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포츠가 스포츠인가?”
이스포츠가 등장한 이후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질문이다. 게임이 어떻게 스포츠가 될 수 있는지, 신체를 거의 움직이지 않는데 어떻게 스포츠라고 부를 수 있는지, 나아가 사기업이 소유한 게임이 과연 공공성을 지닌 스포츠와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는지에 이르기까지. 이스포츠는 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해 수많은 질문에 답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이 질문은 다소 구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이스포츠는 정식 메달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따르면 7개 게임 종목에 30개 국가올림픽위원회 소속 선수 473명이 참가했다. 이스포츠가 기존 스포츠 제도 안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물론 국제종합경기대회에 채택되었다고 해서 이스포츠의 스포츠 정체성을 둘러싼 모든 논쟁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지금도 이스포츠를 스포츠와 동등하게 취급하는 데 반대하는 목소리는 존재한다. 다만 논쟁의 중심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게임 자체가 스포츠일 수 있는지를 물었다면, 이제는 이스포츠가 기존 스포츠와 같은 제도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 글에서는 이스포츠가 스포츠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등장했던 대표적인 질문 세 가지를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가 새롭게 대비해야 할 네 번째 질문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질문. “게임이 어떻게 스포츠인가?”
가장 오래되었고, 어쩌면 가장 직관적인 질문이다.
이 질문의 출발점에는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게임은 생산적이지 않은 오락, 학업과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활동, 때로는 중독을 유발하는 대상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게임을 기반으로 한 경쟁 활동을 스포츠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문화 콘텐츠이자 사회적 상호작용의 공간으로 발전했다. 이스포츠 역시 체계적인 훈련, 전략 수립, 팀워크, 경기력 평가, 국제 경쟁 체계를 갖춘 활동으로 성장했다. 기존 스포츠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쟁의 구조와 전문성이 게임을 기반으로 한 활동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과 같은 제도적 변화가 더해졌다. 이스포츠를 무조건 스포츠라고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게임이라는 매체를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스포츠의 가능성을 부정하기는 점점 어려워졌다.
결국 첫 번째 질문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변화하고, 이스포츠의 경쟁적·제도적 특성이 구체화되면서 상당 부분 답을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질문.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하는데 어떻게 스포츠인가?”
첫 번째 질문이 게임이라는 매체에 대한 의문이었다면, 두 번째 질문은 스포츠의 신체적 특성에 관한 문제다.
이스포츠 선수들은 대부분의 경기 시간을 의자에 앉아 보낸다. 마라톤 선수처럼 장거리를 달리지도, 축구 선수처럼 경기장을 뛰어다니지도 않는다. 따라서 이스포츠는 신체 활동이 부족하기 때문에 스포츠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마라톤은 사격보다 더 스포츠다운 스포츠인가?”
사격은 1896년 제1회 아테네 근대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전통적인 스포츠다. 당시 7개국에서 39명의 선수가 참가했으며, 이후 오랜 기간 올림픽 종목으로 자리해 왔다.
마라톤과 사격은 분명 서로 다른 신체 능력을 요구한다. 마라톤에서는 심폐지구력과 근지구력이 경기력의 핵심 요소인 반면, 사격에서는 자세의 안정성, 미세한 근육 조절, 집중력과 정밀한 운동 제어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신체 움직임의 크기나 에너지 소비량에 따라 둘 중 하나를 더 스포츠다운 스포츠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스포츠에서 신체 활동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신체 활동의 양과 형태는 종목마다 다르다. 움직임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스포츠로서 더 높은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이스포츠 역시 손과 눈의 협응, 빠른 반응, 정밀한 조작과 같은 신체적 수행 능력을 요구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이스포츠와 전통 스포츠의 신체적 특성이 동일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다만 신체 움직임의 절대적인 양만으로 스포츠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다.
