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는 왜 지금 이런 사람을 뽑을까 #1 - 당근

절제된 과감함: 49개의 채용 공고가 말하는 당근의 Next Chapter

2026.04.22 | 조회 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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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id

지난 두 개의 뉴스레터에서는 시장의 큰 그림을 봤습니다. 먼저 Candid가 1분기에 의뢰받은 포지션 데이터를 통해 '만드는 사람'에서 '키우는 사람'으로의 이동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약 1,000명과 대화하며 연봉이 아닌 성장의 정체로 이직을 고민하게 된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시장 평균은 평균일 뿐입니다. 결국 사람이 실제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대상은 '시장'이 아니라 '회사'입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공고 하나만으로는 회사의 방향을 알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같은 회사의 공고 수십 개를 같이 놓고 보면, 현재의 우선순위,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관점으로 회사를 읽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그 흐름과 방식을 공유해 보려 합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당근'입니다. 2025년 당근 본체의 매출 약 2,690억, 영업이익 약 671억 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냈습니다. 하지만 연결 영업이익을 따져보았을 때는 146억 원이 됩니다. 해외와 신사업의 적자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돈을 번 회사가 그 돈을 어디에 다시 쓰는가?"는 회사의 방향성을 알기에 좋은 질문입니다. 그리고 2026년 4월 20일 기준, 49개의 채용 공고 속에서 그 답을 찾아 보려 합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

저는 당근 내부 사람이 아니며, 당근에 대한 내부 정보 또한 전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 글에 담긴 내용은 전부 공개된 채용 공고와 언론 보도, 공시 자료, 주주총회 내용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로 해석한 것들입니다.

그래서 이 글의 내용이 틀릴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 글을 통해 어떤 결론을 주장하기보다, 회사의 비즈니스와 흐름을 읽는 방식으로서 채용공고를 활용하는 방법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따라서 애초에 틀린 내용일 수 있고, 동의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구독자 분들의 견해를 공유해 주시면 진심으로 감사하겠습니다. 글의 내용에서는 '이 관점으로 보면 이런 그림이 보이는구나.' 정도의 흐름에만 집중해 주셔도 충분합니다.


49개의 채용공고를 함께 읽으면 보이는 특징

직무별로 보면 백엔드 엔지니어가 10개의 채용공고로 가장 많고, 프로덕트 매니저가 6개, 디자이너와 프론트엔드가 각각 5개로 뒤를 잇습니다. 사업 부문별로 나누자면 플랫폼/인프라 13개, 로컬비즈니스 5개, 중고거래 5개, 광고 4개, 당근페이 4개, 나의당근 3개, 커머스 2개, 모임 2개, 알바 2개 순입니다.

가장 흥미로운 포인트는 채용공고를 모아 놓고 보았을 때, 비슷한 단어들이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디컴포지션', 'Migration', '재설계', '재정의'와 같이 '유지'보다는 '변화' 결의 단어가 훨씬 자주 언급됩니다.

저는 결국 이 지점에서 당근의 특징이 나타날 것이라 보았습니다.

49개의 채용공고를 상세 내용까지 보면, 크게 세 가지 특징이 보입니다.

방향 1 - 광고 : 자체 판매에서 플랫폼으로

매출 2,690억 원 중 99% 이상이 광고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광고 수익의 핵심 동작 방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광고 관련 Agency Sales, Client Sales, PM, BE 총 4개의 직군 동시 오픈
  • 광고 PM 채용공고에 'Programmatic 광고에 대한 관심과 기술적 이해도' 명시
  • BE 채용공고에 '하루 수억 건의 광고 요청을 처리'하는 시스템 규모 언급

광고 세일즈 영역은 대행사에게 세일즈를 하는 방식과 광고주에게 직접 세일즈를 하는 방식으로 동시에 넓히고 있습니다. 또한 PM과 BE를 동시에 채용한다는 것은 '사람이 파는 광고'에서 '시스템이 파는 광고'인 플랫폼 형태로서 넘어가는 구간이라고 보여집니다. 실제 광고주 수는 2년 연속 +37% 성장을 하는 반면, 집행 광고 수 증가율은 2024년도 +52% 대비 2025년도 +29%로 둔화되었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 더 많은 매출을 내기 위해서 광고 직접 판매의 한계를 벗어나 Programmatic 광고를 더욱 고도화하려는 채용으로 보여집니다.

방향 2 - 당근페이 : 앱 내 기능에서 독립 핀테크로

당근페이는 2024년 한 해 적자 98억, 3년 누적 251억의 적자를 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8억이었습니다. 이런 수치만 보면 축소 1순위 후보입니다. 하지만 채용공고의 구성은 반대입니다.

  • BE, FE, PM, BD 등 다양한 직군에 대해 동시 채용
  • BD의 경우 7년 이상의 경력과 함께 "금융, 카드사 등 외부 파트너십을 발굴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라는 내용 명시
  • BE는 MSA 분산 트랜잭션 등 결제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요구
  • PM은 온/오프라인 결제, QR과 NFC 전반을 담당

여기에 "적자가 나더라도 수익화 신호가 보이면 더욱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라는 경영진의 맥락이 더해져, 결국 당근페이는 독립된 핀테크 서비스로서 의도된 베팅으로 보입니다. 또한 추후 '관계 플랫폼'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로 판단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구요.)

방향 3 - 당근 본체 :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관계 플랫폼으로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했던 부분입니다. 디자이너의 채용공고 속 한 문장이 이를 대표적으로 나타냅니다.

