라는 말은 스포티파이, 애플,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뜻하는 게 아니다. '지리적'으로 어디인가를 말한다.

그래서 스트리밍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곳은? 북아메리카, 서유럽, 브라질, 북유럽 및/또는 오스트레일리아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는 테크, 로열티 인프라, 모바일 데이터 비용, 스마트폰 사용량, GDP, 사용자당 수익, 시장 침투율, 인구 규모, 저작권 정책 등 수익을 위한 요인들이 포함된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당연히 입소문, 그 빌어먹을 '바이럴'이 잘 되는 곳이다.

어떤 아티스트가 틱톡, 팟캐스트를 시작하거나 혹은 자동 응답 봇(Auto-Reply Bot)을 코딩해 자신의 모든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있는 각 댓글에 개성을 담은 모멘트를 남기는 것(설마 진짜로 누군가가 그렇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음악은 들리는 동시에 보여야 하고, 그래서 우리 음악가들은 유튜버, 인스타그래머, 트위치 스트리머들 뿐 아니라 넷플릭스와 킨들 같은 서비스와도 경쟁한다.

스트리밍 세계에서 스포트라이트는 엄선된 소수에게만 허용된다. 그 찬란한 축복을 받은 자들은 높은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기존 슈퍼스타부터 신흥 아티스트에 이르기까지, 이 게임은 너무 세분화되어 (앨범이 아니라) 개별 곡 단위로 관심이 내려간다.

트랙 단위에서 당신의 순이익은 1인당 더 많은 부를 가진 지역들에 좌우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음원이 어떻게 거기까지 도달했는지다.

플랫폼은 콘텐츠를 원한다. 정확히는 앱에 활성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그들을 이상적인 가입자로 전환시키는 콘텐츠를 원한다. 이런 맥락에서 플랫폼 알고리즘은 전지구적인 위치와 무관하게 고성능 트랙을 상단으로 끌어올린다. 

이전의 음악 소비는 특정 국가의 경제, 문화, 취향, 언어 및 올드 미디어 등으로 요약되었다. 이것은 빠르게 과거의 것이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한 힙스터가 사운드클라우드에서 '공짜로' 어떤 음악을 발견했다고 치자. 이 노래는 1주일 뒤 아이오와에 사는 10대 사용자(이 친구는 스포티파이 패밀리 요금에 가입했을 거다)도 재생할 수 있다. 어쩌면 이런 일이 같은 날 동시에 벌어질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MIDiA의 마크 멀리건은 2017년에 "유튜브와 라틴 아메리카가 세계를 점령하고 있다"라는 글을 썼고, 2018년엔 차트메트릭의 채즈 젠킨스가 "어제의 리포트는 내일의 마케팅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글을 썼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올드한 산업적 지표에 익숙하다. 사실, 문화적으로 정통성이 있는 고맥락 콘텐츠를 전 세계 수백 개의 다른 문화권으로 전파하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글로벌 역학은 생각보다 더 많은 방법론을 요구한다.

우리는 이러한 과대 광고의 기원, 혹은 스트리밍 파동의 시작을 '트리거'라고 부를 것이다.

매년 IFPI는 글로벌 스트리밍 수익을 측정하는데, 여기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는 도시들이 있다. 그 지역의 사회경제적 조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한) 알고리즘은 단지 '재생'에만 신경을 쓴다. 그 도시들이 '트리거'가 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트리거 도시' 중 일부는 스트리밍의 양만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큰 힘을 가지고 오늘의 재생을 내일의 히트곡으로 만들어 낸다.

2018년, 차트메트릭의 파트너 겸 고문인 채즈 젠킨스는 2017년과 2018년 서구 시장에 등장한 40여 명의 아티스트를 독자적으로 조사한 뒤 상위 5개 스포티파이 도시와 10개의 유튜브 도시를 정리했다. 그리고 각 포지션에 점수를 매겼다.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미국과 영국 출신이었고 한국, 라틴, 유럽 출신들이 일부 포함되었다. 

1차 결과는 일부 예술가들이 거의 독점적으로 미국/영국의 결과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반면 대다수 아티스트는 (그들의 출신지가 미국/영국이라고 해도) 그 외의 도시에, 세계적으로 더 넓게 분포되었다.

젠킨스는 특히 라틴 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동남아시아의 '트리거 도시'가 중요하다는 걸 파악했다. 이들 도시는 아티스트의 출신지와 무관하게 신진 아티스트들과 더 빨리 경쟁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트리거 시티'의 참여율은 아티스트의 홈 시장을 포함해 다른 도시로도 더 빨리 전파된다.

미국이나 영국의 소셜 미디어 광고는 CPC(클릭당 비용)가 높지만, 보통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이 비용은 어쩔 수 없이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로 그럴까? 

