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당근의 49개 채용공고로 당근은 어떤 사람을 왜 지금 뽑고 있는지 엿보았습니다. (이전 글 보기)
이번에는 무신사에 대해 분석해 보려 합니다. 무신사는 2024년에 매출 1조 2,427억, 영업이익 1,028억 원으로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2025년은 매출 1조 4,679억, 영업이익 1,405억(+36.7%), 거래액 약 5조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썼습니다.
그런데 박준모 대표님은 흑자 전환 직후인 2025년 4월, 내부 메시지를 통해 비상 경영을 선언했습니다.
"여러 가지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무신사가 임하는 비즈니스의 복잡도도 높아지고 있어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흑자를 내면 축하할 법도 한데, 오히려 비상 경영을 선언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그리고 그 회사는 지금 어떤 사람을 뽑고 있을까요. 2026년 6월 2일 기준, 무신사의 133개 채용 공고를 통해 그 답을 찾아 보려 합니다.
133개의 채용공고
2026년 6월 2일 기준, 무신사 채용 사이트에는 133개의 공고가 오픈되어 있습니다. 사업부로 보면 아래와 같이 있습니다.
| 사업부 | 개수 |
| 무신사 | 81 |
| 무신사 스탠다드 | 16 |
| 29CM | 11 |
| 무신사 페이먼츠 | 10 |
| 무신사 글로벌 | 9 |
| 무신사 로지스틱스 | 6 |
패션 커머스 플랫폼이어서인지 직무로는 MD가 15개로 가장 많고, PM/PO가 17개, 마케터가 20개, 개발자가 14개였습니다.
특징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두 가지 특징이 눈에 띕니다. 첫째, 5년차 이상의 시니어 공고가 전체 공고의 75%를 차지합니다. 둘째, 41건이 직전 한 달(2026년 5월) 안에 새로 오픈됐습니다.
지난 당근 분석에서는 49개의 공고에서 '디컴포지션', 'Migration', '재설계', '재정의'와 같이 '유지'보다 '변화' 결의 단어가 반복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신사의 133개 공고를 같이 놓고 보면 결의 단어가 조금 다릅니다. '0에서 1을 만드는', '처음부터 설계하고', '신설 조직', '내재화', '확장', '리딩'과 같이 '재정의'보다는 '신규 구축'에 가깝습니다.
당근이 '정리'였다면, 무신사는 정리도 정리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단계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부분이 크게는 세 가지 방향으로 나타납니다.
방향 1 : 패션 플랫폼에서 AI Native K-패션 인프라로
2025년 무신사 본체의 매출 구성은 수수료 38.76%, 자체 브랜드(무신사 스탠다드) 30.78%, 직매입 27.3%입니다. 즉 무신사는 더 이상 단순 패션 커머스 플랫폼이 아니라, 플랫폼 + SPA + 유통이 3분할된 회사가 되었습니다.
무신사 본체에 들어간 81개의 공고를 보면, 회사가 코어를 통째로 갈아 끼우고 있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Backend Engineer를 필요로 하는 곳들은 Foundation Platform(공통 플랫폼/SDK/개발자 포털), Search & Recommendation(검색, 추천), SCM Hub(공급망)입니다. 즉 외부 고객이 보는 화면이 아니라, 내부 체계를 다시 만들어가는 곳들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문장들을 몇 개 가져와 보았습니다.
"사용자의 실시간 행동 로그, 구매 이력, 취향 데이터를 결합하여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개인화 추천 시스템을 개발합니다."
- Backend Engineer | Search & Recommendation
"AI Agent를 활용한 Agent 개발 경험 또는 AI-DLC 기반의 개발/리뷰/테스트/운영 프로세스 적용 경험"
- Backend Engineer | Foundation Platform (우대사항)
"SCM Hub Product는 무신사의 비즈니스 근간인 '상품의 흐름'을 설계하는 심장부입니다. (...) 우리는 단순히 기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듭니다."
- Product Lead | PBO SCM Hub
검색, 추천, 카탈로그, CRM, SCM 등이 모두 AI 기반으로 재설계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 외에도 ML Engineer, MLOps Engineer, AI Operator, Data Operation 공고가 동시에 떠 있습니다. 특히 AI Operator는 3개월 계약직이며 LLM 프로젝트의 골든셋, 프롬프트 사이클을 직접 운영하는 자리입니다. 커머스 플랫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상품 검색과 추천의 핵심 동작을 AI 기반으로 갈아 끼우고 있습니다.
