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메일이 한 통 왔다. 엔터문화연구소를 2026 타이베이 뮤직 엑스포(TMEX)의 델리게이트로 초청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8월 26일부터 31일까지 타이베이에 다녀왔다.
TMEX는 타이베이 뮤직센터와 타이베이시 문화국이 여는 음악 산업 행사다. 8월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 동안 국제 포럼과 1:1 비즈니스 매칭, 브랜드 전시가 열렸고, 주말에는 아시아 음악 페스티벌 잼잼아시아(JAM JAM ASIA)가 이어졌다. 올해 슬로건은 "Tune in to Taiwan. Sync with Asia."였다. 주최측이 밝힌 바로는 나흘 동안 9만 명 넘게 다녀갔고, 국내외 음악 브랜드 85곳과 해외 산업 관계자 130여 명이 참여했으며, 1:1 미팅이 500회 넘게 열렸다.
포럼은 첫날인 27일에 몰려 있었다. 그 중 3개 세션이 특히 재밌었다. 오전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제작진 키노트, 오후의 로컬 뮤지션 글로벌 마케팅 패널, 저녁의 글로벌 페스티벌 큐레이션 패널이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대만, 한국에서 온 관계자들이 각자의 경험에서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8월 27일 오전 10시 타이베이 뮤직센터 SUB에서 열린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보는 아시아태평양 음악산업의 다음 걸음"(원제 從[KPOP獵魔女團]看亞太音樂產業的下一步)을 정리한다. 사전 공지에는 연사들이 현장에 온다고 돼 있었지만 태풍 때문에 무대에는 모더레이터 캐슬린 처(Cathleen Cher) 한 사람만 앉았다. 감독 매기 강(Maggie Kang)과 프로듀서 미셸 웡(Michelle L.M. Wong)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더블랙레이블(THEBLACKLABEL) 송라이터 대니 정(Danny Chung)은 태국에서 접속했다. 영어로 진행된 세션은 100분 가까이 이어졌다.
목차 🎙매기 강, 미셸 웡, 대니 정이 처음 밝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제작 과정
1️⃣ 주방에는 요리사가 너무 많았다
2️⃣ 처음에 "Golden"은 불필요한 노래라고 생각했다
3️⃣ 아시아 문화권 사람들은 모두가 깐깐한 비평가들이잖아요?
4️⃣ 그냥, 맞는 사람을 찾으면 돼요
5️⃣ [케데헌]은 하지 말라는 것들로 채워진 영화다
6️⃣ 질의응답: 최대한 많이 녹음하고 하나는 걸리길 바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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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왜 성공했는지는 여러 번 정리됐지만, 곡 하나가 영화에 들어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날 세션이 재밌었다. 여러 숫자와 함께 글로벌 탑 티어 기업의 협업 구조도 엿볼 수 있었다. 최소 8개의 부서가 1년 정도 협업 방식을 정리했고, "Golden"에 동시에 붙은 작곡팀은 넷, "구구 가가"의 녹음은 무려 98테이크를 거쳤다.
1️⃣ 주방에는 요리사가 너무 많았다
캐슬린 처는 프로듀서들이 애니메이션 뮤지컬을 꺼린다는 얘기를 꺼내며 미셸 웡에게 왜 애니메이션 제작이 그렇게 복잡한지 물었다. 미셸 웡은 이야기를 노래로 하기 때문에 스토리가 먼저 서야 하고, 스토리가 대사를, 대사가 곡을, 곡이 성우 녹음과 애니메이션을 정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은 완성 두세 달 전까지 스토리를 고친다. 그는 그때 벌어지는 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데모를 듣고 가사는 좋은데, 이제 이 장면이 우리가 원하는 만큼 감정적이지 않게 된 거예요. 그러면 곡이 그렇게 느릴 수 없고 템포도 생각만큼 가볍지 않게 느껴지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가사를 바꾸고 곡의 사운드도 바꾸고, 그러면 이게 파이프라인 전체에 또 다른 변화를 일으켜요. 아마 최소 8개 부서가 큰 변화를 겪어야 될 거예요."