스포츠의 신체성은 얼마나 많이 움직이는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어떤 신체적 능력을 어떠한 방식으로 경쟁에 활용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세 번째 질문. “사기업의 소유물인데 어떻게 스포츠가 될 수 있는가?”
현재 이스포츠의 스포츠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제기되는 질문 중 하나다.
축구, 육상, 수영과 같은 스포츠는 특정 기업이 종목 자체를 독점적으로 소유하지 않는다. 반면 이스포츠는 대부분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해당 게임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게임의 규칙과 서비스 운영, 대회 개최에 관한 권한이 사기업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 기존 스포츠와 이스포츠 사이의 중요한 차이다.
그러나 여기서 구분해야 할 문제가 있다. 사기업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스포츠의 성립을 부정하는 조건인지, 아니면 스포츠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거버넌스의 문제인지 하는 것이다.
기존 스포츠 역시 규칙이 불변하거나 특정 이해관계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있지는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양궁이다. 세계양궁연맹은 2010년 기존의 누적 점수 중심 경기 방식에 세트제를 도입했고, 이 방식은 2012년 런던올림픽 개인전에 적용되었다. 한 번의 실수로 승부가 지나치게 기울어지는 문제를 완화하고 경기의 경쟁성과 관전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수영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2000년대 후반 전신 수영복의 기술적 발전과 기록 향상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자, 당시 국제수영연맹(FINA)은 수영복 소재와 형태에 대한 규정을 개정했다. 새로운 규정은 2010년 1월부터 시행되었고, 선수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장비의 범위를 크게 바꾸었다.
이처럼 기존 스포츠에서도 종목을 관할하는 기구의 판단에 따라 규칙과 장비, 경기 방식이 변화한다. 따라서 외부의 관리 주체가 규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만으로 스포츠의 자격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스포츠 연맹의 규칙 제정 권한과 게임사의 지식재산권은 동일한 것이 아니다. 기존 스포츠의 국제연맹은 통상 회원국 협회와 여러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제도적 의사결정을 수행한다. 반면 게임사는 규칙 변경을 넘어 게임 서비스 자체를 중단하거나 대회의 개최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
실제로 블리자드는 2018년 12월 자사의 게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글로벌 챔피언십을 2019년에 개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블리자드와 중국 내 운영사 사이의 계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하스스톤이 정식 경기 종목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이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선수들의 경력, 팀의 투자, 팬들이 형성한 문화가 기업의 경영상 결정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사기업이 소유한 게임을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스포츠의 스포츠성을 부정하는 결정적 요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기업의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선수와 팀, 팬, 국제 스포츠 기구의 이해관계를 어떠한 제도적 장치로 보호할 것인가에 있다.
사기업의 소유권은 이스포츠가 스포츠일 수 없는 이유라기보다, 이스포츠가 지속 가능한 스포츠로 발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에 가깝다.
네 번째 질문. “이스포츠는 플레이한다고 해서 건강해지지 않는다.”
이제 우리가 새롭게 대비해야 할 질문이다.
앞선 세 가지 질문과 달리, 이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답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얼핏 보면 두 번째 질문과 유사하다. 이스포츠의 신체 활동량이 적다는 점을 문제 삼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질문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두 번째 질문이 스포츠의 형태와 정의를 묻는다면, 네 번째 질문은 스포츠가 사회에 제공하는 가치와 기능을 묻는다.
국가가 생활체육을 장려하고 공공 체육시설을 확충하며 국민의 신체 활동 참여를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건강한 국민이 건강한 사회를 구성한다는 공익적 기대가 존재한다. 신체 활동은 각종 질환의 위험을 낮추고 정신건강을 개선하며, 장기적으로 사회적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 보고서에서 신체 활동 부족 수준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5억 건의 예방 가능한 비감염성 질환 사례가 새롭게 발생하고, 이에 따른 치료 비용이 3,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스포츠가 국가와 사회의 지원을 받는 데에는 분명 공중보건이라는 중요한 근거가 존재한다.
