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레터#46 | 오랫동안 노래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 시와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요즘입니다. 봄이 되어서인지 늘 졸리고, 배가 고파요. (응?) 구독자님도 그런가요?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얼마 전, 밤에도 일하는 사람들의 문제는 크게 두 개로 나눌 수 있다고 얘기했어요. 하나는 '마음의 문제'로, 불안이나 긴장, 혹은 막막함 같은 것들이요. 또 하나는 '레퍼런스의 문제'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없다는 것.

저는 <밤레터>로 이런 문제들을 조금씩 해결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지난 주부터 장재열 작가의 글을 격주로 연재하기로 했고, 이번 주부터는 크리에이터/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직접 전해보려고 합니다.

첫 순서는 시와의 글이에요. 15년 간 노래하면서 소속사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하던 그가 '노래 속의 대화'라는 공연을 기획하고 운영하게 된 이야기를 보내왔습니다. 함께 읽어요.

저는 시와의 음악을 2007년 겨울에 처음 들었어요. 신촌 향음악사에서 데뷔 EP를 사서 며칠을 내내 들었던 기억. 그리고 2008년 1월, 연재하던 매체에 이 음악에 대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썼어요. 거의 15년 전의 일이네요. 얼마 전 발표한 "다녀왔습니다"를 들으면서 그때 생각이 났습니다. 오늘의 첫 곡이에요.

들어본 적 있나요 ‘노래 속의 대화’ | 시와

‘시와’로 노래한 지 15년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큰 부침 없이 꾸준히 활동해온 것 같아요. 크게 부상한 일도 크게 가라앉은 일도 없이. 

그러니 담담히 지내왔다면 좋았겠지만, 어떤 때는 ‘이거면 됐지’ 하다가 또 어떤 때는 ‘이대로 괜찮을까’ 불안하기도 했어요. 만족스러울 때조차도 '만족해도 괜찮을까?' 생각해버리고 마는 순간을 반복하며 시작한 고민입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묻기 전에는 모르겠더라고요. 짐작으로 결론을 내리고 싶지도 않았어요. 직접 묻고 들은 대답은, ‘시와가 나에게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 ‘노래가 내 얘기인 것 같아’

그래? 그럼 진짜로 노래로 대화해볼까. 

그렇게 시작한 공연 ‘당신을 위한 진짜 작은 콘서트, 노래 속의 대화’(줄여서 ‘노래 속의 대화’)의 핵심은 ‘만남’이에요. 만남에 대화가 따라오는 거죠. 저와 관객이 만나요. 

저는 주로 듣습니다. 관객이 요즘 어떤 마음으로 지내는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저는 노래로 반응해요. 우리의 대화는 말하기-듣기-노래하기로 이루어집니다. 대화가 끊길까 어색한 순간을 노래로 이을 수 있고요. 

제가 노래하는 동안 관객은 무언의 이야기를 제게 들려주기도 해요. 그저 침묵 그대로 대화인 순간도 생겨요. 가까이 마주 보고 만나면요,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함께할 수 있더라고요.

어떤 공연인지 상상이 가나요. 

음악가로서 평소의 공연이라면 그 시간을 이끄느라 노래로 전하는 것도 포함해 ‘말’이 많지만, 개인의 삶으로 돌아오면 말하기보다 듣는 시간이 많은 편이에요. 그런 제 모습을 반영한 이 공연 ‘노래 속의 대화’는 여러 면에서 '시와'이기에 할 수 있는 공연이에요. 다른 음악가가 이것을 시도한다면 저와는 또 다르겠죠. 실은 우리는 모두 다 다른 개별적인 존재니까요. 

교과서 같은 이야기로 마무리하게 되긴 했지만 이게 다, 간단히 마무리하며 다음 글을 궁금하게 하고 싶은 제 마음의 반영입니다. 하하. 이어서 더 자세히 이야기할 기회가 돌아오길 기다리면서 이만 마칠게요. 또 만나요. 고맙습니다! | 시와

제가 배운 것: '질문'과 '대화'

저는 시와의 글에서 두 가지가 인상적이었어요.

1) 고민의 힌트를 사람들에게 '질문'하면서 찾았다

2) 그렇게 기획한 공연의 핵심을 '대화'로 설정했다  

저는 질문이야말로 가장 좋은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이걸 '고객 중심의 사고 방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매우 용기 있는 일이거든요. 그렇게 보면, 내 문제를 공유하고 의견을 구한다는 일 자체만으로도 절반은 해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또 하나는 대화죠. 콘서트 뿐 아니라 어떤 행사의 구성은 보통 주체->관객으로 일방적인 방향으로 설정되요. 반면 대화는 서로 말하는 것, 혹은 보통은 준비한 쪽이 주로 듣는 역할을 맡을 때 가능해지죠.

저 역시 시와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고(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그걸 풀기 위해서 뉴스레터도 하고 글도 쓰고 사람들도 만나요. 그래서 시와의 이야기가 제게도 도움이 되었어요. 구독자님에게도 그렇다면 좋겠어요.

오늘의 두번째 곡은 수상한 커튼입니다. 2011년 무렵부터 즐겨 듣는 싱어송라이터에요. 이번 곡도 따뜻하고 편안합니다. 게다가 뮤직비디오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귀여운 강아지 츄이가 나와요. 계속 좋은 음악을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구독자님.
시와의 ‘당신을 위한 진짜 작은 콘서트, 노래 속의 대화’가 궁금하다면 아래 페이지에서 신청을 해보셔도 좋아요. 다음 달 5월 중 다시 공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시와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도 들러주시고요. 🙂

오늘도 자신에게 주파수를 맞추는 밤을 보내세요.

일 많고 고독한 밤, 차우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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