매기 강은 옆에서 연쇄 반응이라고 거들었다.
미셸 웡은 [비보]와도 비교했다. [비보]는 린마누엘 미란다 한 사람이 이야기와 곡을 쓴 순수 뮤지컬이라 목소리가 하나만 있으면 됐다. 케데헌은 아니었다. 세계 곳곳의 팝 작곡가들과 공동으로 곡을 만드는 복잡한 팝 뮤지컬이었고, 미셸 웡은 이 둘이 100% 다른 일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팝 산업의 아티스트와 작사가, 프로듀서는 뮤지컬 작곡가만큼 곡을 고치지 않는다. 그는 웃으며 덧붙였다.
"대니와 더블랙레이블이 곡 하나에 3년을 써 본 적은 없을 거예요."
대니 정은 이 패널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케데헌 곡을 만들던 때도 지금처럼 화면 여러 개로 나뉘어 접속한 모습이었다고 했다. 여러 화면과 여러 도시, 여러 시간대에 걸친 온라인 콜에서 하나의 곡이 나왔는데, 그때처럼 세 사람이 이렇게 모인 것은 [케데헌] 이후 처음이었다. 대니 정은 넷플릭스 공식 매체 투둠(Tudum)의 "Golden" 제작기에서 그 주간 화상 회의가 코로나 시기에 시작됐다고도 말했다.

더블랙레이블은 평소 스튜디오에서 회사 사람들끼리 곡을 만든다. 캐슬린 처가 뮤지컬처럼 '음악이 최종 결과물이 아닌 작업'이 얼마나 낯설었는지 묻자 대니 정은 콜마다 의견을 내는 사람이 많은 상황부터 꺼냈다.
"더 나은 표현을 못 찾아서 그런데 말이죠, 저희는 주방에 요리사가 너무 많은 상황에 익숙하지 않았어요. 곡 작업을 막 시작했을 때에는 그냥 스튜디오의 또 다른 하루라고 생각하면 될 줄 알았죠. (웃음)"
대니 정은 대본도 아닌 짧은 음악 방향을 받았고, 최종 곡은 그런 결로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곧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양쪽 다 화가 났던 순간이 있었고, 그는 중간에서 양쪽으로 당겨졌다. 이걸 꼭 해야 하나 싶은 때도 있었다. 이 마찰은 영화 공개 후에 이미 알려진 얘기다. 매기 강은 카툰 브루 인터뷰에서 일부 송라이터가 팝 업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일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했는데, 이재(EJAE)의 데모가 영화의 제작 승인을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도 말했다. 이날 패널 토론에서는 그 마찰이 얼마나 길었는지 알 수 있었다. 대니 정이 말하는 사이 미셸 웡이 가볍게 끼어들었다.
"프로세스가 잡히는 데 1년이 걸렸어요."
대니 정도 그렇다고 받았다. 그러자 매기 강이 대니 정에게 직접 물었다.
"얼마나 많이 반복할 지 알고 있었어요? (웃음) 그게 여러분에게 전달됐을까요?"
대니 정의 답은 이랬다.
"아니요. (웃음) 음악에도 수정은 있어요. 그래도 같은 길 위에서 하는 수정이죠. 동시에 맞물려야 하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고, 심지어 8개 부서가 한 페이지에 모여야 하는 일도 없죠. (웃음)"
그가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은 뮤지컬 영화에서 음악의 역할이었다. 뮤지컬 영화에는 거의 틀이 잡힌 이야기와 인물이 있다. 그런데 음악은 그걸 보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이야기를 끌고 가서 다음 장면, 다음 막으로 넘기는 역할을 맡는다고 대니 정은 말했다.