방향 2 - 무신사페이먼츠 : 0to1을 만드는 정산팀
당근페이가 독립된 핀테크로의 의도된 베팅이었던 것처럼, 무신사페이먼츠 또한 비슷한 포지션입니다. 다만 베팅의 강도와 단계는 조금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무신사 페이먼츠는 단독 사업부로 10개의 채용공고가 열려있습니다. 무신사 글로벌(9개), 로지스틱스(6개)보다 큰 규모입니다. 그리고 구성 또한 규모가 꽤 큽니다. 결제, 선불, 정산 세 개의 백엔드 라인과 AML Compliance Operations / Specialist / Compliance Specialist 3건, Security Audit Manager 2건, 내부 감사 담당자 1건 등 금융사 수준의 규제 대응 인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채용공고의 아래 문장에서 현재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정산팀은 무신사페이먼츠 엔지니어링실 산하 신설 조직으로, 연간 5조 원 규모의 거래에 대한 정확하고 투명한 정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한 조직입니다. (...) 이 포지션은 정산팀의 첫 번째 리더로서, 0에서 1을 만드는 여정을 함께할 분을 찾고 있습니다."
- Engineering Manager | 무신사 페이먼츠 / 정산
그리고 채용공고 외적으로도, 2024년 11월 무신사페이먼츠는 금융위원회에 선불전자지급업으로 등록을 마쳤고, 2025년 7월에는 자체 간편결제 '무신사머니'를 출시했습니다. 현대카드와의 PLCC도 운영 중입니다.
당근페이가 '본체 트래픽을 활용해 송금과 페이로 확장'하는 그림이었다면, 무신사페이먼츠는 거기에 PG, 선불, 정산까지 동시에 직접 깔고 있습니다. 그리고 IPO 직전에 이 라인을 별도 분사 가능한 사업체로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방향 3 - 무신사 글로벌 : 무신사의 다음 성장 엔진
앞선 두 방향성이 내부에 대한 방향성이었다면, 세 번째 방향성은 가장 큰 베팅인 글로벌입니다. 박준모 대표님은 2025년 6월 10일 무신사 글로벌 파트너스 데이에서 두 가지 발언을 동시에 했습니다.
"무신사는 앞으로 5년 안에 글로벌 거래액 3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IPO를 무신사의 글로벌 확장에 중요한 재원 확보 방안 중 하나로 본다. 조만간 주관사 선정 등을 통해 원하는 수준의 자금조달 가능 여부를 중점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결국 무신사가 IPO를 검토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확장의 자금이고, 그 목표 숫자는 5년 내 3조 원입니다. 2025년 글로벌 수출액이 489억 원이었으니, 약 60배에 가까운 성장입니다.
이러한 내용이 채용공고에도 잘 드러납니다.
- 무신사 글로벌 단독 9개 공고 : 중국, 일본 크로스보더 PM, Sales Operation Manager - China, Sales Planning Manager(글로벌 브랜드)
- 무신사 본체의 외국인 타겟 Growth Marketer, 중국어/일본어 통역사 2건
- 무신사 스탠다드의 Off-line Retail Operation Lead, Global Retail Manager
- Beauty PB의 Global Marketing Lead/Manager, Global Sales Lead
"글로벌 커머스는 무신사의 글로벌 영토 확장과 실질적인 수익 창출을 전담하는 실행 조직입니다. (...) 조조타운(일본), 티몰 글로벌(중국) 등 국가별 거점 플랫폼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크로스보더(CB) 사업 전반을 통합 운영합니다."
- Commerce Program Manager | 글로벌
여기에 2025년 8월 무신사는 안타 스포츠와 60:40 합작으로 '무신사 차이나'를 설립했고, 상하이 오프라인 매장 오픈을 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2025년 10월 도쿄 시부야에 8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한 역대 최대 팝업을 열어 오픈 3일 만에 1만 3천명이 오기도 했습니다.
당근이 캐나다와 일본에서의 적자를 의도적으로 감수하고 있는 정도라면, 무신사의 글로벌은 단순히 적자를 감수하며 해외 시장을 테스트하는 수준이 아니라,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 상당 부분을 글로벌 확장에 투입하려는 것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정리도 함께하고 있다
위 세 방향이 새롭게 만들어가는 쪽이라면, 동시에 정리하고 있는 쪽도 있습니다.
솔드아웃을 운영하던 자회사 SLDT는 3년간 누적 87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뒤, 2024년 12월에 무신사 본체에 흡수합병을 시작해 2025년 초에 완료되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 직매입 사업을 하던 무신사 트레이딩 역시 2026년 초에 인수합병이 완료되었습니다. 무신사랩(지속가능성 플랫폼), 오리지널 랩(패션 MCN) 등 일부 신사업 자회사들도 청산되었습니다.
