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 코어위브, 동시에 흔들린 시장
10월 14일 미국 증시는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와 AI 기업의 신용 불안이 겹치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9월 CPI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를 키운 가운데, 네오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의 채권 수익률이 15%를 넘어서면서 AI 인프라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도 부각됐습니다.

9월 CPI는 전월 대비 0.6%, 전년 대비 3.7% 상승했습니다. 휘발유 가격이 한 달 만에 9.1% 오르며 전체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물가 상승은 에너지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월 대비 0.335% 올라 시장 예상치 0.2%를 웃돌았습니다. 주거비 상승률은 8월 0.3%에서 9월 0.4%로 높아졌고, 주거비까지 제외한 근원서비스인 슈퍼코어 CPI도 0.423% 상승했습니다. 휘발유가 전체 CPI를 끌어올리는 동안 주거비와 여행·운송·의료 등 서비스 가격도 함께 오른 셈입니다.
여기에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른 품목으로 번질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연준의 베이지북에서는 디젤 가격이 오르자 운송업체들이 연료 할증료를 부과하면서 공급망 전반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운송비가 높아지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비용도 늘어나고, 기업들은 납품가격을 올리거나 할인 폭을 줄여 일부를 소비자에게 넘길 수 있습니다. 미국의 8월 실질 소비지출이 전년 대비 2.6% 증가하는 등 소비가 버티고 있어 가격을 올릴 여지도 남아 있습니다. 관세가 수입상품 가격을 높이는 가운데 AI 데이터센터의 반도체·메모리 수요까지 늘면서 일부 전자제품에서도 가격 상승 압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4개월 근원 CPI 상승률은 월평균 0.2% 수준이었고, 중고차 가격과 항공료처럼 상승세가 약해질 수 있는 항목도 있습니다. 9월 물가가 새로운 상승 추세의 시작인지는 더 확인해야 하지만, 연준이 금리 인상을 재개한 직후 근원 물가까지 예상을 웃돌면서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은 높아졌습니다. 이미 9월 회의에서 연준 위원 대부분이 연말까지 한 차례 추가 인상을 예상했던 만큼 이번 CPI는 그 전망에 힘을 실었습니다.
발표 직후 10월 금리 인상 확률은 약 22%에서 한때 50%를 넘어섰고, 정책금리 전망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도 약 14bp 급등했습니다. 이후 주식시장이 하락하고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국채금리는 상승분을 대부분 되돌렸고, 10월 인상 확률도 30%대로 내려왔습니다. 연준 인사들이 연속 인상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10월보다는 12월 25bp 인상이 더 유력합니다. 장중 금리가 내려왔지만 연내 추가 긴축 전망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어위브의 채권 가격 급락은 AI 인프라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을 다시 부각시켰습니다. 일부 채권의 유통시장 수익률이 15%를 넘어섰고, 2032년 만기 무담보채 가격은 액면가의 8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기존 채권의 시장 수익률이 높아졌다고 회사가 당장 15% 금리로 돈을 다시 빌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투자자들이 코어위브의 재무상태와 향후 차환 능력을 불안하게 평가하면서 이전보다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코어위브는 대규모 차입으로 GPU와 데이터센터를 확보하고, 고객에게 컴퓨팅 용량을 제공해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금을 회수합니다. 설비투자가 먼저 이뤄지는 반면 매출은 데이터센터가 가동된 이후 발생하기 때문에 건설이 늦어지면 현금 유입에도 차질이 생깁니다. 이때 신규 자금조달까지 어려워지면 이자와 추가 설비투자 부담이 겹치면서 재무 상황이 빠르게 나빠질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고객 수요가 부족한 상황은 아닙니다. 코어위브의 2분기 말 매출 백로그는 1,042억달러였고, 3분기에도 250억달러가 넘는 신규 고객 약정을 확보했습니다. 계약된 물량을 일정대로 공급한다면 매출과 현금흐름이 늘어날 여지는 충분합니다. 다만 계약잔고가 곧바로 현금이 되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 데이터센터를 완공하고 계약을 이행하기까지 상당한 자금이 더 필요합니다.
그동안 컴퓨팅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AI 인프라 기업들은 GPU와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를 놓고 경쟁했습니다. 먼저 설비를 확보한 기업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었고, 시장도 공격적인 투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고 신용 위험에 대한 경계가 커지면 차입에 의존한 성장 전략의 부담도 커집니다. 코어위브의 채권 가격 하락은 AI 수요에 대한 기대와 별개로 기업들이 그 수요를 충족할 자금을 계속 마련할 수 있는지 시장이 의심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