2️⃣ 처음에 "Golden"은 불필요한 노래라고 생각했다
가장 많이 바뀐 곡을 묻자 매기 강은 "Golden"을 꼽았다. 이 이야기에는 곡이 짚어야 할 지점이 많았다. 세 멤버의 사연을 살짝 비추고, 헌트릭스라는 그룹에서의 소속감도 보여주고, 주인공 루미가 원하는 것도 드러내야 했다. 디즈니 공주 영화마다 나오는, 주인공의 바람을 노래하는 곡처럼 말이다. 사실 매기 강은 처음엔 '우리는 공주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니 그런 곡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공주 영화를 만들고 있었다며 웃었다.
"그리고, 저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고 노래방을 다니며 자랐어요. 문화적으로 우리 아시아 사람들은 늘 노래하고 싶어 하잖아요. 노래방에서 고음을 낼 수 있는, 부르면서 뿌듯해지는 그런 곡이 되길 바랐어요."

공동감독 크리스 아펠한스(Chris Appelhans)와는 곡의 승인 기준을 정하기도 했다. 바로 '듣다가 가슴이 설레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전까지는 어떤 곡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Golden"은 영화에서 가장 늦게 확정된 곡이 됐다. 루미가 거울 앞에서 노래하는 장면도 막판까지 작업한 애니메이션 장면이 됐다. 매기 강은 그 곡을 확정한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공항 가는 차 안이었는데 총괄 음악 프로듀서 이안 아이젠드래스(Ian Eisendrath)에게 연락이 왔어요. '매기, 이 곡 지금 당장 들어야 해요. 차 안인 거 아는데 지금 들어야 해요'라고 했어요. 도입부의 그 작은 떨림을 듣자마자 '바로 이 노래'라는 걸 알았어요. 고조되는 부분에 이르니 눈물이 났고요."
이어서 미셸 웡이 대니도 모를 거라며 한 가지 사실을 꺼냈다.
"그때 저희가 요청한 작곡 팀은 넷이었어요. 'Golden'에 네 팀을 다 붙였고 다들 초안을 보내왔죠. 그런데 꽤 빨리 더블랙레이블로 정해졌어요."
미셸 웡이 꺼낸 이 얘기는 투둠 제작기에도 나오지 않는다. 거기서 대니 정은 "Golden"이 가장 마지막에 확정된 곡이고 지금 모양에 닿기 전까지 5~6개 버전이 나왔다고만 했다. 매기 강은 더블랙레이블에 맡긴 곡이 아주 많았고, 사운드트랙 앨범에서 차트 상위에 오른 곡은 전부 더블랙레이블이 맡은 곡이라고도 했다. "Golden"은 빌보드 핫 100에서 8주 1위를 했고, 빌보드 글로벌 200에서는 통산 18주 1위로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투둠).
3️⃣ 아시아 문화권 사람들은 모두가 깐깐한 비평가들이잖아요?
대니 정은 매주 온라인 미팅이 있었고 제작진이 직접 더블랙레이블 스튜디오에도 왔다며, 덕분에 곡을 주고받는 클라이언트 이상의 관계가 됐다고 말했다. 매기 강은 한국 레이블과 일한 이유를 댔다.
"미국에서 만들었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한국적인 것들이에요. 그래서 한국인이 참여하는 게 저한테는 중요했는데, 음악이야말로 이 영화의 영혼 같은 것이라 한국 팀과 작업하는 게 필수였어요."
"Golden"을 함께 쓴 더블랙레이블의 프로듀서팀 IDO는 이유한(YUHAN), 곽중규(ZHUN), 남희동(NHD) 세 사람이다. 이들은 올해 2월 버라이어티 인터뷰에서 작업 순서를 밝혔다. 제작진은 BPM 100~120의 드럼 루프부터 원했고, A5 고음은 감독이 콕 집어 요구한 것이었다는 얘기였다. IDO는 자신들이 케이팝 출신이라 영화 음악의 경험이 많지 않았는데, 이안 아이젠드래스가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즈의 사운드 방향을 잡아 줬다고 했다.
