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커리어 기회, 일본

한국 시니어 개발자에게 일본 시장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 이유

2026.06.17 | 조회 1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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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id

요즘 유독 일본 시장에 관련한 대화를 많이 나누게 됩니다.

후보자는 일본에서의 일자리를 찾고, 스타트업은 일본 비즈니스를 경험한 후보자를 찾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일본이 좋아서'와 같은 이유가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기업과 후보자 모두 좋은 기회로 작용하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특히 개발자 관점에서 왜 일본 시장이 기회가 될 수 있는지, 제가 알아봤던 내용을 공유해 드리려고 합니다.


일본 IT 시장은 비대칭이 만든 기회다

일본 IT 시장을 이해하려면 먼저 이 구조를 봐야 합니다. 일본은 IT 기술을 회사 안에서 만들기보다 회사 밖에서 사 온 시장입니다.

일본 정보처리추진기구(IPA) 자료 기준, 일본 IT 인력의 약 70%는 외주 개발사, SI, 파견 회사에 속해 있습니다. 실제 사업을 운영하는 일반 기업 안의 엔지니어 비중은 30% 안팎입니다. 미국은 거의 반대입니다. IT 인력의 다수가 사용자 기업, 즉 실제 사업을 하는 회사 안에 있습니다. 한국은 그 중간쯤에 있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고용 형태의 차이가 아닙니다. 회사가 기술을 어떻게 바라봐 왔는지의 차이입니다.

일본 기업은 오랫동안 IT 기술을 회사의 핵심 자산으로 키우기보다, 필요한 기능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쉽게 말하면 IT 기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한동안 작동했습니다. 정해진 요구사항이 있고, 납기와 예산이 있고, 외부 업체가 시스템을 만들어 납품하는 세계에서는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클라우드와 AI의 세계는 다릅니다.

클라우드로 옮기는 일, 큰 서비스를 작은 단위로 쪼개는 일, 데이터 플랫폼을 만드는 일, AI를 실제 업무와 제품에 붙이는 일은 단순 외주 계약으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요구사항을 미리 완벽하게 정의할 수도 없고, 만들어놓고 끝나는 일도 아닙니다.

이미 해본 사람이 회사 안에 있어야 합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패한 선택지를 줄이고, 조직을 설득하고, 운영까지 책임질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일본 기업 안에는 그 사람이 부족합니다. 신입을 뽑아 5년 키워 만들기에는 시간이 없습니다.

숫자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30년 IT 인재 부족 규모를 최대 79만 명으로 추정했습니다. IPA의 '디지털 전환 동향 2025' 보고서에서는 일본 기업의 85.1%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인재가 부족하다"고 답했습니다. 미국, 독일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채용 시장도 바뀌고 있습니다.

일본은 오랫동안 매년 봄 신입사원을 한꺼번에 뽑는 신입 일괄 채용을 유지해 왔습니다. 직무를 정해서 뽑기보다 '○○회사 25기 신입사원'으로 채용한 뒤, 회사가 부서를 배치하고 길러내는 방식입니다. 종신고용, 연공서열과 함께 일본 노동시장을 떠받친 핵심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이 구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마이나비의 2026년 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경력 채용 비중이 신입 채용을 사상 처음 추월했습니다. 경력 채용 52.4%, 신입 채용 36.9%입니다.

후지쯔는 직무 단위로 뽑고 직무에 따라 보상하는 방식을 신입 채용에까지 확대했습니다. 고급 IT 인재에게는 최대 3,500만엔 트랙을 열었습니다. NEC도 신입 최대 1,000만엔 수준의 연구 전문직 트랙을 운영합니다.

이 흐름이 한국 시니어에게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일본 기업이 그저 "한국 개발자도 한번 뽑아보자"는 식의 호의적 결정을 내린 게 아닙니다.

회사 안에 없는 능력을 외부에서 사 오지 않으면 다음 5년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빈자리에 한국 시니어 개발자가 들어갈 수 있는 구간이 생겼습니다.


도쿄에 겹친 두 개의 가격표: 글로벌 AI 빅테크와 로컬 기업의 영입전

두 번째 변화는 더 상위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본 시장이 글로벌 AI 회사들의 아시아 거점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2025년 10월 29일, Anthropic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첫 오피스를 도쿄에 열었습니다. 1년 안에 인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고, 이후 서울과 인도 등에 위성 팀을 둘 계획도 언급했습니다.

즉 아시아 운영의 중심을 도쿄에 두고, 서울과 인도는 그다음 확장 거점으로 보는 그림입니다.

OpenAI Japan도 Forward Deployed Engineer를 비롯한 직군을 채용 중입니다.

