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12살 아이가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수년간 과자, 초콜릿, 도넛 같은 정크푸드를 주식처럼 먹어온 아이였다. 처음엔 단순 복통이었다. 그 뒤로 설사와 혈변이 반복됐고,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의료진은 채소, 과일, 식이섬유 섭취 부족과 초가공식품 위주 식습관이 장 건강을 심각하게 망가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 서울에 사는 66세 정홍미 씨는 건강검진에서 이상 수치를 들었다. 혈당 경계선, 높은 중성지방, 그리고 정상 범위를 넘긴 CRP, 염증 수치였다.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딱히 어디가 아픈 건 아닌데, 몸속에 불이 계속 켜져 있는 상태예요. 이 불을 끄지 않으면 5년 안에 심장이나 혈관에서 큰 문제가 생깁니다."
두 사람은 나이도, 증상도, 사는 곳도 달랐는데, 그들이 마주한 문제의 뿌리는 같았다. 매일 먹는 음식이 몸속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는 것이다.

꺼지지 않는 불, 만성 염증이란 무엇인가
염증은 원래 몸을 지키는 반응이다. 세균이 침입하거나 상처가 나면 면역세포가 달려와 불을 피운다. 이 불은 외적을 물리친 뒤 자연스럽게 꺼진다. 문제는 이 불이 꺼지지 않을 때다.
만성 염증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열도 없고 통증도 없다. 그런데 혈관 벽을 천천히 손상시키고, 췌장을 지치게 하고, 뇌세포를 갉아먹으며, 장 점막을 무너뜨린다. 수년, 수십 년에 걸쳐 조용히 진행된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심근경색, 뇌경색, 당뇨, 암으로 터져 나온다. 최근 20~30대 젊은층의 대장암 증가세가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어릴 때 형성된 식습관이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고 경고한다. 만성 염증은 더 이상 중장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불을 키우는 음식, 불을 끄는 음식
모든 음식은 몸속에 들어와 염증을 줄이는 방향 혹은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불을 키우는 음식으로는 흰 쌀밥, 흰 빵, 설탕, 가공육(햄, 소시지, 베이컨), 튀김류, 마가린, 청량음료, 과당 음료, 초가공 스낵과 패스트푸드가 있다. 반면 불을 끄는 음식은 등 푸른 생선(고등어, 꽁치, 멸치), 브로콜리, 시금치, 케일, 블루베리, 딸기, 올리브오일, 현미, 귀리, 그리고 마늘, 양파, 생강, 강황이다.
아이가 매일 먹던 과자와 초콜릿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장내 유익균을 무너뜨리며, 장 점막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염증 유발 식품이었다. 채소, 과일, 식이섬유는 거의 없이 염증 유발 물질만 반복 공급된 것이다.
우리 밥상에 이미 답이 있었다
지중해 식단이 왜 주목받는지 묻는다면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사람들이 왜 장수하는가 하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오래 연구한 학자들이 주목한 것이 생선, 채소, 올리브오일, 통곡물 중심의 이 식단이다. 꾸준히 따른 사람들은 심장병 발생률이 낮아지고, 치매 진행이 늦춰지며, 당뇨 수치도 안정됐다는 결과가 여러 나라에서 반복 확인된다.
사실 이 식단은 우리 전통 밥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선 반찬, 나물, 된장찌개, 잡곡밥. 이미 항염 식단의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 밥상이 흰밥, 삼겹살, 라면, 패스트푸드로, 아이들 간식이 과자와 도넛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오늘부터 할 수 있는 세 가지
첫째, 생선을 주 3회 이상 식탁에 올린다. 고등어, 꽁치, 멸치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혈관과 장 속 염증을 직접 줄여준다. 구이, 조림, 찌개 어떤 방식이든 좋다. 단 튀겨 먹으면 효과가 반감된다.
둘째, 과자와 음료 대신 채소와 과일을 간식으로 준다. 특히 아이들의 간식 환경이 중요하다. 초가공 스낵은 장내 유익균을 무너뜨리고 장 점막을 자극한다. 블루베리, 딸기, 당근 스틱 같은 대안은 항산화 성분으로 염증 신호를 차단해준다.
셋째, 색깔 있는 채소를 매끼 하나씩 더한다. 시금치나물, 브로콜리 볶음, 당근조림. 색이 진할수록 항산화 성분이 많다. 마늘, 생강, 강황은 이미 우리 양념에 들어 있다. 제대로 된 한식을 먹으면 자연스럽게 챙겨진다.
식단을 바꾼 뒤 정홍미 씨는 이렇게 말했다. "외국이나 유행하는 식단으로 바꾼 게 아니라, 옛날 밥상, 어머니가 해주시던 밥상으로 되돌린 거예요."
화려한 건강식을 만들 필요도, 값비싼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할 필요도 없다. 어른도 아이도 이미 알고 있던 자연 밥상으로 돌아가면 된다. 몸속 불은 그렇게 꺼진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