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언어, 의식과 인프라가 전혀 다른 독일에서 10년 넘는 시간동안 모르긴 몰라도
남사장과 여사장은 단맛 쓴맛 매운맛 똥맛까지 엥간한 것은 다 맛 봤을 것이다.
그 중 아주 안타까운 맛이 있었으니.....
"능력있는 인재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취업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이다.
남사장과 여사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운영을 했던 프로젝트들이 있고, 그 결과로 현재 운영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있다.
[남사장]
최근 독일 유학과 취업에 대한 컨설팅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은 성악과 출신 지원자가 컴퓨터공학 Duales Studium에 합격했다는 사실이다. 그 분은 한국에서부터 성악만 했었고, 독일에서도 연주자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움츠러든 음악가의 입지와 더불어 현실적인 이유에서 음악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했다. 이 분의 합격에서 대단한 점은 2곳에 최종 합격을 했고, 다른 한곳은 대기번호 1번이라고 했다. 시험보다는 몇 차례 면접을 통해서 선발 되었는데 함께 만든 성악과에서 컴퓨터공학으로 온 스토리텔링이 제대로 담긴 자기소개 발표가 큰 도움이 되었다는 후문이다.
음악을 전공했다가 다른 학과로 옮기는 경우는 이 분이 처음은 아니였다. 하노버 국립음악대학교 피아노과 (반주과였나?) 학사와 석사를 마친 그녀가 컴퓨터공학과 내 동기였으니 말이다. 그녀도 자기가 컴퓨터공학으로 온 이유는 예술가의 삶이 자신과 맞지 않다고 했다. 이 친구는 그동안 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을 했지만 당시 탑3에 들 정도로 실력이 대단했다.
2023년 3월 24일. 아주경제 <'음대부심'은 옛말...>에 따르면 음대 전공자 100명 중 8명(7.7%)도 안되는 사람만이 관련직에 취업한다는 기사를 보면 위 두사람의 선택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주변에 음악 전공해서 음악인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대단할 정도.
음악 전공자들의 취업을 이야기 할 때, 대부분은 우려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 같은데 꼭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예체능을 전공한 사람들은 본인 평생 그것 하나만 했기 때문에 다른 것을 할 용기가 없고, 모르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것 같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이들은 어떤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 경우이기 때문에 의외로 다른 분야에 있는 어떤 것이라도 전문가가 되기 쉽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그들은 경험이 있지 않은가?
컨설팅 지원하신 분도 처음에는 근심 걱정투성이었다. 나이가 많다. 평생 노래만 했다. 책도 안 읽었다. 등등. 하지만 결과는 합격이지 않나? 또한 그분은 딱 한자리 뽑는 자리에서 뽑혔기 때문에 '운' 만이라고 하기 어렵다. 안 해봤다는 걱정을 동기부여로만 돌릴 수 있다면 생각보다 쉽게 진행될 수 있다.
피아노 전공한 동기 역시 마찬가지. 그녀는 코딩을 해본적도 없지만 코딩을 하는 것이 피아노 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 부분이 있었다. 하루종일 앉아서 될때까지 하면된다는 것이다. 이과를 전공하고, 들어온 다른 동기들보다 그녀가 잘한 이유는 압도적으로 코딩에 메달린 시간이 많아서 이고, 그녀의 경험상 그렇게 하면 잘될 것을 알고 있었다.
독일은 상대적으로 음악 전공자들이 할 수 있는 음악 관련 직업군이 다양하다. 개인의 실력향상에만 집중하는 커리큘럼도 있지만 협연도 있고, 실내악 팀을 꾸려서 연주도 하고, 개인적으로 음악 이론과 관련된 연구 분야도 있고, 음악심리학과 같은 다른 분야 학문과 융합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예술가는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자신의 '곤조'를 지키면서 예술성만 발휘해야 하는 것은 지금시대와 맞지 않을 수 있다. 어차피 끊임없이 배워야 하고, 여러 장르, 분야, 사람들과 합치면서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 때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음악가가 자신의 음악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마스터클래스를 제공해주기도 하고, 공연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과 독일 양국의 문화예술을 교류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새로운 형태의 창업, 창직을 하여 음악가들의 예술성과 경제력 동반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사장]
예술은 배고픈 직업이라 했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어째서인지 돈에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
실제로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거장들을 보아도 돈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오히려 특이한 경우가 된다.