일본 토종 AI 스타트업도 커지고 있습니다. Sakana AI는 2025년 11월 시리즈 B에서 1억 3,500만 달러를 조달하며 기업가치 약 26억 5천만 달러를 인정받았습니다. 투자자에는 미쓰비시UFJ 금융그룹, NEA, Lux Capital, In-Q-Tel 등이 포함됐습니다.

일본 정부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2025년 12월 23일 내각 의결로 AI 기본계획을 통과시켰고, 2026년을 'AI 본격 적용 원년'으로 삼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이 왜 발생할까요?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정치적 안정성입니다. 일본은 미국 동맹의 핵심 축이고, 데이터 주권, 반도체, 국방, 금융처럼 민감한 영역에서 미국 빅테크가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장입니다.

둘째, 시장 크기입니다. 일본 IT 시장은 한국보다 훨씬 큽니다. 특히 기업용 AI, AI 컨설팅, 업무 자동화, 레거시 시스템 전환 수요가 거의 백지 상태에서 한꺼번에 열리고 있습니다.

셋째, 자국 인재만으로는 이 전환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합의가 있습니다. 정부도, 대기업도, 자본시장도 같은 문제를 보고 있습니다. 인재가 부족하고, 시간은 없고, 외부에서 경험 있는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도쿄에는 두 개의 가격표가 겹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는 일본 토종 기업의 가격표입니다. 다른 하나는 글로벌 AI 회사의 가격표입니다.

외국계 AI 회사들이 글로벌 보상 체계를 들고 도쿄에 들어오면, 일본 기업도 같은 사람을 두고 경쟁해야 합니다. 그 결과 시니어 개발자의 가격은 아래에서 천천히 오르는 게 아니라, 위에서부터 끌어올려지는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중요한 건 평균이 아니라 상단이다

물론 일본 개발자 평균 연봉이 한국보다 갑자기 좋아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일본 시장 전체가 한국 빅테크보다 매력적이라는 말도 아닙니다.

정확히는 이렇습니다.

일본 시장의 상단 일부가 한국 시니어 개발자의 상위 보상 구간과 처음으로 겹치기 시작했습니다.

BizReach가 발표한 2025년 이력서 검색 트렌드에 따르면 연봉 1,000만엔 이상의 AI 직군 채용은 3년 만에 약 4.2배 증가했습니다. Levels.fyi 기준 Google 도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보상은 L3부터 L6까지 1,600만엔에서 4,000만엔 이상으로 표시됩니다. 도쿄 SWE 중앙값도 2,500만엔 안팎을 가리킵니다.

물론 Levels.fyi는 자기 보고 기반 데이터라 공식 연봉이 아니지만, 방향성은 분명합니다.

일본과 한국의 상위 보상 구간이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생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일본 기업이 처음으로 외국계와 같은 풀에서 사람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후지쯔가 3,500만엔 트랙을 열고, NEC가 신입 1,000만엔 연구직 트랙을 운영하는 건 기업이 갑자기 후해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같은 인재를 외국계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여전히 일본의 일반적인 시니어 개발자 연봉 구간은 한국 상위권과 비교해 압도적이지 않습니다. Japan Dev의 2026년 가이드 기준, 일본 시니어 개발자 일반 구간은 대략 800만엔에서 1,500만엔 수준입니다.

그래서 핵심은 일본 시장 전체가 매력적인 게 아니라, 일본 시장 안의 특정 구간이 매력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이 사고 싶은 건 '한국인 개발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일본 기업은 왜 한국 시니어 개발자를 보기 시작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일본 시장이 지금 풀어야 하는 문제 대부분을 한국 시장은 이미 한 사이클 먼저 풀어봤기 때문입니다.

특히 네 가지 영역에서 차이가 선명합니다.

첫째, 클라우드 전환입니다.

한국의 주요 IT 기업들은 2017~2020년 전후로 AWS, Google Cloud, Azure 기반 전환을 빠르게 겪었습니다. 쿠버네티스, Terraform, VPC 설계, 배포 자동화 같은 경험이 이 시기에 쌓였습니다.

반면 일본 대기업의 클라우드 전환은 같은 과제를 몇 년 늦게, 그것도 외부 IT 회사를 끼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시니어 백엔드 개발자에게는 익숙한 기술 스택과 운영 경험이 일본 토종 기업의 사내 채용 시장에서는 희소한 자원이 됩니다.

둘째, 큰 시스템을 작은 서비스 단위로 쪼개는 일입니다.

한국의 토스, 당근, 무신사, 쿠팡 같은 회사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모놀리스를 분리하고, 도메인을 재설계하고, 서비스 단위로 조직과 시스템을 다시 맞추는 경험을 했습니다.

일본의 대기업과 중견 SaaS 기업 상당수는 지금 이 작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어떤 서비스를 먼저 분리해야 하는지, 데이터 정합성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장애 전파를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팀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경험이 부족합니다.

