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1세대 아티스트가 답답해서 직접 만든 소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티엠아이 에프엠 뉴스레터는 크리에이터와 팬덤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여러 이슈와 새로운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음악 크리에이터를 위한 소셜 플랫폼 바운드(Baund)입니다.

21세기 들어 음악의 비즈니스 모델은 끊임없이 혁신 중이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미디어 청취 습관의 변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변화가 하모니를 이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레코딩, 콘서트, IP 등 산업의 지표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정작 아티스트들은? 알다시피 높아가는 수치 틈에서 잘 못 먹고 잘 못 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음악가들이 위협받는 것은 생계의 문제가 아니다. 지속가능성이다.

지속가능성, 그러니까 오늘 하는 일을 내일도 하고 모레도 하고 내년에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 음악의 수익성이 낮아질수록 음악의 지속가능성도 낮아진다. 스트리밍의 수익성이 너무 낮아서 문제일까? 그럴 수 있지만, 그렇다고 스트리밍 서비스에 모든 책임을 돌리기도 애매하다. 애초에 스트리밍은 다운로드로 초토화된 음악 산업의 대안으로 등장했고, 그나마 산업의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는 것도 스트리밍 서비스 덕분이기도 하다.

다만 스트리밍 때문이 아니라 디지털 세계에서 음악(뿐 아니라 거의 모든 콘텐츠)은 점점 무료화되고 있다는 점, 그로 인해 음악의 수익구조가 불안정하다는 점이 문제다. 그리고 이것은 없애야할 문제라기보다는 극복해야할 문제다. 그래서 대안적인 수익 모델'들'이 필요하다. 

바운드(Baund): 뮤지션과 사용자를 비트로 연결하는 플랫폼

바운드(Baund)는 프로페셔널 비트 메이커들이 만든 비트를 사용자들이 활용해서 쉽게 음악과 영상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다. UI는 사실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틱톡과 유사하지만 기능적으로는 음악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런칭된 건 지난 1월, 이제 겨우 3달 남짓 된 신생 서비스지만 플랫폼에는 더콰이엇, 창모, 웨이체드, 비앙 등 베테랑 프로듀서들의 수준 높은 비트들이 업로드되어 있다. 현역 힙합 프로듀서들이 제공한 400여 개 이상의 독점 비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비트를 쓰려면 그저 로그인을 하고 비트를 플레이한 다음 영상을 녹화하면 된다.

여기에 인앱 멀티트랙 레코딩 스튜디오를 제공하고, 바운드가 독자 개발한 음성 보정 기술인 ‘SlayTune™(슬레이튠)’과 영상 최적화 인코딩 기술, AR마스크, 3D필터 효과 같은 기술적 지원을 제공한다. 스튜디오 내 멀티트랙 레코딩 구동 방식과 UI 등에 대해서는 특허까지 받았다.

사용자는 둘러보기 탭으로 바운드의 비트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Behind The Beats' 탭을 통해 비트를 제공한 프로듀서와 그들의 작품을 한번에 볼 수도 있다. 여기서 인기 비트, 새로운 비트, 추천 장르 등의 카테고리에 접근해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비트를 선택하면 된다. 바운드가 독점 제공받은 비트를 BPM, 장르, 스타일, 분위기 등의 메타데이터로 분류한 결과다. 향후 AI가 비트를 추천하는 기능이 추가될 여지가 있다. 또한 이러한 비트를 아티스트 뿐 아니라 사용자에게서 제공받고 자산화해서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도 상상해볼 수 있다.

현재의 사용자는 미래의 크리에이터

이런 기능을 제공하는 이유는 뭘까?

소셜미디어가 주류화된 지금, 소셜미디어는 점점 '크리에이터 툴'로 통합되거나 진화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이미지 미디어가 아니라 비주얼 콘텐츠 제작 툴이 되고 있다. 유튜브와 틱톡은 영상 콘텐츠 제작 툴이다. 사실상 기능으로 역할이 구분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 관점에서 바운드는 음악 제작 툴이자 소셜 미디어이면서 음악 플랫폼이다. 

이때 전제는 현재의 미디어 사용자는 미래의 크리에이터라는 사실이다. 음악을 만드는 일은 점점 더 쉬워질 것이다. 어떤 세대는 음악을 글처럼 일상적으로 쓸 수도 있다. 음악가와 일반인의 경계도 흐릿해질 것이다. 전문 교육을 받지 않아도 음악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도착했다. 특히 새로운 세대에게 랩과 디제잉은 음악적 감각과 레퍼런스를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다. 바운드는 이렇게 등장하는 새로운 음악 세대에 초점을 맞추는 플랫폼이다.

