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 #06 놀랍게도 벌써 올 시즌 1/6 지남

올해 첫 직관 다녀왔습니다, 맥라렌 vs 현대 내후년에 벌어질 예정 그런데 F1에서는 아닌, 사키르 2025 이야기, 피렐리 타이어 성능 영 시원찮음 문제

2025.0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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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과 이런저런 탈것경주 잡담들. 매월 첫째/셋째 화요일에 보내드립니다.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p입니다. 

지난 2주 잘 지내셨습니까? 그 사이 또 이런저런 일이 많기도 많았지요, 저는 오랜만에 직관도 다녀왔습니다. 돈 시간 체력 솔찬히 녹이는 악취미입니다만 그래도 간만에 서킷 가서 어슬렁거리니 재밌더라고요. 좋은 분들도 좀 뵈었고. 레이스 결과가 쪼오끔만 더 제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면 좋았겠지만 무사히 잘 끝난/저도 잘 다녀온 것으로 일단은 만족하려 합니다(노력하고 있다는 쪽이 맞겠습니다). 

현지 기상청/언론들의 개화 시기 예상을 절묘하게 비껴나가 딱 그랑프리 주말에 맞춰 핀 스즈카의 벚나무 여러분들 올해도 굉장하더라고요. 토요일 일요일은 바람도 많이 불고 영 으슬으슬했는데, 금요일엔 봄날 소풍 간 느낌으로 다니기 좋았습니다. 트랙사이드에서 찍었던 사진 한 장을 함께 전합니다: 

스즈카 2025 금요일 FP1 전,
스즈카 2025 금요일 FP1 전, "S 구간" 언덕길 벚꽃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하나하나 정리하자면 끝이 안 날 것 같은 관계로 - 라기보다 조만간 또 짚게 될 것 같아요 - 간단하게 얘기하며 넘어가겠습니다. 그랑프리 주말 이야기는 쪼오끔 길 수도 있습니다! 수다를 즐겨 주십시오. 

 

최근 소식들  

* 누가 또 V10소리를 내었는가 말이야-로 한동안 제가 좀 이야기하던 것 기억하시나요. 바레인 그랑프리 앞두고 FIA차원에서 F1의 현재 및 앞으로의 파워유닛/엔진 방향성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렸습니다(FIA.com). 결론만 놓고 보면 V10 (조기)재도입 기각, 2026 엔진규정 계획대로 진행이라는 꽤 단순한 얘깁니다만 여기 얽힌 모터스포츠계 정치/자본/기술/F1 팀 간 알력까지 고려해보면 꽤 재밌어지죠. 무엇보다 지금이 2025년 4월이라는 점이 한 몫 합니다. 2026 프리시즌테스팅까지 1년도 채 안 남았는데 이런 이야기가 이 시점에 굳이 오갈 이유가...? 그래서 흥미로워지는 것이기도 하지만요.

 

* FIA 고위인사 사임 소식: 현 FIA, 특히 벤 술라옘 회장의 리더십 문제가 다시한번 제기되었습니다. FIA 스포츠부문 부회장 로버트 리드가 "거버넌스 기준의 근본적 붕괴"를 이유로 사임한 것인데, 리드가 공개적으로 사임 이유를 밝히며 물러난 반면 FIA쪽 입장은 쪼오끔 많이 애매합니다(BBC 기사 참고). 모터스포츠UK 대표 데이빗 리처즈가 공개적으로 현 FIA를 비난하고, 전 FIA CEO 나탈리 로빈이 비슷한 시점에 침묵을 깨고 지배구조 관행과 재정 투명성을 이유로 회장과 갈등을 빚다가 사임했단 점을 밝힌 것도 의미심장하죠. 로빈이 사임한 이후 감사위원회(audit committee) 위원장과 위원, F1 레이스 개입 의혹을 조사했던 준법감시인 해고가 이루어졌었다 점도 그렇겠고요(구글해보실 분들을 위한 이름 남겨놓기: Bertrand Badré, Tom Purves, Paolo Basarri).

탈것경주 동네 관련 소식들 쭉 체크하시는 분들이라면 BBC F1의 앤드루 벤슨발 3연타가 갖는 뉘앙스도 파악하셨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 

 

* 맥라렌이 2027년 WEC 하이퍼카 클래스에 참여합니다. 르 망 24시 복귀 이것으로 확정. 짧고 화끈한 발표가 인상적입니다. 긴 말이 필요없죠 아무래도? 