물론 모든 스포츠 활동이 반드시 건강을 증진하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훈련과 부상의 위험도 존재하며, 건강 증진만으로 스포츠의 성립 여부를 정의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건강 추구는 스포츠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공적 지원을 정당화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스포츠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이스포츠는 일반적인 신체 활동 중심의 스포츠와 달리 장시간 앉아서 수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스포츠에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 권장 신체 활동량이 충족되거나 신체 건강이 증진된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스포츠는 건강이라는 스포츠의 사회적 가치에 기여할 수 없는 것일까?
나는 이 질문의 답을 정신적 건강과 사회적 웰빙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과 이스포츠는 즐거움, 성취감, 소속감, 사회적 관계 형성과 같은 경험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팀 단위의 경쟁에서는 협력과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개인은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과정에서 자기효능감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도 등장하고 있다.
2024년 국제학술지 Nature Human Behaviour에 발표된 일본의 연구는 게임기 구매 추첨을 자연실험으로 활용해 비디오게임 이용이 심리적 고통 감소 및 삶의 만족도 향상과 관련된 긍정적인 인과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 보고했다. 전체 조사에는 9만 7,602명이 포함되었으며, 핵심 자연실험 분석은 추첨 참여자 8,192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 연구는 일반적인 비디오게임 이용에 관한 연구이지, 경쟁적 이스포츠 참여의 효과를 직접 검증한 연구는 아니다. 게임이 정신적 건강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과 이스포츠가 실제로 정신건강을 증진한다는 주장은 구분해야 한다.
더욱이 연구 결과가 일관되게 긍정적인 것만도 아니다. 2026년 발표된 이스포츠 참여와 건강의 관계에 관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은 53편의 연구, 총 8만 6,652명의 자료를 검토했다. 연구자들은 이스포츠 참여자와 비참여자 사이에서 불안, 우울, 스트레스 등에 관한 일관되고 유의한 차이를 확인하지 못했으며, 이스포츠 참여와 좌식 행동 및 게임이용장애 사이의 연관성도 보고했다.
즉, 이스포츠가 정신건강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그러한 효과가 일반적이고 지속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연구가 중요하다.
우리는 단순히 이스포츠가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주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어떠한 참여 방식이 긍정적 정서를 유발하는지, 팀 기반의 경쟁이 사회적 관계와 소속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성취 경험이 자기효능감과 삶의 만족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그러한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동시에 과몰입, 수면 부족, 경쟁 스트레스, 신체 활동 감소와 같은 위험도 함께 분석해야 한다. 건강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주장하기 위해 부정적인 효과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스포츠가 건강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과, 실제로 건강한 이스포츠 참여 환경을 만드는 것은 서로 연결된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스포츠라는 이름에 걸맞은 가치를 증명할 때다
이스포츠가 스포츠인지 묻는 질문은 앞으로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종목과 활동이 등장할 때마다 스포츠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은 반복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 이스포츠가 스포츠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 기존 스포츠와 닮았음을 끊임없이 증명하는 단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스포츠는 이미 국제적인 경쟁 체계와 전문 선수, 관중과 팬 문화, 그리고 일정 수준의 제도적 인정을 확보했다. 물론 지식재산권과 거버넌스, 선수 보호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스포츠가 스포츠의 외형을 얼마나 갖추었느냐가 아니라, 스포츠가 오랫동안 사회에 제공해 온 가치를 이스포츠 역시 만들어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건강은 앞으로 중요한 논쟁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신체적 건강에 대한 이스포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정신적 건강과 사회적 웰빙에 대한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이를 실제 참여 환경에 반영해야 한다.
아직 네 번째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앞으로 이스포츠 연구자와 산업 관계자들이 함께 답을 찾아가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스포츠는 스포츠인가?”
이제는 그 질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이스포츠는 스포츠로서 우리 사회에 어떠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
앞으로의 이스포츠는 그 질문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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