미술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지만 살아생전 단 한점도 팔지 못한 고흐와 같은 인물은 극단적인 예술의 고달픔을 드러내 준다.
나는 20대 대학생 시절부터 피카소를 좋아했었는데, 그의 그림이 좋다기 보다는
재능있는 예술가로 태어나 90세까지 장수하며, 부귀 영화를 누리다 죽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꽤 한결같은 사람이구나 ㅎㅎ]
올릴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데 까지 몸값을 올려 보는 게 왜 비난 받아야 할 일일까?
내가 20대 초반 고3 수능을 마치고 이제 갓 미대에 입학해서 서양미술사 수업을 들을 때, 피카소에 대해 엇갈리던 평가가 있다고 배웠다.
어쩌면 그의 그림 실력이 과대 평가 된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의 그림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책정된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의심했었다.
피카소는 자기 스스로의 몸 값을 올리고, 그림 가격을 과감히 높게 불렀다.
어느 날, 식당에서 밥을 먹던 피카소가 냅킨에 휘갈긴 선과 점으로 이루어진 스케치를 50만 달러에 팔려 했다는 일화는 조금씩 다르게 각색되어 이미 유명한 일화가 되었다.
이렇게 스스로의 몸값과 작품값을 올린 덕분에 그는 살아 생전 금전적으로 부족함이 없었으나, 이러한 그의 경제적 풍요로 인해, 일반 대중의 클리셰를 충족시켜주는 반 고흐와 비교하자면 예술성을 저평가 받는다는 느낌이 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할 때에는 그렇다.
내 기준에서 피카소는 완성형 천재다.
태어날 때 부터 감각적으로 일반적인 기준을 넘어선 천재였으며, 청 장년기에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았으며, 인생의 말년은 풍요로움으로 채웠기 때문이다. 솔직히 작품들도 정말 뛰어나다.
그의 어릴 적 스케치 작업을 들여다 보면 그가 얼마나 타고난 미술 천재인지를 보는 눈이 없는 사람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에칭이라는 기법으로 그린 스케치 연습작들이 전시된 스위스에 있는 피카소 박물관을 가 보면 아 이래서 피카소 피카소 하는 구나! 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느낄 수 없다면,,, 그땐 나도 모르겠다. ]
자신의 몸값을 스스로 높이는 노력으로는 환경 설정이 있다.
자신의 몸값을 알아주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피카소도 자신이 태어난 스페인을 떠났다. 잘 생각해 보면 소위 거장이라 불리우는 아티스트들도 결국에는 그들을 알아 봐 주는 시장이 있는 곳으로 환경을 바꾸며 더욱 성장해 나갔다.
이러한 의미에서 나는 한국의 클래식 음악 인재들이 독일로 진출하는 것이 다른 모든 학과들을 통틀어 예술대학의 취업률을 개선하고 예술 전공자들의 경제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 굳게 믿는다.
여기서 클래식 인재라고 콕 집어 말하는 이유는, 실제로 독일은 공연 문화가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후원과 연계되어 자리잡고 있으므로 공연 기회가 한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공연의 규모 또한 다양해서, 오케스트라와 같은 대규모 공연이 아니더라도 실내악의 형태로 지역 공연장에서 주기적으로 시민들의 복지를 위해 공연이 개최되며, 공연 객석 점유율은 평균 70%로 거의 모든 공연을 열기만 해도 반 이상은 찬다는 뜻이다.
[콕 집어 클래식 분야만 언급하여 죄송하긴 하다. 미술쪽은 난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 쪽은 재능만으로 뚫리는 영역이 아니기에 일단 입을 다물어 본다.]
세계 콩쿨에서 입상한 네임 벨류가 있는 솔로 아티스트들의 공연에서만 티켓 파워가 발생하는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국내 시장이라는 좁은 우리 속에 갇혀 부대끼며 경쟁할 때에는 알 수 없겠으나, 대한민국의 교육은 언제나 세계로 나가면 평균 그 이상이다. 즉, 한국에서 받은 교육으로 세계 어디든 진출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한국의 클래식 인재들이여 부디 좁은 새장에서 서로 깃털을 잡아 뜯으며 서로가 서로를 깎아내리지 말고, 독일로 진출하여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며 세계로 공헌하는 아티스트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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