 

* 2026시즌 드라이버 계약 얘기: 메르세데스는 조지 러셀과 계약을 연장할 걸로 보입니다(autosport.com). 바레인 그랑프리 이후에도 RBR 쪽은 분위기가 썩 좋아보이지 않습니다(bbc.com). 그나저나 올해로 (알려진 바에 따른)계약기간이 끝나는 드라이버들이 꽤 되기에, 여러모로 소문이 창궐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으므로 낚시성 기사나 "출처: 내 머릿속" 보다도 더한 카더라에 조심하십시오. 이제부터는 어지간한 탈것경주동네 매체들도 믿기 어려워지는 때 😅

 

 

2025시즌 R03/24 일본 GP -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다시피한 

한 줄로: 차리는 중인 밥상에 에너지드링크 부은 게 우리 집일 줄이야 

금요일 아침, 비교적 덜 붐비는 시간
금요일 아침, 비교적 덜 붐비는 시간

스즈카는 그래도 꽤 자주/꾸준히 가고 있는 곳이어서 그럭저럭 다닐 만 했습니다 ... 라고 말하면 너무 미친사람같군요. 하지만 '나 정도면 그래도 무난한 편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곳 또한 스즈카죠. 현 기술규정과 여러가지가 맞물려서 "멋진 서킷이지만 추월/자리싸움하기에는 여엉"이 되어버린 곳이기는 한데, 그래도 저는 여전히 이 서킷을 좋아하는 쪽입니다. 일단 비교적 가까이 있는 "클래식"이기도 하고요. 

츠노다 유키가 홈 그랑프리를 RBR에서(!) 맞이한 바람에 역시나 엄청난 관심과 호응의 대상이었습니다. 퀄리파잉 세션에서 기대만큼은 못 미쳤다 해도 그건 타이밍이나 운 때문이 컸던 것 같네요. 무엇보다 금요일 FP1이 츠노다가 RBR 올해 차를 제대로 처음 타 보는 세션이나 마찬가지였음을 감안하면 퀄리파잉 세션에서 보인 팀메이트와의 기록차도 (긍정적인 방향에서) 흥미로운 쪽이라 생각합니다. 악명높은 "레드불 두번째 드라이버 자리"에서 그만큼을 한 거니까. 

퀄리파잉 결과는, 다 잡은 맥라렌 맨앞줄에 외양간 묻었지만 뭐 그런 날도 있는 거죠 ... 였는데 그래도 역시 아쉬웠습니다. 갑작스럽게 RBR의 베르스타펜이 기록을 깎아내 폴 포지션을 가져갔는데, 올해 서킷 동쪽 절반(대충 마지막코너 지나 메인에서부터 S구간-역 뱅크 지나서까지쯤)을 재포장하면서 노면 상태가 새 아스팔트 반 + 헌 아스팔트 반 된 것도 영향이 있었을 수 있겠습니다. 꽤 까다로운 서킷으로 유명한데도 올해 루키들 다들 참 잘 하데요. 아자흐도 그렇고 안토넬리도 운전 재밌게 하는 것 같아서 보기에 재미있었습니다. 베어만의 스타성도 마찬가지.

