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실적에도 하락한 반도체
삼성전자는 2026년 3분기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는 잠정 영업이익을 냈고, TSMC도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AI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사실은 실적으로 확인됐지만 주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아시아 반도체 주가가 약세를 보인 가운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AI 반도체 ETF도 고점에서 4% 남짓 내려왔습니다.
10월 8일 매도 압력을 키운 것은 OpenAI의 매출에 관한 보도였습니다. 연율화 매출이 앞서 알려진 700억달러보다 낮은 약 500억달러라는 소식에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등 AI 반도체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두 수치의 차이가 매출 집계 방식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시장은 AI 설비투자 규모에 비해 실제 매출이 얼마나 빠르게 늘고 있는지에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확보한 컴퓨팅 자원이 충분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셈입니다.
같은 시기 호주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기업 Firmus가 상장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회사가 계획한 데이터센터 용량은 912MW였지만 실제 건설한 용량은 46MW에 그쳤고, 나머지 시설을 완공하려면 막대한 추가 자금이 필요했습니다. 약 3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전제로 추진한 상장은 투자 수요 부족과 시장 여건 악화로 무산됐습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높았지만, 투자자들은 아직 완공하지 않은 시설에 그만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한 시점에 AI 개발사의 매출 논란과 데이터센터 기업의 상장 철회가 겹쳤습니다. 반도체를 공급하는 기업과 이를 구매하고 운영하는 기업의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