캐슬린 처가 한국 팀의 의견 때문에 처음 생각이 바뀐 적이 있는지 물었다. 매기 강은 방향을 틀 만한 일은 없었다고 답했다. 대신 한국인 참여자들이 아이디어를 보탤 때마다 영화가 더 한국적으로 깊어졌고, 이를 '진정성 눈덩이'라고 불렀다. 자기도 잊고 있던 것을 팀원이 언급해서 넣은 일도 있었고, 회의실에서는 한국어 단어 몇 개가 아예 일상 어휘가 되기도 했다. 그는 감독으로서 받은 부담도 털어놨다.
"솔직히 아시아 문화권 사람들은 다 엄청 깐깐한 비평가잖아요. 영화 한 편에 한국을 그렇게 많이 담아야 한다는 게 큰 부담이었어요. 그냥 힘들었어요."
그는 한국 사람들이 이 영화를 자기 문화를 제대로 재현한 결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전세계도 이 영화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봤다. 해당 문화권에서 먼저 지지 받지 못하면 영화가 갈 곳이 없다는 뜻이다.
미셸 웡은 제작 기간 내내 겪은 일을 꺼냈다.
"저희는 영화를 바꾸려는 누군가, 무언가와 계속 싸웠어요. 아시아인과 한국인 특유의 성격은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으니 덜어내라고 했죠."
노래 잘하는 배우 한 명에게 대사와 노래를 다 맡기자는 제안도 있었다. 팀은 그 모든 제안을 막아냈다. 대니 정도 마찬가지였다. 더블랙레이블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바로 그 '케이팝'을 책임지고 있었다. 편곡과 프로덕션을 반복해서 고쳐도 '케이팝다움'이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에서 케이팝은 100% 케이팝으로 남아야 했고, 영화는 100% 영화로 남아야 했어요. 그래서 결국 200%가 됐죠."
미셸 웡은 음악에 대한 얘기를 더했다. 누구나 음악에 대한 의견이 있어서, 왜 이 곡은 저 곡처럼 안 들리느냐는 말이 계속 나왔다. 그때마다 그게 아니라, 우리는 '이야기'를 만드는 거라고 답했다.
4️⃣ 그냥, 맞는 사람을 찾으면 돼요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모더레이터인 캐슬린 처도 캐스팅에 큰 역할을 했다. 대니 정이 가수 오드리 누나(Audrey Nuna)를 추천했고, 제이디드(캐슬린 처가 운영하는 매니지먼트 회사)는 SXSW에서 오드리 누나가 출연하는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2024년 3월 이틀 동안 40팀 넘게 무대에 선 "FRIENDS: FOREVER"였다. 소니 쪽 임원진이 이 쇼케이스를 보러 오스틴에 왔다. 캐슬린 처는 이렇게 말했다.
"나중에 소니 쪽에서 연락이 왔어요. 헌트릭스 목소리 하나를 캐스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한국어와 영어로 노래와 랩을 유창하게 하는 여성 아티스트가 필요하다고요."
캐슬린 처는 오드리 누나와 함께 레이 아미(REI AMI)를 추천했고 둘 다 캐스팅 됐다.
매기 강은 캐스팅이 늦게 이뤄졌다고 했다. 애니메이션은 보통 일찌감치 배우를 정하고 그 목소리에 맞춰 대사와 인물을 다듬는데, [케데헌]은 그러지 못했다. 대신 임시 목소리로 장면을 구성했는데, 2년 남짓 세 캐릭터의 임시 목소리는 매기 강 본인이 맡았다.
그런데 그 덕에 각 인물이 어떤 목소리를 가져야 할 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한 사람이 세 목소리를 내다 보니 확실하게 구분되어야 했고, 그래서 어느 정도 전형적인 성격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신 세 사람을 슈퍼히어로지만 현실에 발 딛은 여성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실제로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 오디션에서 수백 명을 만났고, 그 중엔 대본을 서너 번씩 읽은 사람도 있었다. 이안 아이젠드래스는 수백 명의 노래를 듣고 추렸다. 노래 목소리는 대사 배우가 정해진 뒤에 골랐기 때문에 캐릭터마다 비슷한 결을 찾기가 오히려 쉬웠다. 매기 강은 이렇게 덧붙였다.