Q2 때 진로방해 문제로 윌리엄스의 사인스에 그리드 페널티가 있었던 것 외엔 전반적으로 퀄리파잉 깔끔했습니다. 이래저래 토요일 결과가 제가 바라는 식은 아니긴 했어도, 그래도 세션 자체는 꽤 괜찮았어요(금요일에 불타던 잔디밭들 잊지 못할 것 .... 대체 왜.... 건조주의보... 산불 조심...). 엪1동네 막장 싸움판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서킷답게, 맨 앞줄의 상태(!)를 보며 기대 반 걱정 반-이었지만 기우였더라고요. 세상에 그런 레이스가 될 줄 누가 알았겠냐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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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카는 마지막 코너부터 메인 지나 턴1 방향으로 쭉 살짝 내리막인데다가, (F1 기준으로는)턴2까지도 사실상 브레이크 없이 죽 가다시피 하는 곳이라 스타트 직후에 사고가 많이 납니다. 웬일로 아주 말끔한 첫 랩이 치러졌는데, 다들 안전운전해야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은 것이었을까요(일본-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 3연전은 무시 못 할 팩터니까요). 그런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올해 일요일은 좀 심할 정도로 밋밋했답니다. 늘 모든 그랑프리가 개쩔어!일 순 없다 하더라도 상위 10위 중 추월해서 순위 올리기 비슷한 것이라도 성공한 게 해밀튼 하나인 건 좀 심하잖아요. 게다가 포인트권에선 모두가 1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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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말에서 제가 알 것 같았던 부분은 해밀튼이 페라리에 적응하는 만큼 페라리도 해밀튼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단 것이었겠습니다(팀라디오는 트위터 타임라인 통해 간접적으로 체크, 부분만 확인했지만 라이브타이밍은 챙겨 봤으니 하는 얘깁니다). 이런 날씨에 하드 타이어로 출발하는 건 미친 선택일 수 있죠. 하지만 했고, 정석에 가까운 추월도 했습니다 - 문제는 그 스틴트를 더 길게 가져가지 않은 점. 저는 저 핏인 시점보다 10-12랩 정도 더 버틴 다음 들어가거나 아니면 아예 시작한 하드를 더 빡세게 쓴 다음 같은 시점에 핏하는 게 나았을 것 같았거든요. 빨강팀사람들도 아직 몰랐을 수 있지요죠 그 하드를 해밀튼이라면 그렇게 쓸 수도 있을 거라는 걸 ... 적으로 상대할 때 징글징글할 드라이버, 뒷차일 때 너무 싫은 바로 그 자여도 우리집(오 젠장 어째서 당신이 빨강 팀에)드라이버가 되면 그만큼 믿고 맡겨볼 만 한 운전자도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이자 마지막 스틴트의 미디움은 영 아니었는데, 밸런스가 무너진/흔들린 이유가 무엇이었을지 궁금하네요. 

그나저나 맥라렌의 "한 팀" 전략. 차 두 대가 있으면 두 대처럼 써야지 원 팀을 왜 그런 식으로 그렇게 전개했나 모르겠어요, 메인에 앉아 <그거아닙니다젭알머리라는걸써주실수???>상태가 되었던 저와 ...... 이런 레이스에서는 최소한 전략 쪼개기를 했어야 했습니다, 1-2 상황에 같은 랩 핏인은 괜찮지만(라기보다 당연할 수 있지만) 2-3 상황이라면 얘기가 다르죠. 어떻게 내 팀이 이런 멍청 행동을 ............. 수준의 판단 미스라 봅니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는데 결국 외양간에 포디움 맨 윗단을 넘겨 주게 되었으니까요. 그 피트레인 출구 문제도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만은(대체 왜 그 집에는 페널티 여부가 그렇게도 후하게 판정되는지. 물론 제 팔이 안으로 굽어 그렇게 보이는 것도 있겠지요). 

연습주행은 흥미로웠지만 퀄리파잉은 좋다 말았고, 레이스는 지루했는데다 내 팀은 어떻게이런멍청행동을 끕의 판단 미스를 했음에도 이 주말에 대해서는, 그런데도 내년에 또 가게 될 것 같다는 그런 기분이 남습니다. 제가 젠슨 버튼을 참 좋아했는데, 제 드라이버가 단추선생이었더라도 제 챔피언은 해밀튼인가봅니다. 그 어떤 드라이버도 서킷에서 제게 이 정도의 감흥을 주지는 못하고 있는 걸 보면요(심지어 단추선생 같이 달리던 시절에도!).

그 모든 도전과 성취와 좌절과 영광들 그런 걸 두고서 다시한번 “처음”을 선택하기. 그걸 시작해가는 자리를 보아 즐거웠습니다. 빨강 차를 탄 해밀튼이 진짜로 있더라고요. p7 한 레이스에서 이런 거 느끼기 쉽지 않은데. 아무튼 참 흥미로운 드라이버입니다. <그래도 어쩌면 혹시>를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이버의 또다른 모든 처음들을 본다는 것은 각별하군요. 

 

2025시즌 R04/24 바레인 GP - 비행코알라 진짜 있음 

한 줄로: 그래도 두 번은 붓지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파파야 여러분

바레인 그랑프리는 낮경기였던 시절에는 글쎄 이걸 그렇게까지...?였는데, 야간 경기로 전환된 이후로는 사막의 유잼 플레이스가 된 게 너무 웃깁니다(그렇다고 첫 해였던 2014시즌끕의 뭔가가 있었나 하면 잘 모르겠지만요). 아시죠, 그랑프리의 재미 판정에는 내가 응원하는 팀/좋아하는 드라이버가 잘 되는지 여부도 꽤나 작용한다는 것을. 두 시간 동안 중계에 한 5분 나오려나 되더라도 결과가 좋으면 아무래도 괜찮아지며 포디움 꼭대기는 정말 좋은 자리입니다. 폴 투 윈 확률 (현 시점까지)100%의 호주산 비행코알라 진짜 있음. 이런 승부미치광이같은 면모 잠깐만 눌러놓고; 이어보겠습니다.

