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쯤 위댄스라는 듀오를 처음 봤다. 먼저 눈길을 끈 건 약을 좀 털어넣고 정신줄 놔버린 듯한 퍼포먼스, 그리고 새벽 3시에 의류수거함에서 주워 입고 나온 것 같은 패션 센스였다. 그리고 그 뒤로 지금껏 잠비나이, 모호 프로젝트와 함께 내가 공연을 제일 많이 본 뮤지션이 되었다.(이장혁은 너무 많이 봤으니 예외로 한다) 버스킹, 클럽 공연, 풀 밴드 편성, 어쿠스틱까지 적어도 스물두세 번은 본 것 같다.
이들의 무대를 한 번이라도 보면 누구라도 그 발작적인 라이브를 잊지 못한다.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이들의 음악은 의외로 덜 자극적이고 느긋하다. 5분 이내에 각종 기승전결을 때려 넣고 전력질주를 하는 음악의 피곤함이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음악적 스펙트럼이 상당히 광범위한데, 댄스팝, 사이키델릭, 로큰롤, 디스코, 펑크, 서프록, 일렉트로닉, 시티팝, 포크까지 광범위한 레퍼런스의 흔적이 보인다. 20대 시절 프린스의 미니멀한 사운드가 떠오르기도 하고, 페이브먼트, 캐스터네츠, 몰디 피치스 같은 밴드에서 느껴질 법한 괴상한 텐션이 흐르는가 하면, 퍼즈와 디스토션이 엉킨 기타는 로버트 프립의 히스테릭함까지 생각나게 한다.
얼핏 들으면 조악한 보컬도 들으면 들을 수록 감탄하게 된다. 격렬한 춤에 숨이 턱에 차는 순간까지 교묘하게 스타일리시하다. 목소리에서 1970년대 신중현 크루의 여자 보컬들이 살짝살짝 겹쳐지는데, 가끔은 한영애와 섬뜩할 정도로 흡사하기도 하다.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영미권에서는 보기 힘든 스타일이라는 의미다. 예전에 어쿠스틱 공연에서 <빗속의 여인>을 커버한 걸 듣고 내가 아주 잘못 짚지는 않았구나 싶었다. 라이브클럽데이에서 한영애의 바로 앞 무대에 선 적이 있는데, 퍽 자연스럽게 흐름이 이어졌던 기억도 난다.
십 년 동안 지켜본 이들은 힙스터와 레트로로 대표되는 요즘 트렌드에 누구보다도 잘 맞는, 유니크하면서도 영리한 트렌드 세터다. 어느 정도는 원래 성격인 것 같기도 하고 어느 정도는 의도적인 것 같기도 한 신비주의, 하고 싶은 것 외에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태도, 감각적인 가사, (좋은 의미에서의) 상술, 패션, 아트워크까지 이제 하나의 브랜드이자 콘텐츠 덩어리가 된 것 같다.
'인디'라는 관용어는 언제부터인가 일차원적이고 소모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댄스는 인디펜던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모델 되겠다. 물론 그게 한국에서 산업적으로 얼마나 유의미해질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P.S 퀄리티가 제일 좋은 온스테이지 영상을 가져왔지만, 이런 정돈된 콘텐츠는 이들의 매력을 절반도 보여주지 못한다. 궁금한 사람은 공연을 꼭 직접 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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