"단순한 마이페이지가 아니라 사용자의 다음 행동을 이어주는 개인화된 허브"
Product Designer |  나의당근

당근은 과거부터 단순히 중고물건을 사고파는 '거래 앱'을 넘어, 동네 사람들을 묶어 두는 '관계 플랫폼'으로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이동은 49개의 채용공고에 어떻게 드러나고 있을까요? 크게 3가지 정도를 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오프라인 모임을 '사업'으로 키운다는 점입니다.
커뮤니티와 관련하여 PM 인턴과 FE를 동시에 채용하고 있는데요, 세부 내용을 확인했을 때 '경찰과 도둑' 같은 모임이 단순한 휘발성 트렌드로 흘러가지 않고, 거대한 '제품'으로 묶여 가는 중간 과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저는 오프라인 모임, 커뮤니티가 관계 플랫폼에 있어서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점에서 이번에 오픈된 Product Manager 인턴 채용공고는 PO/PM 커리어를 지망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주변 주니어 분들께도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몇 없는 PM/PO 인턴 공고이기도 하구요!

두 번째는 이웃과 사장님의 연결을 재설계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로컬비즈니스와 관련해서 BE와 PD(Product Designer) 채용공고에 아래 내용이 있습니다.

  • 로컬비즈니스(주문경험) BE : 당근 QR 오더 및 픽업 제품의 백엔드 핵심 시스템을 설계, 개발, 운영 / POS, PG, 외부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연동
  • 로컬비즈니스(비즈프로필) PD : 사장님이 당근 안에서 자기 가게를 드러내는 도구를 다듬는 역할

단순한 O2O 서비스의 결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배달의민족이나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가 '거래 중개'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당근은 '이웃이 평소에 아는 사장님'이라는 관계 위에 주문과 결제를 얹으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건조한 거래 자체보다 '동네 사장님을 아는 경험'을 지키고 강화하는 방향으로요.

세 번째는 신뢰와 안전을 독립화하여 관계의 유지에 많은 신경을 쓴다는 점입니다.
현재 중고거래 팀의 BE 채용공고는 0개입니다. TO 등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저는 제품 자체가 상대적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대신 'Risk Manager'와 'Trust & Safety Manager' 채용공고가 있습니다. 관계 플랫폼에서는 '거래 성사' 그 자체보다 '거래 이후'의 경험이 훨씬 중요합니다. 사기나 분쟁 한 번이 이 커뮤니티에 대한 신뢰를 전부 잃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 중고거래에는 '만드는 사람' 대신 '지키는 사람'을 더욱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3가지 시도가 이루어지는 사이, 커뮤니티, 모임 지표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누적 모임 수 +63%, 동네생활 탭 소통 글 8,600만 건, 광고주 수 +37% 를 달성했습니다. '경찰과 도둑', '감튀 모임' 같은 오프라인 친목 모임 트렌드가 트래픽을 견인하면서 그 트래픽이 결국 광고 매출로 연결될 수밖에 없으니, 당근의 입장에서는 이런 기회를 무조건 잡아야 할 것입니다.


성숙한 AI

위 내용들은 당근에 대한 거대한 방향성이라면, 의외의 포인트에서 흥미롭게 보았던 것은 AI에 대한 당근의 인식, 활용입니다.

기존에도 테크 블로그나 링크드인의 포스팅 글을 접하며 업무에 AI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요, 채용공고에도 그 점이 드러납니다. 로컬 커머스 팀의 BE, FE의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AI 도구 활용에 대한 내용이 자격 요건으로서 명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BE는 3년 이하의 주니어를 채용하는 반면, FE는 4년 이상의 미들급 이상을 채용 중입니다. 아직 중고거래처럼 안정된 사업이 아님에도 이런 채용공고인 이유는, 결국 AI Native한 팀으로서 운영, 성장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그 외 운영 BE, ML 인프라, AI Security Engineer 등 여러 채용공고들의 단서들을 조합해 보면 당근은 이미 LLM을 내부적으로든, 서비스적으로든 실무에 깊숙이 활용하고 있는 단계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절제된 과감함

위 내용까지만 보면 당근이 과감하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과감함에는 분명한 절제가 있습니다. 실제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이 "벌어들인 영업이익 안에서만 투자하여 흑자를 유지하겠다." 라는 언급을 했습니다.

숫자가 나타내는 바도 그 내용과 맞습니다. 2025년 당근은 캐나다 법인에서 약 375억 원, 일본 법인에서 약 34억 원, 당근페이에서 약 98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해외 고객 확보 비용으로 인해 마케팅 지출 비중도 커졌고, 결국 연결 영업이익의 수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외 사업에 대해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표현하면서도 김용현 공동대표는 캐나다에 상주하며 북미 사업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당근페이는 재무적으로 적자 확대 중이고, 조직적으로는 독립 핀테크 완성 단계에 가깝습니다. 이 비대칭이 당근이 의도한 베팅인 것은 맞지만, 성공이냐 실패냐는 2~3년 뒤에 가 봐야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연결 흑자는 지킨다는 점에서, 당근이 과감함과 절제를 함께 설계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맺으며

채용공고는 시장의 흐름을 알기 위한 좋은 데이터지만, 위처럼 회사를 알기 위한 좋은 데이터이기도 합니다. 오늘처럼 채용공고를 바탕으로 기업에 대해 분석하는 글을 종종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궁금한 기업이 있으시거나, 더 말씀 나누고 싶으신 것이 있거나, 피드백 주실 것이 있다면 편히 wonjun.lee@teamcandid.kr 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나의 회사는 어떤 사람을 뽑아서 무엇을 하고 있나요? 그리고 나는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자료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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