 

연습주행부터 맥라렌이 쭉 좋았기 때문에, 당연히 첫줄을 파파야들이 차지할 것 같았는데 다른 집들이 끼어들었습니다. '집'이 아니라 '집들'인 게 중요합니다. 거기에 알핀의 가슬리도 있는 게 재밌군요. 엔스톤에서 뭔가를 해내긴 한 듯. 

페라리의 르클레르는 역시 뛰어난 퀄리파이어이며, 해밀튼 쪽은 Q3 두번째 시도가 좀 아쉬웠습니다(Q1 때 괜찮았던 걸 감안하면 더). 메르세데스의 안토넬리는 아무래도 루키다보니 Q3 때 기록 삭제 하나 안고 시작할 때는 그만큼 부담 있을 수 있었을 텐데, 루키답지 않은(어쩌면 루키라서 가능한?) 괜찮은 대처를 보였습니다. 메르세데스 둘 다 Q2 세션 재개 때의 <개러지에서 너무 일찍 나감>문제로 1그리드씩 페널티 안고 시작했지만(사실 1그리드만 나온 게 운이 좋은 쪽이었다 생각합니다) 페널티 받아도 둘째줄, 셋째줄이었으니 괜찮습니다. 페라리는 바레인 GP에서 적용한 플로어 업데이트가 효과가 없진 않은 것 같은데 살짝 아쉬운 느낌도. 외양간이 (살짝)헤매는 동안 파파야들이랑 마굿간이 최대한 올라와서 싸우길 바랐는데 어째 파파야들이 독주하다시피 한 주말입니다. 뭐 이것도 나쁘진 않습니다만 ... 그래도 뭔가 좀 "경쟁"같은 게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갖게 되는 건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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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은 피아스트리, 포디움은 피아스트리, 러셀, 노리스라는 비교적 예상 가능한 조합이었습니다. 이것으로 바레인GP 종료 시점까지 스프린트를 포함한 모든 레이스가 폴 포지션에서 출발한 드라이버가 우승했다는 진기록이 생겨버렸는데, 아직 R04/24 시점이라고는 하나 썩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일단 맥라렌은 1-3, 1-2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토요일의 아쉬움이 살짝은 있었던바람에. 하지만 피아스트리가 기념GP 징크스(이번이 커리어 50GP째였거든요) 이런 거 알 바 아님 모드로 아주 깔끔한 폴 투 윈을 가져갑니다. 페라리만 아니었어도 커리어 첫 그랜드슬램(=폴에서 출발해 모든 랩 리드하고 패스티스트랩도 기록하고서 우승)을 했을 뻔 했고요. 특히 세이프티 카 이후한 번 정리된(?) 필드에서 약 20랩 동안에 팀메이트에 16초 얹어주기를 해냈다는 것에서 의미가 크겠습니다. 바로 다음 팀 위로도 15초+를 얹어놨고. 피아스트리의 올 시즌 드라이버스 챔피언십 본격 경쟁 가능성, 맥라렌의 집안싸움 예상, 이런 게 바레인GP 종료 후 급부상한 이유가 다 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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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맥라렌 차가 올해 괜찮다는 걸 부정할 사람 아-무도 없을 거에요 아마 팀에서도 인정할 걸요? 이 우위를 이어갑시다, 내지는 더 앞서나가도록 힘내봅시다-면 모를까 어떤 집처럼 '우리의 영 별로인 차를 우리의 뛰어난 드라이버가 저렇게까지 해 냄'어필을 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너무 대놓고 빠른 수준이기 때문에요. 그래도 저런 어필을 하는 철면피들도 있긴 했지만... 아무튼.

