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작업실 들어와서 불을 켰다가, 천장에 예닐곱 개의 점 같은 게 찍혀 있는 걸 발견하고 기겁했다.
여기서 3월에 들어온 이후로 거미 외에 벌레를 본 적이 없다. 대체 어디로 들어온 걸까. 짚이는 건 있다. 쓰레기 분리수거하려고 현관문 열어뒀을 때인가.
알고 보니 예닐곱 마리가 아니었다. 이틀의 기나긴 전투 끝에 전기 모기채로 열한 마리를 사살했다. 농담이 아니다. 진짜로 ‘전투’라는 말이 아니면 형용이 안 될 만큼 처절했다. 모기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지금은 마지막 한 마리로 추정되는 개체와 힘겨운 싸움을 펼치고 있다. 제발 마지막이길 바란다.
작업실 벽에 붙은 작은 거미한테 괜히 타박했다. 니들이 일을 똑바로 했으면 이 지경이 됐겠냐.
***
가을 모기는 확실히 여름과 다르다.
명이 끝나가는 시기라 그럴까. 눈에 띄게 움직임이 둔해진 게 보이는데, 숨지도 않고 무모하다 싶을 만큼 사람에게 정면으로, 집요하게 달려든다. 그 옛날 가미카제가 저랬을까 싶다. 혹은 인류를 위해 거인에게 몸을 던지는 조사병단 같기도 하다. 마지막 남은 저 모기는 리바이나 미카사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 모습에서 사뭇 느와르적 비장함까지 느껴진다. 진짜로 사람 같은 자아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도 든다. 왠지 서글퍼진다.
오히려 다시 못 볼 것이라면 아무렇지 않다. 순환주기가 있는 것의 소멸을 보는 것은 매번 서글프다. 해가 질 즈음이라든가, 계절이라든가. 해마다 열리는 페스티벌이 끝나고 천막이 하나씩 거둬지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서글플 수가 없다.
사소한 일들이지만, 하나하나가 조용하지만 무정하게 변하고 있는 내 생의 계절이 겹쳐져서 그런 걸까. 매일 똑같이 돌아오는 것 같아도 결코 같지 않은 풍경일 테니까. 영원 같은 필멸일 테니까.
이제는 하다 하다 모기까지 그렇다. 모기도 소멸하는 것으로서 존중할 수 있을까. 죽여도 죽여도 기어나올 바퀴벌레한테는 그런 감정은 안 들겠지.
넌 너의 일을 했고 난 나의 일을 했어
네가 태어난 날 내가 태어난 날 우린 생각지도 못했지
이런 악연으로 만나게 될 지
얼마나 많은 우연이 겹쳐야 어떤 삶의 과정을 돌아와야
이렇게 마주하게 되는 건지
그런 생각을 하면 세상은 미스테리야
나의 숙면을 위해 너를 납작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