2. 도시 단위에서 트리거 시티: 스포티파이와 유튜브

트리거 시티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큰 두 개의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을 보자. 1.5M+ 아티스트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우리는 도시별로 고유하지 않은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와 유튜브 조회수를 통합해 그룹으로 묶었다.

1) 스포티파이

2019년 2월 현재 79개 지역에서 서비스하는 스포티파이는 라틴 아메리카와 미국/서유럽 중심의 청취자층을 보여준다. 상위 10개 도시에는 라틴 3개 도시(멕시코, 산티아고, 상파울루), 미국 4개 도시(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뉴욕, 댈러스), 서유럽 3개 도시(런던, 파리, 암스테르담)가 포함된다.

2018년 11월, 스포티파이는 멕시코시티를 '세계 음악 스트리밍의 메카'로 치켜세웠는데, 이것이 바로 그 근거가 될 수 있다. 멕시코시티의 월간 청취자는 1.1B로 독보적인데, 그 다음으로 산티아고가 793B로 2위를 차지하면서 가장 많은 스포티파이 활동을 하는 도시로 드러났다.

(※ '비유니크 월별 청취자'는 28일의 데이터를 매일 기록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의 방식으로 도시별 1주일 간의 청취 데이터를 산출한 값이다. 요약하자면, 실제 사람들이 아닌 '도시의 스트리밍 활동'에 순위를 매기기 위한 러프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11~20개 도시를 보면, 북아메리카(아틀란타, 휴스턴, 토론토, 샌프란시스코), 중남미(부에노스아이레스)와 유럽(암스테르담, 마드리드, 스톡홀름, 오슬로)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자카르타, 케손시티)의 존재야말로 트리거 시티 개념의 힌트를 드러낸다. 

유튜브

스포티파이보다 접근성이 훨씬 높은 유튜브로 눈을 돌리면, 우리는 훨씬 더 과감한 형태의 트리거 시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 한 주 동안 150만 명이 넘는 아티스트의 도시별 YouTube 조회수를 모두 합산하면 멕시코시티가 5130만 명으로 다시 한 번 1위를 차지했지만, 스포티파이와의 유사성은 이게 전부다. 

[도시별 YouTube 조회수는 앞의 Spotify처럼 앱 활동에 대한 프록시 측정이 아니고, 실제로 측정된 결과다.]

방콕은 3,800만 조회수로 2위를 차지했으며 4개의 인도 도시(Lucknow-#4, Patna-#6, Pune-#8 및 Indore-#10)도 유튜브 Top 10에 들었다. 라틴 아메리카의 또 다른 4개 도시(보고타, 산티아고, 리마, 상파울루)가 진입하면서 미국과 서유럽 도시가 밀려났다.

실제로 파리(#15–23M), 시카고(#18–19M), 로스앤젤레스(#19–18M), 런던(#20–18M)은 상위 20개 도시에서 보이고, 그 중 뉴욕이 가장 위에 있다. 나머지는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의 도시들이다.

이때 이 도시 중 대부분이 콘텐츠에 의해 다소 고립되었다고 보는 건 정당하다: 예를 들어 Lil Nas X의 트랙이 방콕에서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키거나 J Balvin 트랙이 인도 Lucknow에서 강력하게 재생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액세스만으로는 언어나 태도 같은 현지에서 선호되는 문화적 특징을 즉시 지우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의미 있게'란 결국 무엇인가? 순전히 인구 규모 또는 1인당 스트리밍 활동이 많기 때문에, 한 명의 서양 아티스트가 마케팅 비용을 모두 쏟아부어야 하는 유명 도시의 스트리밍 활동보다 이렇게 덜 알려진 트리거 시티 중 하나에 비용을 쓰는 게 더 가치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방콕에서는 지난 주 YouTube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160만 번 조회한 반면, NYC에서는 최대 조회수가 258,000번 기록되었다. (위 차트 참조)

서양 아티스트의 매니저라면, 지난 주에 뉴요커를 타겟팅한 YouTube 광고에 더 많은 돈을 썼을 가능성이 있는데 만약 방콕에서 광고를 했다면 1/6 정도의 훨씬 낮은 광고 비용으로 뉴욕만큼 재생수를 얻었을 것이다. 

Top 10 YouTube Max Daily Views 차트 중 8개 도시가 포함된 인도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한 스트리밍 파워를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싱글 아티스트에게 준비된 YouTube의 성장은 날이 갈수록 명백해진다. 인도의 YouTube 채널 T-Series가 전 YouTube 구독자 왕을 꺾은 것이 놀랍지 않은가?

3. 트랙 단위에서의 트리거 시티(Trigger Cities at the Track-Level)

이제는 트랙 단위에서 트리거 시티를 설명할 것이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라우브(Lauv)의 예를 들어보자. 그는 뉴욕 대학에서 음악 비즈니스를 전공한 인물이자, 현재 25억 개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한 팝 스타이자 싱어송라이터다. 