"괜찮은 차" 운전석을 손에 넣었을 때 그 차에 기대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나 그리고 그것을 꾸준하게 할 수 있는지의 문제에서 피아스트리가 이 레이스를 통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아직 이번 시즌 초반이라(R04/24임을...) 확답은 이르지만, 이제 풀시즌 2개 달려봤고 3년차에 접어든 운전자임을 고려하면 기대가 생깁니다. 팀메이트인 노리스 쪽에선 부담인 동시에 좋은 동료겠고요. 피아스트리의 (레이스 운영 차원에서 몇 안 되었으면 좋겠는)단점이라면 타이어 관리였는데 빠르게 나아지고 있어서 앞으로가 앞으로가 대단히 기대됩니다. 좋은 WDC 경쟁 해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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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 세이프티 카 - 큰 사고까진 아니었어서 다행이지만 큰 부품 떨어짐 문제는 역시 좀; - 만 아니었어도 맥라렌이 더 크게 앞서나갔을지? 그것까진 모르겠네요 하지만 덕택에 노리스가 p3 가기 수월했던 것도 사실. 적절한 판단, 좋은 운영, 드챔경쟁에 뛰어들기를 망설이지않는 차분한 코알라청년의 주가가 치솟는 한편으로- 이렇게 팀이 잘 돌아가면 이제 탈것경주동네의악습 <저 집 집안싸움 언제 시작되나 팝콘을 준비해보자 전자레인지 문 열어>가 될 수 있겠지요. 그래도 그건 나중 일일 테니, 일단은 빠른 드라이버 옆엔 빠른 드라이버가 있는 게 (멘탈만 안 바스라지면)서로에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메르세데스에서는 러셀 p2, 안토넬리 p11. 여긴 꽤 재밌는 전략적 접근을 했죠 중고 소프트 다 털어가며 달리기. 3스톱으로 안토넬리 쪽도 p11 한 거면 나쁜 레이스는 아니었겠어요(0포인트인게 아쉽긴 해도). 다시 봐도 SC 시점이 참 공교롭게 흘러가긴 했네요. 까딱하다간 난감하게 흘러갈 수 있었을 레이스를 러셀이 p2에서 잘 마무리하면서 팀에 포인트 쏠쏠하게 벌어옵니다 드라이버의 꾸준함이란.

러셀 쪽엔 차에 이런저런 문제들이 있었다고 하죠? F1 차들이 대놓고 섬세해서 달리다가 고장나거나 하는 경우 꽤 잦다고는 하지만(그래서 정말 심각한 것 아니면 팀에서도 모든 고장 문제를 드라이버에게 리포트하지는 않기도 한다 하지만) 트랜스폰더 나가는 바람에 라이브타이밍 전체가 레이스 막판에(!) 꼬이는건 또 별일이었습니다. DRS 잘못 열림 문제도 그렇고.

드라이버 트래커에 혼란 +63
드라이버 트래커에 혼란 +63

DRS 일은 페널티 안 나가고 넘어갔는데 바로 그래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되었단 느낌도 있습니다. 악용할만한 구멍을 열어준 느낌이라 쪼오끔 불길하단 얘기. 기우이길 바랍니다. 관련 결정문 참고하십시오(그나저나 쇼브 선생님 정말 팀을 우주방어하신 듯). 

페라리에서는 르클레르 p4, 해밀튼 p5. 미디움-미디움-하드라는 상당히 과감한 전략적 선택을 했고 그게 꽤 잘 먹혔는데(위에서 피아스트리 그랜드슬램 페라리 때문에 막혔다고 했잖아요 왜겠습니까), SC시점에 중고 소프트 대신 새 하드 선택하는 바람에. 다른 집 하드 씀씀이 별로였던 거 안 보셨습니까. 물론 25랩 남긴 상황에 소프트 고르기 고민되었을 수 있지요, 최대한 순위 지키는 방향으로 가는 게 나았다 생각했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두번째 스틴트 새 미디움 쓸 때 해밀튼이 피아스트리급 페이스를 내던 거 생각해보면 어차피 미칠 거 그냥 소프트 한 번 신겨 보지 그러셨어요, 싶기도 한 것입니다. 역시 아직은 친해지는 과정(?)인 것일지도.

고통받기챔피언십이 아닌 드라이버스+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경쟁하는 사이인데 어느 드라이버 쪽이 더 아쉬운지를 논하는 데엔 의미없다 보는 한편으로, 빨강 팀에 익숙해져서인지 종종 체념 비슷한 듯한 면모 보이는 르클레르와 비슷한 듯 다른 해밀튼식 접근법이 흥미로웠습니다. 7(+1)회 챔피언이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기를 망설이지 않는 동시에 굉장한 자기 확신을 보여준다든지 하는 태도들에서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사과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여러모로 <오늘의 드라이버>였던. 

