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매도와 위험 확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0월 16일까지 8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006년과 2008년의 기록과 같아졌습니다. 최근 7거래일간 낙폭이 12%를 넘으면서 반도체주 공매도 포지션에는 약 320억 달러의 평가이익이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하락세가 가팔라진 상황에서 주목할 부분은 반도체주가 얼마나 떨어졌느냐보다 매도 압력이 어디까지 퍼졌느냐입니다.


골드만삭스의 광범위한 AI 종목 바스켓은 고점 대비 20.6% 하락했고, 10월 15일에는 운용 방식이 다른 헤지펀드 전략에서도 손실이 동시에 발생했습니다. 펀더멘털 롱·숏 전략은 0.5%, 시스템 롱·숏 전략은 1.4%, 멀티스트래티지 전략은 1.2%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헤지펀드가 청산됐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습니다. 아직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AI 관련 종목에 집중됐던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포지션을 줄이면서 매도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매도가 주식시장에만 머물렀다면 단기적인 수급 조정으로 해석할 여지가 더 컸겠지만, 채권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0월 14일 장중 5.33%에서 15일 5.055%까지 하락하는 동안 하이일드 회사채의 가산금리와 투자등급 채권의 부도보호 비용은 상승했습니다. 안전자산인 국채로 자금이 향하는 한편, 기업의 신용위험에는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한 셈입니다. 같은 기간 주식시장에서도 AI 관련 종목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다른 업종으로 이동하면서 업종별 성과가 벌어졌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최근 하락을 단순한 포지션 조정만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AI 인프라 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졌다는 사실은 시장이 대규모 설비투자를 뒷받침할 자금조달 능력까지 따져보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데이터센터 증설과 반도체 주문 증가가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그 투자가 얼마나 빠르게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돌아올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