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예선, 미국과 호주의 경기 영상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경기 종료 직전 주심이 갑자기 그라운드에 주저앉았습니다. 다리에 쥐가 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주심이 곧바로 입에 문 것은 진통제도, 근육이완제도 아니었습니다. 작은 병에 든 초록색 액체, 피클 주스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심은 다시 일어나 경기를 이어갔습니다.
축구 주심은 경기당 평균 10킬로미터에서 12킬로미터를 달립니다. 교체 없이 90분 내내 미드필더들과 비슷한 고강도로 뛰고, 급격하게 방향을 바꾸는 움직임을 쉼 없이 반복합니다. 이런 고강도 운동 중에 근육이 갑자기 수축한 채 풀리지 않는 것이 바로 쥐, 근육 경련입니다.
여기서 약도 아닌 피클 주스가 등장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피클 주스는 오이를 식초와 소금, 설탕, 향신료에 절인 국물입니다. 이 안에 든 식초, 즉 초산이 핵심입니다. 식초는 입과 목 안쪽의 신경 수용체를 강하게 자극하는데, 이 자극이 척수를 통해 신경 반사적으로 전달되면서 경련을 일으킨 근육의 신호를 순간적으로 차단합니다. 실제로 이 효과는 몸속으로 흡수되기도 전인 35초 안팎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흔히 경련에 좋다고 알려진 스포츠음료는 전해질이 소화, 흡수된 뒤에야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수십 분이 걸립니다. 급하게 찾아온 경련을 그 자리에서 풀어야 하는 운동선수들에게는 이 몇 초, 몇 분의 차이가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수영을 배우고 있었던 때, 처음 배우는 동작에서 몸이 쉽게 뻣뻣해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수영 전에 뭔가 먹으면 배가 더부룩해서 운동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공복 상태로 수업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물 속에서 갑자기 종아리가 딱딱하게 뭉치면서 통증이 밀려왔습니다. 물 밖으로 겨우 나와 다리를 펴고 한참을 주물러야 했고 그날은 제대로 수영을 할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문제는 몸에 저장된 에너지와 전해질이 부족한 상태로 운동을 시작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여름철 얇고 짧은 옷을 입어야 할 계절이 다가오면 갑자기 운동 강도를 높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 안 하던 근력운동을 몰아서 하거나, 살을 빼겠다는 마음에 식사량을 줄이면서 운동량은 오히려 늘리는 경우입니다. 이 두 가지가 겹치면 몸은 경련이 일어나기 딱 좋은 상태가 됩니다. 근육을 움직일 에너지도, 전해질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육에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낮에 운동하다 겪는 경련도 있지만, 자다가 갑자기 종아리가 뒤틀리듯 아파서 잠에서 깨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야간 하지경련은 낮 동안 땀으로 빠져나간 나트륨과 칼륨, 마그네슘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았을 때 흔히 나타납니다. 특히 마그네슘은 근육이 수축한 뒤 다시 이완되도록 돕는 미네랄인데, 이것이 부족하면 근육이 수축한 상태에서 잘 풀리지 않고 그대로 굳어버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여름철 운동을 앞두고 있다면 몇 가지를 미리 챙겨두시길 권합니다.
운동 전에는 공복 상태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바나나 한 개나 소량의 견과류처럼 소화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에너지원이 되어줄 간단한 음식을 운동 30분에서 1시간 전에 챙기는 것만으로도 경련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운동 중과 후에는 전해질 보충을 신경 써야 합니다. 물만 마시기보다는 나트륨과 칼륨이 함께 들어간 음료나 국물 요리로 보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땀을 많이 흘리는 날에는 오이나 토마토처럼 칼륨이 풍부한 제철 채소를 곁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녁에는 마그네슘이 풍부한 음식을 챙기시길 권합니다. 시금치, 바나나, 아몬드, 다크초콜릿에 마그네슘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특히 낮에 운동을 강하게 한 날, 저녁 식사에 이런 음식과 영양제를 의식적으로 섭취하면 야간 경련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만약 운동 중 갑자기 경련이 찾아왔다면, 그 자리에서 식초가 들어간 음료나 피클 국물을 소량 마셔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신맛 자체가 신경을 자극해 경련을 빠르게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집에 있는 식초를 물에 희석해 마시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다만 근육에게 일을 시키기 전에, 그만큼의 연료와 미네랄을 먼저 채워주는 것을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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