그는 독립 아티스트로 2017년 5월에 "I Like Me Better"를 발매해 히트했다. 이 곡은 소수의 에픽 레벨의 아티스트들이 안락하게 차지하고 있는 '투데이 톱 히트'의 데뷔도 없이 인기를 끌었다. 이 트랙은 오히려 훨씬 더 유기적인 (그리고 알고리즘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되었다. 이런 신인 아티스트의 멋진 팝송이야말로, 트리거 시티의 개념이 실제로 작동한 사례다. 

출시일(5월 19일) 이후 첫 달의 Spotify 편집 플레이리스트를 살펴보면 플레이리스트 계층의 상향 이동은 다음과 같다.

그로부터 1년이 조금 넘은 2018년 8월 18일, 라우브의 "I Like Me Better"는 마침내 Spotify에서 6번째로 많이 팔로잉된 플레이리스트(8M)이자 가장 많이 재생된 컨텍스트 기반 플레이리스트인 "Songs to Sing in the Car"에 포함된다. 이 플레이리스트는 100개 트랙의 개인 맞춤형 플레이리스트로, 본질적으로 스트리밍 플랫폼에서의 '명예의 전당'이라 부를 수 있다. 

독립 음악의 여정을 마무리하기에 나쁘지 않은 곳이다. 

4. 문화적 맥락 = 혼란 + 기회

"I Like Me Better"가 변칙적이고 괴상한 케이스일까? 아마도 트리거 시티라는 개념은 1) 매우 재능 있는 아티스트 2) 여전히 대중적 명성을 쌓고 있는 3) 훌륭한 트랙을 가진 4) "유기적인" 알고리즘 배포 전략이 주어진 경우에만 작동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지 모른다. 당신은 이 조합이 이미 희귀한 게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다. Cardy B와 Drake는 그런 전략이 필요없기도 하고, 이미 신인 아티스트도 아니다. 하지만 라우브와 같은 플레이리스트의 진화가 벌어지면, 이전에 관찰하고 집계한 도시별 스트리밍 통계는 무시하기 어려워진다.

장르의 영향도 크다: 스페인어로 된 라틴 히트곡은 확실히 라틴 아메리카에서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미국으로 넘어갈까? 보수적인 동남아에서도 강렬한 랩 히트작이 통할까? 가사 없는 음악을 하는 EDM 인싸(banger)가 국제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을까? 이런 질문이 제대로 검증되려면 더 엄격하면서도 데이터 과학에 집중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바로 이거다. 이들은 누구인가? 

월간 청취자 및 조회수와 같은 글로벌 통계의 불행한 부작용이란, 바로 숫자가 숫자에 불과하며 비즈니스 관점에서 당연히 그 숫자가 증가하기를 바라는 것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문화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음악의 다양한 문화적 맥락들을 매우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예를 들면, 홋카이도 대학의 유키 마사키는 계간지 <Social Psychology>에 기고한 소논문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동아시아에는 「사회 정체성 이론」이 존재하는데, 이것은 서구의 집단간 구조와 반대되는, 매우 의식적이고, 잘 정의된 「동아시아 내부의 집단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그는 서양인들이 특정 집단(예: 힙스터, 펑크, 재즈 애호가)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과 다른 그룹이 상호 교환될 수 있는 것으로 여기며 그들의 지위를 오직 다른 그룹과 비교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엔싱크의 팬이고 다른 팬들과 함께 콘서트에 가는 걸 좋아해. 근데 왜 우리가 Backstreet Boys를 들어야 해?" 

반면, 동아시아인은 스스로를 특정 그룹(예: K-pop 팬덤)의 일부로 정체화하고, 자신을 그룹 내의 명확한 계층 구조에 존재하는 고유한 노드로 간주하면서 다른 그룹에는 신경을 덜 쓴다고 결론짓는다. "내 최애는 범석이고, 내 팬 활동은 아직 1년도 안 됐어... 도현이가 최애인 효주와 친해져야겠어, 그는 단톡방에서 가장 경험 많은 팬이자 항상 최신 소식을 찾아주니까. 새로 가입한 지혜도 챙겨주면 효주도 나한테 좋은 인상을 가지겠지. 다른 팬클럽에도 가입해야할 것 같지만, 지금은 신경 쓰지 말자...”

이러한 문화적 맥락은 트리거 시티가 음악을 스트리밍하고 공유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에도 중요하다. 우리는 국가나 도시 단위가 음악 산업에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트리거 시티라는 개념을 더 깊이 파고들 것이다. 글로벌 관점에서 우리는 잠재적인 팬들에게 더 의미 있는 방식으로 적절한 음악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런 방식이 아티스트에게 더 많은 수익을 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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