"할리우드에서는 늘 빅네임이 있어야 한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아니에요. 그냥, 맞는 사람을 찾으면 돼요."
제작진은 다양한 의견에도 열려 있었다. 덕분에 대니 정은 자기도 목소리 후보를 제안할 수 있었다. 베이비 사자 후보도 추천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저더러 직접 해볼 수 있겠냐고 묻더라고요. 정말 뜻밖이었어요."
매기 강은 아기인데 저음의 목소리를 원했고, 누가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대니가 바로 거기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미셸 웡은 대니 정이 예전에 보이 그룹 활동을 했다는 걸 언급했다.
국경을 넘는 협업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매기 강은 시차를 언급하면서, 음악 하는 사람들은 새벽 1시부터 6시까지 일하기 때문에 오히려 시차가 맞았다고 농담을 했다. 미셸 웡은 인내심을 꼽았다. 상대가 하는 말을 끝까지 이해하려는 끈기.
캐슬린 처는 대니 정에게 케이팝과 협업하려는 서구 프로듀서와 작가들의 관심이 진심인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대니 정은 진심도 있고 편승도 있다고 답했다. 자신은 H.O.T. 때부터 케이팝 팬이었고 10년 넘게 업계에서 일했는데, 지금 돌아가는 방식을 이렇게 묘사했다.
"글로벌 음악 산업에서 케이팝 쪽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도 어려워요. 송라이팅이든 프로듀싱이든 기회로 보면 지금 가장 큰 일이 바로 거기서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처음에 다른 의도로 들어와도 일을 해보면 이 음악에 나름의 예술과 문화가 있다는 걸 알게 돼 관점이 바뀐다고 했다.
5️⃣ [케데헌]은 하지 말라는 것들로 채워진 영화다
캐슬린 처는 서구 엔터 업계가 성공한 것을 반복하려는 버릇이 있다며 농담부터 던졌다.
"마블 팬들한테 욕먹겠지만, 스파이더맨 영화를 대체 몇 편이나 만들 수 있겠어요?"
그리고 질문을 바꿨다.
"업계가 물어야 할 질문은 '다음 케데헌을 어떻게 만들까'가 아니라 '이 영화의 성공이 드러낸, 업계가 그동안 이해하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예요."
미셸 웡이 먼저 답했다.
"스튜디오가 오리지널 영화를 안 만드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리스크일 거예요. 결국 다 돈 문제죠. 그러니 스튜디오에 더 리스크를 지라고 요구하는 게 맨 첫 번째 할 일이예요."
매기 강은 여러 회사에서 들은 거절의 목록을 댔다.
"'여성 이야기는 원하지 않는다', '슈퍼히어로 영화는 그쪽 전문가들이 잡고 있으니 더 원하지 않는다', '뮤지컬은 원하지 않는다', '러브스토리도 원하지 않는다', '전원 아시아인 캐스트는 원하지 않는다' 같은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 영화는 절대 하면 안 된다던 그걸로 채웠어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식 이미지 / 넷플릭스 투둠](https://cdn.maily.so/du/draft.briefing/202610/1791761832487398.png)
매기 강은 크리스 아펠한스의 말을 옮겼다. 전세계가 50년 동안 할리우드 서부극을 즐겼지만 다들 와이오밍 목장에 가 본 적도 없었다고 말이다. 지금도 주변 친구들이 그런 이유로 개발 단계를 못 넘기고 있다고도 했다.
대니 정은 제목에 대해 얘기했다. 케이팝이라는 말이 들어간 제목에 반발이 많았는데, [닌자 거북이]의 원제가 'Teenage Mutant Ninja Turtles'라는 걸 다들 잊고 있다는 말이었다. 무엇인지 그대로 말하는 정직한 제목은 리스크가 아니란 말이다.
