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적 해프닝이 단순히 조규성 한 선수의 기회 무산만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눈앞의 이익과 팀의 성적만 앞세울 뿐 선수의 미래에 투자하려는 인식이 없는 한 한국 선수들이 해외 진출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조규성의 이적에 대한 <조규성은 왜 국내에 남았나>라는 기사의 한 대목이다. 아주 게으른 견해다. 아니, 그 정도면 차라리 다행인가. 해롭기까지 한 오류라고 본다. ‘견해’라고 칭하는 게 맞는지조차 모르겠다. 소위 말하는 유력 일간지의 콘텐츠라는 기준에서 보면 말이다.
프로스포츠는 자본주의의 적통이다. 이 기본적인 전제부터 인정하고 출발해야 한다. 프로팀은 엄연한 기업이고, 선수는 일종의 개인사업자 집합체이며, 팬은 소비자다. 산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해외 진출이 무슨 도전 정신과 순수성의 상징인가. 그럴 이유도 필요도 없다는 뜻이다.
선수든 팀이든 각자가 체제 안에서 정당한 방식으로 비즈니스적인 유의미, 즉 이익을 추구하는 건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협의와 논쟁과 트러블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따른다. 장사에서 흥정하다가 안 된 게 대체 뭐가 문제인지, 내 상식의 프로세스로는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 만약 선수에게만 피해가 집중된다는 생각이 든다면,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고 합의를 이끌어내서 바꾸게 하면 될 일이다. 게다가 해외로 나간다고 선수의 향상이 선험적으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자의로 국내에 남거나, 중동이나 중국으로 가는 선수는 꼬리를 내렸다고 욕을 처먹는다.(여기에 대해 부담을 토로하는 선수도 꽤 봤다)
일본과 단순 비교를 하는 것부터가 이 업계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빈약한지 스스로 시인하는 꼴이다. 일본에서 유럽으로 나가는 선수의 수가 월등하게 많은 이유? 아주 명확하고도 심플하다. 근거는 차고도 넘친다. 결국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토대, 한마디로 인프라의 차이에서 오는, 인과가 뚜렷한 통계다.(이천수 유튜브 채널만 찾아봐도 이 지점에 대해 이해하기 쉬운 힌트가 나온다)
문제는 이 기자만 그런 것도 아니고, 대다수 미디어가 보이는 시각이라는 것이다. 헤게모니 수준의 ‘국민정서’를 지조 없는 구관조처럼 읊어대는 것에 불과하니 비슷하지 않으면 더 이상하긴 하겠다. 적극적 소비층도 아니면서 대표팀과 월드컵에만 급발진하는 거. 차라리 바이럴 마케팅 수준이다. 뭐, 묻어가는 게 제일 효율적인 이익의 추구라면, 딱히 할 말은 없다.
이런 사람들이 K리그의 인프라 향상에는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그다지 없다는 쪽에 걸겠다. 이 기괴하고 끔찍한 집단적, 아마추어적 사고가 축구뿐 아니라 이 땅의 도처에서 유구하게 살아남아 발견된다는 생각에 이르면, 저절로 머리가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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