바운드는 사용자에게 독점적인 비트와 편집 툴을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를 통해 음악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의 저작권과 IP는 창작자(사용자와 비트메이커)에게 귀속되고, 바운드는 그로부터 발생하는 가치와 수익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는다. 

바로 이 점이 플랫폼으로서 바운드가 가지는 차별성과 가능성이다. 얘기했듯, 소셜 미디어는 크리에이터 툴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서 크리에이터는 직접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틱톡이 크리에이터 펀드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지만 아직은 과도기적인 성격이 강하다. 쉽게 말해 크리에이터 경제는 (소셜미디어 같은 네트워크로 얻은) 영향력을 얼마나 쉽고 빠르게 수익화하느냐의 문제다. 

비트메이커와 크리에이터를 '음악으로' 연결하는 것 뿐 아니라 양쪽 모두가 수익을 얻도록 지원하면서 바운드는 대안적인 플랫폼이 될 가능성을 가진다. 이점은 기존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음악 크리에이터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 

한편 바운드의 '파워드(POWERED)'라는 신인 발굴 프로그램은 바운드가 새로운 크리에이터에게 적극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힙합 씬에서 활동 중인 음악가가 호스트를 맡아 음원 컴피티션을 개최하는 '파워드'에 선정된 사용자는 호스트 뮤지션의 피처링을 받아 음원도 발매할 기회도 얻는 것이다. 지금은 래퍼 쿤디판다(Khundi Panda)와 재하(JAEHA)가 파워드를 오픈했다.

찾아보니 이 서비스는 오픈한 지 겨우 3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어떤 배경과 맥락에서 이런 서비스를 기획했는지 궁금하고, 힙합 씬의 아티스트는 어떻게 섭외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영욱 대표는 한국 힙합 1세대이자 하이라이트레코즈의 대표 이사까지 맡았던 인물이다. 

"바운드는 업계의 작은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서 큰 생태계에 기여할 겁니다." (feat.이영욱 대표) 

바운드를 서비스하는 아이디아이디의 이영욱 대표는 한국 힙합 1세대 아티스트로 캐모스타(Camo Starr), 절정신운 한아로 활동했다. 1979년생인 그는 2000년 무렵에는 IT업계에서 일하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나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사운드를 제작하고, 수년 간 리듬 게임 [알투비트(R2Beat)]와 온라인 농구 게임 [프리스타일] 등의 음악 감독을 맡았다. 이후 팔로알토가 설립한 하이라이트레코즈의 전속 아티스트로 계약했다가 대표 이사까지 맡게 되었다. 음악 뿐 아니라 IT 서비스와 사업 운영까지 경험한 셈이다.

이영욱 대표가 '바운드'를 고안한 계기는 2014년 즈음, <쇼미더머니 3>를 보던 중이었다고 한다.

"음악을, 그것도 힙합을 하려는 친구들이 저렇게나 많은데 저들이 제대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이왕이면 게이미피케이션 구조에서 경쟁과 오디션이 진행되면 어떨까? 혼자 머릿속으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문제는 음악가를 꿈꾸는 지망생 뿐 아니라 전통적인 레이블 사업의 리스크이기도 했다. 잠재성 있는 음악가를 발굴하고, 그를 스타로 키우는데 많은 시간과 인력과 비용을 쓰지만 정작 성공가능성은 낮은 구조.

"그래서 이런 문제를 좀 크게 만들어서, 온라인으로 제공해보면 좋겠다... 굉장히 단순하고 쉽게 생각했어요. 그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던 거죠."

그로부터 5년이 지나서야 법인(=아이디아이디)을 설립했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나서야 바운드 앱을 출시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수많은 우역곡절이 있었지만 2022년에 출시된 것이 오히려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생각도 든다. 크리에이터 중심의 생태계는 이제야 비로소 활성화되는 중이기 때문이다.

바운드의 등장은 크리에이터 생태계의 한 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음악 산업의 위기가 아니라 음악 수익모델의 위기고, 이런 위기를 만드는 것은 바로 디지털 포메이션이다. 그런데 디지털은 우리가 알던 속성을 본질로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

음반이라는 물성의 소멸은 음반이라는 제품의 소멸이기도 하다. 음악은 여전히 소비되고, 심지어 더 많이 소비되고, 더 직접적이고 간편하게 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유통된다. 그 어느 때보다 음악이 많아지고 접근성이 높아진 시대에 음악의 가치는 내부와 외부로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음악의 내부적 가치는 음악 그 자체에 있다. 정확히는 바로 음악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 비트와 사운드, 그를 구성하는 스템(stems) 같은 요소가 음악의 내적 자산이다. 한편 외적 가치는 음악/음악가를 중심으로 모인 커뮤니티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이 둘은 하나로 연결된다. 음악이야말로 음악 커뮤니티에 생기를 불어넣는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러려면 사용자들은 일상적으로 음악을 가지고 놀아야 한다.

