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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도착 + 어리버리 항해기 출간소식

2023.09.03 | 조회 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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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퍼 매뉴얼

바다, 항해, 세일링 요트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저는 지금 LA에 있어요. 그 사이에 여름이 지나갔네요.

한국은 이번 여름 더위가 엄청났다고 하는데 저는 얼마 전에야 제2의 피부 같았던(?) 오리털 잠바를 드디어 탈피했답니다. 남캘리포니아까지 내려오니 드디어, 아침마다 자욱하던 안개도 사라지고 한 번도 입을 일이 없던 반팔과 반바지도 서랍에서 꺼내게 되더군요.

널럴한 휴가인 줄 알고 왔다가 거센 바다에 뺨 맞았던 작년 항해(밴쿠버 - 아스토리아)와 달리 이번에는 준비를 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이제 멕시코 지역의 허리케인 시즌이 끝나는 겨울까지 배는 여기 LA에 놔두고 한국에서 쉬다 돌아올 예정이랍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시작해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까지 북미 대륙 서해안을 따라 내려가는 이 항해 루트에서 통상 ‘험한 바다’로 알려진 구간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끝이 나고, 이후 남쪽으로 갈수록 환경이 점점 좋아지다가, 해안 지형이 동쪽을 향해 급격히 꺾어지는 지점인 포인트 컨셉션을 지나면 기후와 바다 환경이 드라마틱하게 온화해진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이곳이 남캘리포니아의 시작이고, 이때부터 ‘좋은 바다’가 시작된다고 귀가 닳도록 들었죠.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요? 이 ‘좋은 바다’에서 심리적 무장해제한 상태로 격한 해풍(육지와 바다 기온 차이로 인한 바람)에 몇 차례 놀라고, ‘드디어 바닷물에 좀 들어가 보나-’ 부푼 가슴을 안고 간 채널아일랜드 국립공원 산타크루즈섬의 해변에는 실망했습니다. 배 안에서 흔들리며 잠을 청하다 결국 오밤중에 일어나 닻 올리고 떠난 뒤로는, 이제 채널아일랜드고 뭐고 세일링은 그만하고 그냥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그래서 LA에 일주일 이상 체류하면서도 바로 코앞에 있는 유명한 카탈리나섬 대신 지금 호텔에 머물고 있답니다! 두 달 만에 영접하는 바삭한 침대시트와 잠결에 펌프질 할 필요 없이 한 방에 내려가는 화장실, 언제든 할 수 있는 샤워..! 그저 최고입니다.

남들은 오프쇼어로 나가서 몇 주만에 한다는 이 항해를, 어리버리한 우리들은 2년에 걸쳐 세 구간으로 나누어 하고 있는데요,

1구간: 밴쿠버(캐나다) - 아스토리아
2구간: 아스토리아 - LA
3구간: LA - 바하 캘리포니아(멕시코)

2구간을 마무리하는 지금, 가장 강렬하게 남은 것은 잘못된 선택들과 그 대가로 만난 힘든 바다의 기억입니다. 태평양 북미 해안에서 가장 악명 높은 지점들을 통과하고,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에 뒤통수를 맞기도 했습니다. 엔진 문제는 없었지만 호라이즌스 호 역시 새로운 문제들을 선보였고요. 새삼 우리가 남캘리포니아까지 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네요.

되돌아보니 고작 1구간의 경험으로 책을 한 권 냈다는 것이 부끄럽게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번 항해에 가장 좋은 준비가 되었던 것 또한 책을 쓴 일 같기도 합니다. 당시에 알지 못했다가 글 쓰며 깨닫게 된 사실도 많았고, 그 지역을 잘 아는 베테랑 세일러가 책을 감수해 준 덕에 새로운 정보를 얻고 잘못된 지식을 수정할 수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흔들리고 불안한 배 위가 아니라 안정된 책상 앞에 앉아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복기하면서, 항해 중에 사로잡히곤 하던 막연하고 두려운 느낌이 좀 더 객관적으로 보였다고나 할까요. 지금은 세일링 요트보다 호텔이 더 좋은 것만 같지만 이번 항해 역시 글로 차분하게 정리한 뒤에는 다시 배에 올라 계류줄을 풀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7월 4일,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착륙하니, 아마존에서 어리버리 항해기(Bumbling on Horizons) 출간 소식이 들렸습니다. 하지만 서둘러 남쪽으로 내려가야 했기에, 번번이 책이 배송되기 전에 항구를 떠났습니다. LA에 도착해 일주일 이상 머물게 되면서 드디어 책을 주문해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실물을 보니 새삼 신기하군요. 한국에 가면서 10권 정도 들고 가려고 합니다. 영문 책이라 한국에서 수요는 생각지 못했는데, 몇몇 분들이 미국 아마존을 통해 책을 구매해 주셨더군요. 배보다 배꼽이 큰 배송비에 개의치 않고 책을 구매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한국 돌아가면 배송할 수 있는 이 10권의 책 저자 싸인본을 이지세일링 스마트스토어(아래 링크)에 올려놓았습니다. 가격은 미국 판매가격(18 USD, 24,000 원)이고 배송비는 없습니다. 배송 메세지에 구매자 이름을 적어주세요!

https://m.smartstore.naver.com/easysailing/products/911278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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