RBR: 베르스타펜 p6, 츠노다 p9. 츠노다 쪽을 S-S-M으로 밀어봤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해요 뭔가 핏스톱 가져간 타이밍이 살짝 아쉬웠습니다. 베르스타펜 S-H-M 돌려가며 썼는데 하드 아니다싶을때 빨리 접고 미디움 간 건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그리고 SC때 안 들어가고 버틴 것도. 남은 타이어 문제도 있었겠지만). 팀의 "리더"는 그 집이 잘될때보다 잘 안 될 때 진가가 나오는 법이죠, 상반기 내내 하 수상한 상태로 갈 거 같은 외양간 ... 업데이트 패키지 가져오면 또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팀 내부 다이나믹 엌케 되어가는진 알빠x 여도 실무 쪽 높은 사람들 탈출은 꽤나 이어지던 거 같지요? 전략 맡으시는 하나 슈미츠 선생님, 맥라렌의 피트월은 선생님을 언제나 환영할 겁니다. 

알핀: 가슬리 p7, 두한 p14(*트랙리밋 문제 5초 페널티 적용). 두한 쪽이 좀 아쉽긴 한데 이해는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엔스톤의 광인들이 이 그지깽깽이같은 피렐리 타이어를 다루는 법을 찾아냈는지 가슬리 퀄리파잉 결과가 정말 좋았습니다. 그러니까 숏 런용 비법은 찾아낸 거 같은데 레이스 결과 보니까 레이스 거리만큼 달리는 데에선 약간 애매해보인다는 그런. 그래도 제법 추월이 불가능하진 않은, 널찍한 사키르에서 이 정도 결과면 앞자리 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보여줬다 싶어요. 중위권 컨스트럭터스챔피언십 경쟁(대충 5-7위 얘기)에서 꽤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을까요. 

하스: 오콘 p8, 베어만 p10. 든든한 중위권팀- 은 무슨 이 집 진심 끔찍토요일 보내고 거둔 일요일 결과인 점 각별합니다(베어만 p20, 오콘은 Q2때 크래시해서 레드플랙 소환했었으니;). 코마츠 선생님네 하스는 다르다는 그렇다는...? "되는 집"분위기가 살살 감도는 중인데 그렇길 바라고요. 쪼끔만 더 결과-안정적으로-뽑아내기가 가능하다면 내년엔 피트레인 중간쯤 개러지 쓰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출구 방향 가까운 쪽으로.

윌리엄스: 알본 p12, 사인스 DNF. 사인스는 첫 랩부터 좀 불안불안했는데 이런저런부딪힘내지는부딪힐뻔함 끝에 사이드포드 뚫림까지 겪고 리타이어했습니다. 팀 옮김-적응의 문제일지 다른 무엇일지는 아직 조금 더 지켜보아야겠지 싶습니다. 지금 상위권은 맥라렌이 확실하게 빠름 - 두세 집이서 엎치락뒤치락 - 나머지를 놓고 그리드 절반쯤이 싸움, 이런 모양새여서 "나머지들 중엔 그래도 여기가"가 되는 게 상반기에 꽤 중요할 것 같거든요, 어디까지나 짐작이지만. 그래도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저 집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 보니. 

작은외양간: 아자흐 p13, 로슨 p16(*다른 차와 충돌 문제로 5초+10초 페널티 이렇게 두 개 적용). "외양간 B팀"의 숙명인지뭔지 참 이래저래 우당탕탕한 드라이버가 꼭 하나는 있게 마련인데 그게 지금은 로슨이군요. 작은외양간 차로도 어떻게 하던 건 츠노다라서였나? 싶은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삽시간에 페널티포인트(운전자 벌점) 순위권으로 올라가게 생긴 로슨 문제 어뜨카면좋니. (*이 글을 쓰는 시점엔 해당 페이지에 아직 사키르 2025 분량은 업데이트 전이긴 한데, 하고 나면 로슨 한 6점? 될 거예요). 12점 모아 결석하게 되는 일은 없게끔 안전운전하길 바랍니다. 