바운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프로페셔널 음악가의 비트를 독점 제공하고, 사용자들은 그 비트를 이용해 쉽게 음악을 재창조하면서 새로운 크리에이터와 새로운 팬이 만나게 된다. 

"앞으로는 크리에이터란 이름도 더 넓게 바뀔 거라고 봐요. 저희는 비트를 제공하는 '아티스트'와 '뷰어', '플레이어'로 구분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경계는 정말로 모호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뷰어가 플레이어가, 아티스트가 뷰어가 될 수 있다고 봐요. 그런 구조에서 바운드는 가볍게 음악을 갖고 노는 플랫폼이 될 거고요."

현재 음악 산업의 문제는 음악의 수익화에 있다. 정확히는 수익의 다각화가 문제다. 그런데 음악은 이미 '무료'에 가깝다. 사람들은 유튜브에서 음악을 듣는다. 음악가도, 회사도 유튜브에 '풀렝쓰 앨범'을 올린다. 음악(음원)이 음반에서 분리되자 벌어진 일이다. 물리적 음반에서 떨어져 나온 음악은 그 자체로 상품화되기 어렵다. 흘러가는(=스트리밍) 소리에 어떻게, 얼마나 가격을 매길 것인가.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등장하는 게 팬덤, 사실상 커뮤니티다. 그 음악가, 혹은 그 음악을 좋아하는(아끼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지속적인 수익 활동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생긴다. 커뮤니티는 멤버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유지된다. 그런데 어떻게? 소위 '떡밥'을 수시로 제공해야 할까? K-POP 그룹처럼 수시로 컨셉을 바꾸고,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해야 할까? 일단, 그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 건가?

"꼭 음악과 관련되지 않더라도 플랫폼들이 굉장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크리에이터들은 마이크로 커뮤니티, 혹은 더 작은 나노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잖아요. 바운드도 플레이어들에게 그러한 작은 커뮤니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봐요. 플레이어가 음악을 기반으로 팬을 만들고 지속가능한 구조를 짜도록 지원하는 그림이죠."  

누구나 팬덤이,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음악의 다른 수익 모델이 가능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나 그걸 만들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음악가는 음악에 최적화된 사람들, 음악을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다. 음악도 잘 만들면서 말도 잘하고 사업도 잘하고 컨셉도 짜면서 팬도 잘 관리하는 음악가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음악가는 음악을 통해 팬을 만날 수밖에 없다. 

"비트를 제공하는 건 저희가 준비한 여러 서비스 중에 대표적인 하나에 불과하고요. 이후에는 플레이어들끼리 콜라보를 하거나, 소모임이나 크루,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혹은 서로 후원과 홍보를 해주는 시스템을 제공할 생각이에요. 여기에 이커머스도 붙고, 라이브 스트리밍 같은 기능이 바운드의 성장에 맞춰 하나씩 오픈될 겁니다."

그렇다면 바운드의 미래는 희망적이기만 할까? 이 작은 스타트업의 귀엽고 재미있는 서비스가 음악계의 거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저희는 비트 퍼블리싱 플랫폼도 함께 준비하고 있어요. 비트 메이커들이 거길 통해서 계약을 맺고 비트를 제공하는 구조일 거고요. 그 다음에 매니지먼트 시스템과 유통 플랫폼까지 겸하는 그런 회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사실 음악 생태계의 산적한 문제들을 바운드가 해결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각각의 단위에서 발생하는 작은 문제들을 조금씩 해결하면 결국 큰 생태계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제 3개월이 된 서비스고, 그야말로 이제 시작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봅니다."

바운드의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큰 생태계에 기여한다'는 방향은 '음악으로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처럼 들린다. 과연 이들은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까.   

음악 비즈니스 뿐 아니라 크리에이티브를 기반으로 삼은 비즈니스는 다른 영역에 비해 매우 민감하고 모순적인 성격을 가진다. 마음이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씬에는 경험과 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업계 종사자, 소비자, 사용자 모두 애정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품을 만들고, 시간과 돈을 들여 소비한다. 러브 앤 비즈니스. 이 둘이 때로는 충돌하고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그조차도 결국 이 업계의 비즈니스가 사랑을 기반으로 작동한다는 걸 보여준다. 바운드와 같은 서비스의 성패도 결국 여기에 달려있을 것이다.  

바운드는 현재 아이폰에서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안드로이드 버전은 올해 안에 런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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