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진의 스냅샷 | 유튜브의 적은 유튜브?

TMI.FM의 DJ 차우진 | 말 많고 고독한 뉴스레터 대량 발행인. 주로 음악 산업과 콘텐츠 비즈니스, 크리에이터 경제에 대한 생각들을 공유합니다. 

얼마 전 유튜브는 미국프로풋볼(NFL) 일요일 경기 중계권을 사들였다. 이 중계권을 위해 연간 20억 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뿐만 아니라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채널에 대한 플랜도 발표하는 등,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유가 뭘까? 유튜브가 바뀌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먼저, NFL의 일요일 경기 중계권의 중요성부터 살펴보자. 이 중계권은 역사적으로 다이렉 TV(Direc TV)의 중요한 수익모델이었다. 다이렉 TV는 1994년 미국 캘리포니아 엘 세군도에 설립된 디지털 위성방송 서비스로, 미국 전역 뿐 아니라 카리브 제도와 라틴 아메리카에도 방송되는 대규모 방송국이다. 이런 레거시 미디어가 보유하고 있던 스포츠 경기 중계에 대한 독점권을 유튜브가 사들인 것은, 유튜브가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전환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유튜브는 왜 이렇게 할까? 2022년 3분기, 유튜브의 광고 수익은 1.9% 감소한 71억 달러(약 8조 8000억 원)를 기록했다. 4분기에는 79억 달러가 되었지만, 사실 이때가 유튜브와 구글을 소유한 알파벳이 부문별 재무 실적을 발표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한 수치란 점에 주목해보자. 유튜브는 전세계 사용자들이 1분 마다 수백개의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세계 최고의 영상 플랫폼이지만 광고 수익의 하락은 사실상 사용자 기반의 플랫폼 성장이 정체되었다는 시그널일 수도 있다. 실제로 다수의 유튜버들은 몇 년 전부터 광고 수익이 전과 달라졌다는 얘기를 종종 꺼냈다. 

한편 유튜브의 정체성은 사용자 기반 동영상(UGC: User Generated Content) 플랫폼에서 'TV와 비슷한 듯 아닌 듯 뭔가 새로운 미디어'로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만큼 스마트TV로 유튜브를 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게다가 전세계 동영상 중 90% 이상이 유튜브에 존재하는 현재,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유튜브에서 버라이어티, 뉴스 등 기존 방송 프로그램을 소비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유튜브의 수익 모델을 좀 더 다각화하게 만든다. NFL 일요일 경기 중계권은 이러한 변화 흐름을 확실히 다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NFL의 일요일 경기를 보기 위해 사람들은 특히 스마트 TV로 유튜브에 접속하게 되는데, 이러한 시청 방식은 유튜브가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플랫폼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뜻한다. FAST는 광고 기반의 무료 스트리밍 플랫폼을 뜻하는데, 구독료로 운영되는 OTT와 달리 사용자의 유료 구독 부담을 줄여주는 대안으로 이해된다. 

새로운 인플레이션으로 구독료가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FAST는 미디어 사업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내 FAST 채널 수는 이미 1200개를 돌파했다. 유튜브는 NFL 일요일 경기를  ‘프리미엄 애드온 구독’의 방식으로 제공할 것인데, 이것은 기존 다이렉 TV와 거의 비슷한 형태다. 시청자 입장에선 기존 TV 시청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이를 통해 유튜브는 더 많은 신규 고객을 끌어들일 예정이다 

그러니까, 사실 유튜브의 변화는 팬데믹 이후에 찾아온 인플레이션, 유튜브의 성장 둔화, 새로운 시장 개척의 필요성 등이 복합된 결과다. 특히 나는 유튜브의 성장 둔화가 이런 변화의 가장 큰 이유라고 보는데, 왜냐하면 플랫폼 비즈니스란 대체로 ‘세계 1등’ 같은 순위가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나의 적은 나’라는 말처럼, 오늘의 유튜브가 어제의 유튜브를 이겨야 하는 상황이랄까. 그래서 결과적으로 유튜브는 레거시 미디어와 스트리밍 플랫폼 뿐 아니라 OTT와 FAST와도 경쟁하게 된다. 덕분에 장르 뿐 아니라 플랫폼의 경계도 흐릿해진다. 그야말로 각각의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는 새로운 경쟁 구도가 시작되는 셈이다. 📸 DJ 차우진 | dj@tmi.fm 

📻 Prince - Purple Rain | Super Bowl XLI Halftime Show (2007)

올해 NFL에는 여러 인상적인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10년 간 하프타임 쇼를 후원해 온 펩시 대신 애플이 새로운 후원사가 되었고, 리한나의 무대는 여러 곳에서 최고의 하프타임 쇼 무대 중 5~6위를 차지할만큼 훌륭했어요. 그럼 최고 순위에는 어떤 아티스트들이 있을까요? 비욘세(2013), 마돈나(2012), 마이클 잭슨(1993), 프린스(2007) 등인데요, 저는 프린스의 무대를 정말 좋아합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엔딩 곡으로 "Purple Rain"을 부르던 장면이 더욱 드라마틱해서 그렇겠죠. 생각해보니 2016년 4월, 57세의 나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프린스는 투어 중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일을 최후의 순간까지 사랑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과연 우리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해설 없는 공연 영상을 첨부합니다. 오늘도 자신에게 주파수를 맞추는 하루를 보내세요. 차우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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