아스톤 마틴: 알론소 p15, 스트롤 p17. 얘기가 안/덜 나와서 그렇지 지금 여기 심각합니다 스티어릴 휠 컬럼 문제(로 추정되는 것)도 그렇고(FP2때 알론소 "핸들 뽑힘"문제 얘기). 올해 차를 5월부터 일한다던가 하는 에이드리언 뉴이가 하루아침에 뿅 위닝카로 변신시켜줄 것도 아닐 거테니까요. 게다가 큰외양간에서 AM 갈 때 이직막으려고 외양간이 소송전까지 불사했던 케이스였던 댄 펠로우스가 AM 떠났단 얘기도 나왔고요. 그만한 투자와 그런 드라이버 구성과, 그런 인력 지원 속에 나온 결과가 지금 이 상태라면 상당히 심각해보입니다. 레이스 외적인 이야기긴 해도 그게 현재의 상황에 영향이 아예 없다고 하긴 힘들 것이므로... 혼다 파트너십 본격화되는 내년에 어떻게 될지도 그렇고요. 

자우버: 보토레토 p18, 휠켄베르크 DSQ(*바닥-플랭크 문제). 천하의 조너선 위틀리가 팀 프린시펄로 와도 검차과정에서 걸리는 기술규정-실격 문제는 어찌하지 못 하나봅니다(그런데 그게 맞음). 자우버도 어째 여엉 아닌 상태 이어지고 있는 집인데, 아우디만 바라보고 있다 한들 당장이 별로라 내년에 어뜨케 될지는 좀. 설마하니 나중에 (안드레티)캐딜락 들어와서도 밀리면 그건 좀 곤란하겠습니다 힌빌 사람들의 가오가 있지.

레이스 운영 측면에서 몇 가지. 좀 괴상한 페널티들 문제가 있었습니다. 일단은 그 노리스 스타트 문제도, 저는 최소 10초 페널티는 나올 거 같았는데 5초만 나와서 의외였거든요. 우리 팀 일이고 페널티 수행이 전반적인 흐름에 큰 영향 안 줄 수 있을 만큼 차도 괜찮았어서 다행이긴 한데, 그게 바람직한 결정이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드라이버의 페널티 수행 여부도 똑바로 안 챙겨서 문서 회수하는 추태 보여준 스튜어드 여러분들도 그렇고요(윌리엄스의 사인스 문제).

이런저런 일들 많다면 많고 없다면 또 없는 그런 레이스였는데요. 그래도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된 점이 다행입니다. 대충 이번 시즌의 1/6쯤을 치른 이 시점에 샹하이 제외하고 그나마 제일 트랙에서의 뭔가가 있었지 싶어요....? 사실 샹하이도 레이스 자체는 별 거 없었죠....? 2022기술규정 끝물인 이때 팀들이 어디까지 해낼 수 있나(특히 중하위권) 그리고 드라이버들이 또 뭘 해내나(특히 상위권) 지켜보기로 하겠습니다.

 

 

최근의 TMI  

* 메르세데스의 전 해밀튼 담당, 현 키미 안토넬리 쪽 데이터/퍼포먼스 엔지니어 마이크 산소니가 이직한다고 합니다. 그간 일해온 포지션이 포지션이다보니 이래저래 관심 대상이 되는 중. 올해 알버트 파크까진 그래도 피터 "보노" 보닝턴 옆자리 고정석에서 보였었단 말이지요? BBC 스포츠 기사에 따르면 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간다고 합니다. 그 축구팀 소유주(?)인 이네오스의 짐 라치클리프가 메르세데스 F1팀 지분 1/3쯤을 가지고 있는 걸 고려하면 여러가지 연결고리가 작동했지 싶어요. 이것이 유능한 엔지니어의 F1동네 이탈일지, 그걸 막기 위한 일종의 사이드프로젝트 제안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지도요. 이러다 내후년쯤 빨강 팀에서 보게 되면 그 또한 흥미로운 일이겠습니다(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요). 

 

 

그리고 다가올 이것저것  

* 4월 18-19-20(-21)일 사우디아라비아 그랑프리. 3연전의 마무리입니다. 저는 제다 코니쉬 서킷 안 좋아하지만... F1아카데미 경기가 있는 주말입니다! 그전에 어여 F1아카데미 소개/드라이버 소개도 써오겠습니다. 이제는 더 늦어지면 안 될 때;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편지는 4월 29일에 보내드릴 예정이에요. 제다 2025 얘기, 마이애미 전 이것저것-이 될 것 같습니다. 

즐거운 날들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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