캐슬린 처는 케이팝이 지금 같은 위상이 아니었어도 이 영화가 성공했겠느냐고 물었다. 미셸 웡의 답은 짧았다.
"제가 보기엔 그냥 좋은 음악이에요. 네, 케이팝이죠. 그런데 정말 좋은 음악이에요."
매기 강은 케이팝을 '한국 사람이 만들고 한국 인재가 부르는 한국 팝 음악'으로 정의하면서도, 이 성공을 케이팝 덕이라고 하는 건 틀렸다고 했다. 대니 정은 이 영화에 푹 빠진 어린아이들을 얘기하며, 그들은 케이팝이 뭔지도 모른 채 음악과 캐릭터와 이야기에 빠졌을 거라고 말했다.
"그 아이들에게 케이팝은 그냥 음악이에요."
6️⃣ 질의응답: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새로운 영역
청중 질문은 여덟 개가 나왔다. 그 중 몇 개는 함께 생각해볼 지점이 있어서 소개한다.

베이비 사자 연기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대니 정은 정작 노래는 한 줄 뿐이었지만, 98개 테이크를 녹음했다고 말했다. 매기 강 감독은 그 숫자에 놀랐지만, 두 번째 트랙에서 바로 결정했다. 대니 정은 이메일로 장면에 대한 설명을 전달 받았는데, 거기엔 '보이그룹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핫소스를 마시고 베이비 사자가 "구구 가가"라고 한다'고만 적혀 있었다.
"장면 설명을 읽어도 저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었어요. '구구 가가'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최대한 많이 녹음했을 뿐이죠." 녹음은 방콕에서 했다.
호주에서 왔다는 청중은 공연과 굿즈까지 아우르는 초대형 IP가 된 [케데헌]의 속편에 감독이 얼마나 관여하고 있는지 물었다. 매기 강의 답은 이랬다.
"아주 깊이 관여하고 있어요. 크리스와 속편 작업을 하고 있는데, 지금은 IP 개발에 시간을 좀 쓰고 있어요. 크리에이티브는 가능한 한 저희가 통제하고 있어요. 넷플릭스도 같이 하는 걸 반기고 있고요.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크리에이터가 이만큼 IP에 관여하는 건 새로운 영역이에요."
미국 매체 데드라인에 따르면 케데헌은 올해 5월까지 넷플릭스에서 5억 4,000만 회 넘게 시청됐고, 지난해 8월 23~24일 극장에서 연 싱어롱 상영은 약 1,900만 달러(약 262억 원)를 벌어 넷플릭스 작품으로는 처음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와 소니는 올해 3월 12일 속편을 확정했고, 넷플릭스는 이때 매기 강, 크리스 아펠한스와 다년 계약을 맺었다. 속편은 2029년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매기 강은 프랜차이즈에 대해 완전한 통제를 원한다고도 말했다.
대니 정에게 더블랙레이블의 A&R로서 케이팝의 경계나 정의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는 5년 전쯤엔 한 곡 안에서 장르가 계속 바뀌는 편곡을 케이팝 프로덕션의 특징으로 꼽곤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말하기 어렵고, 곡에서 한국어를 쓰는 비중도 줄었기 때문에 정의하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다만 힙합이 50년 동안 계속 변했듯 케이팝도 그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젊은 장르이기 때문에 케이팝의 정의를 묻는 것보다 굳이 정의할 필요는 없을 거라는 답변이었다.
마지막으로 영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지금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이 있었고, 캐슬린 처가 답했다. 오드리 누나와 레이 아미는 영화 출연 전부터 케이팝이 아닌 음악을 하던 인디펜던트 아티스트였고, 이 영화로 훨씬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뒤에도 각자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오드리 누나는 최근 신곡을 냈고 레이 아미는 새 앨범을 작업 중이다. 사자 보이즈의 노래를 맡은 케빈 우(Kevin Woo)도 자신의 음악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 대니 정은 케빈 우를 제외한, 사자 보이즈 목소리를 맡은 사람들 모두 송라이터이자 직접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라며, 이들의 음악도 들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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