셋째, 핀테크와 결제 인프라입니다.

일본 간편결제 회사 PayPay의 개발 조직에서 외국인 비중이 약 80%라는 점은 이 영역의 인재 공백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한국은 이미 토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을 통해 결제, 정산, 신원 인증, 후불 결제, 리스크 관리, 대규모 트랜잭션 운영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 경험은 일본 핀테크 시장에서 비교적 직접적으로 이전될 수 있습니다.

넷째, AI를 실제 서비스에 붙이는 일입니다.

일본 정부가 2026년을 'AI 본격 적용 원년'으로 제시했다는 건, 모델 자체보다 그 모델을 회사 안에 적용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연구자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업 현장에서는 모델을 실제 제품, 업무 프로세스, 고객 경험에 붙이는 사람이 더 급합니다.

RAG, AI 에이전트, 프롬프트 품질 평가, LLM 비용 관리, 보안 정책, 내부 데이터 연결, 운영 지표 설계까지 실제 서비스 단계에서 겪어본 사람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한국 시장에서 이미 이 시행착오를 겪은 시니어라면, 같은 문제를 일본 시장에서 다시 팔 수 있습니다.

결국 일본 회사가 사고 싶은 건 '한국인' 개발자가 아닙니다. 일본 시장이 앞으로 5년 안에 풀어야 하는 문제를 이미 한 번 풀어본 사람입니다.


환상과 현실 사이: 일본 취업을 3개의 시장으로 쪼개서 봐야 하는 이유

여기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일본 IT 취업'이라는 말 안에는 사실 완전히 다른 세 개의 시장이 섞여 있습니다.

첫 번째는 외국계 도쿄 지사입니다.

Google, Microsoft, Amazon, Datadog, Stripe, OpenAI Japan, Anthropic Tokyo 같은 곳입니다. 이 시장의 기준은 일본 로컬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에 가깝습니다.

보상도 가장 높고, 한국 시니어에게 명확한 업사이드가 생길 수 있는 구간입니다. 다만 자리는 적고, 면접 난이도는 한국 빅테크와 같거나 더 높습니다.

두 번째는 글로벌을 지향하는 일본 IT 회사입니다.

Mercari, PayPay, Money Forward, Rakuten, LINE야후의 일부 조직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영어 기반 채용이 가능하고, 한국 빅테크와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보상에 일본 대규모 소비자 서비스를 직접 운영해볼 수 있습니다.

한국 시니어가 가진 클라우드, MSA, 핀테크, AI 적용 경험이 가장 빠르게 매칭되는 시장도 이 구간입니다.

세 번째는 파견, 외주, 레거시 유지보수 시장입니다.

일본 IT 시장에서 가장 큰 부분은 여전히 이쪽입니다. 일은 많고, 비자도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시니어가 커리어를 걸고 들어가기 좋은 시장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3년 뒤 "어떤 제품을 책임졌는가", "어떤 기술적 결정을 내렸는가", "어떤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같은 일본 취업 시장 안에 있어도 결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비자도 커리어 전략의 일부가 됐다

비자 측면에서도 일본은 다른 선택지보다 현실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미국 H-1B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큽니다. 최근에는 신규 신청 비용 부담도 커졌습니다. 싱가포르 취업비자도 최저 월급 기준과 점수제 요건이 강화되며 예전보다 문턱이 높아졌습니다.

반면 일본의 전문직 비자는 비교적 계산 가능한 편입니다. 점수 80점 이상이면 1년 만에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고, 70점 이상도 장기 체류 전략을 세우기 좋습니다.

한국 7년차 이상 개발자, 학사 이상 학위, 일본어 N2, 1,000만엔 이상 오퍼 조합이면 통상 70~80점 구간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물론 비자만 보고 시장을 선택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미국과 싱가포르 통로가 좁아지는 사이, 일본이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선택지로 떠오른 건 분명합니다.

이 역시 우연이 아닙니다.

일본이 외부 시니어 인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을 정책 차원에서도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또 다른 기회

여기에 한 가지 흐름이 더 겹쳐 있습니다. 일본 시장이 한국 시니어를 사 가는 것만이 아니라, 한국 회사들이 직접 일본에 들어가 또 다른 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토스, 무신사, 카카오, 넥슨, 당근 등 많은 IT 기업들이 일본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개발자뿐만 아니라 PM, 사업개발, 운영, QA, 마케팅, 영업 등 다양한 포지션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회사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이 일본에 진출할 때의 기회도 함께 노릴 수 있습니다.

결국 현 시점에서 "일본 시장이 지금 풀고 있는 문제 중 내가 이미 풀어본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그게 어느 정도의 값어치가 있는가"에 대한 답변이 하나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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