2025년 1분기 기준 무신사 그룹 자회사 16곳 중 13곳이 적자였고, 흑자는 무신사 로지스틱스, 무신사 트레이딩, STDC 3곳이었습니다.
결국 무신사는 한쪽에서 정산팀을 0to1으로 만들고, 글로벌과 뷰티 PB에 Input을 엄청 넣고 있는데, 다른 쪽에서는 적자가 누적된 자회사를 하나둘씩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Farfetch 사례가 떠올랐습니다. 세계 최대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인 Farfetch는 자체 브랜드, 오프라인(브라운스), 테크 솔루션(FPS), 럭셔리 인수까지 영역을 넓히다가 현금이 마르며 파산 직전, 쿠팡에 인수되었습니다. 무신사 역시 이런 선례를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그래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성장 동력에 투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수익성이 낮은 사업들을 정리하는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가속된 정리와 베팅
저번 당근 글의 마무리는 '절제된 과감함'이었습니다. 매출의 99%가 광고에서 나오는 회사가 캐나다와 당근페이의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주주 총회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 안에서만 투자해 흑자를 유지하겠다"라고 했으니까요.
반면 무신사는 반대의 결이라고 느껴졌습니다. 흑자가 났는데도 비상 경영을 선언했고, IPO를 다음 단계 글로벌 확장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명시했습니다. 즉 현재 자기 자본 안에서만 베팅하지 않겠다는 뜻이고, 시장의 돈을 끌어와 글로벌, 페이먼츠, AI 코어에 집중해 더욱 가속화시키겠다는 뜻입니다.
대신 마지노선은 비용 효율과 IPO 적합성입니다. 그래서 적자가 깊고 시장 1위 가능성이 낮은 솔드아웃은 본체로 흡수해 줄이고, 흑자가 나는 트레이딩은 합병으로 본체 매출에 합산시켜 IPO 스토리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근이 '절제된 과감함'이었다면, 무신사는 '가속된 정리와 베팅'입니다. 비상 경영은 멈추라는 신호가 아니라, IPO 직전에 군더더기를 더 빨리 떼어내고 본진에 더 빠르게 자원을 모으라는 의미로 읽힙니다.
그래서 지금 무신사는 어떤 사람을 뽑는가
133개의 공고를 한 줄로 요약하면, 무신사가 지금 사고 싶은 사람의 모습은 꽤 분명합니다.
- 0에서 1을 만든 경험이 있는 5~10년차 시니어.
- 글로벌, 금융, AI, SCM 도메인에서 P&L과 시스템을 동시에 본 사람. MD 채용공고의 표현 그대로 "브랜드의 비즈니스 성장 전략을 함께 설계하고 실행"하는 자리들이고, 페이먼츠 정산팀처럼 "법적 준수를 기술로 담보"하는 자리들입니다.
- AI 도구를 이미 도구가 아니라 작업 방식으로 쓰는 사람. Foundation Platform 백엔드 우대사항에 "AI Agent 개발 경험" 또는 "AI-DLC 기반 개발/리뷰/테스트/운영 프로세스 적용 경험"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 분위기를 보고 싶은 분이라면 한 가지 더 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무신사는 흑자를 낸 다음 날 비상 경영을 선언했고, 지금도 한 달에 41건의 공고를 새로 여는 회사입니다. 이건 '안정된 성공의 단계'가 아니라, IPO 직전에 한 번에 모든 라인을 재정비하고 있는 단계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 흐름을 주도적으로 만들고 싶은 분에게는 매우 큰 기회이고, 안정된 시스템에서 내 역할만 깔끔히 하고 싶은 분에게는 부담이 큰 단계일 수 있습니다.
맺으며
채용 공고는 시장의 흐름을 알기 위한 좋은 데이터이지만, 회사의 다음 챕터를 알기 위한 좋은 데이터이기도 합니다. 당근이 49개로 자신의 자본 배분을 말했다면, 무신사는 133개로 IPO 직전의 마지막 재구축을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글이 무신사라는 회사 자체에 대한 결론이 아니라, '같은 자리의 공고가 한 회사 안에 어떻게 모여 있는지를 읽으면 이런 그림이 보인다'는 사례 정도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시리즈에서 다뤘으면 하는 회사가 있다면, 또는 이 글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편하게 wonjun.lee@teamcandid.kr 로 연락 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나의 회사는 어떤 사람을 뽑아서 무엇을 하고 있나요? 그리고 나는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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