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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에 제일기획 퇴사하고, 언섹시한 전통주 사업에 뛰어든 이유

제조업의 MVP 테스트, 마케팅 메시지 만드는 법, 뉴룩

2024.09.26 | 조회 3.3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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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조업에 뛰어드는 걸까요? 누가 봐도 어려운 사업인데 말이죠.

IT 서비스는 초기 자본금이 적어도 괜찮아요. 공장을 생산할 필요도, 재료를 관리할 필요도 없어요. 하지만 제조업은 훨씬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돈도 많이 들고, 몸도 많이 써야 하는 언섹시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마음 가짐이 궁금했어요. 제조업에 뛰어들 용기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전통주 브랜드 뉴룩의 창업자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하이라이트


  • 처음에는 저희도 IT 플랫폼을 생각하면서 창업 아이디어를 고민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손이 잘 안가는 거예요.
  • 처음에는 굉장히 막연했어요. 술을 만들어본 적 없었거든요.
  •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걸 최적화 하는 일이라기 보다는, 니즈를 만들어 내는 일에 가깝더라고요.
  • 마케팅 메시지를 바꾸니 전환율이 2배 이상 올라갔어요.
  • 앵글을 살짝 바꾸어서 온라인 웰니스 주류 시장으로 뉴룩을 규정한다면, 블루오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1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더 뾰족한 타겟을 설정하고 하나씩 타파하면서 나아 갔을 것 같아요. 

 

🕵🏼‍♀️ 배경 설명


Q. 어떤 회사에요?

전통주 브랜드입니다. 당이 없는 것이 특징이고요.

뉴룩 판매 페이지
뉴룩 판매 페이지

 

Q. 창업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서울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한 뒤, 제일기획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마케터로 일하다가 뉴룩을 창업했습니다.

뉴룩 김인지 대표님의 링크드인
뉴룩 김인지 대표님의 링크드인

 

🕵🏼‍♀️ 창업가 인터뷰

Q. 제조업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게 두렵지 않으셨나요? IT보다 비용이 많이 들잖아요.


처음에는 저희도 IT 플랫폼을 생각하면서 창업 아이디어를 고민했어요. 그렇게 3개 정도의 아이템이 나왔는데요. 이상하게 손이 잘 안가는 거예요. IT이던 제조업이던, 백지에서 다시한번 이야기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술”이라는 키워드가 나오게 된거죠.

처음에는 굉장히 막연했어요. 술을 만들어본 적 없었거든요. 주종도 엄청 다양하고, 유통, 무역도 알아야 하고요. 한창 인터넷에서 술에 대해서 알아보다가, 이렇게 온라인으로만 공부하는게 웃기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단 수업부터 들어보면서 기회를 발견해보자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렇게 전통주 학교에 찾아가 제조 수업부터 들었어요.

전통주 학교에서 배웠던 수업
전통주 학교에서 배웠던 수업
이렇게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Q. 수업을 들은 게 도움이 되었나요?


수업을 들을 때만 해도 플랫폼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었는데요. 오히려 술을 만드는 영역에서 기회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럼에도 양조 공장을 만들고, 매일 쌀 40kg를 날라야 하는 현실이 부담스럽기는 했어요. 초기 투자 비용도 많이 들고요. 그래도  놓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기회일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술을 만드는 양조 공간이 만들어진 과정
술을 만드는 양조 공간이 만들어진 과정
직접 수많은 제품을 만들고, 운반해야 한다
직접 수많은 제품을 만들고, 운반해야 한다
뉴룩의 제품이 보관되어 있는 창고
뉴룩의 제품이 보관되어 있는 창고

 

Q. 술을 선택하기 전에 고민했던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가치소비, 시니어 관련 아이템이었어요. 아무튼 유망해 보이는 것들 위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벤치마킹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는지, 시장이 큰 지를 많이 봤어요. 그런데 이 두가지만 보고서 나온 아이템들은 재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저희가 사업 아이템을 선택할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애정을 가지고 오래할 수 있을까? 였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뭐든 재미가 있었을 때 좋은 퍼포먼스가 나왔거든요.

 

Q. 퇴사하고 풀타임으로 술 공부를 하신 거죠?


맞아요. 저는 일단 퇴사하고, 무직인 상태로 여러가지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던 중이였어요. 같이 시작한 공동 창업자는 최대한 회사에 오래 붙어 있으라고 이야기를 했고요. 그 친구는 뉴룩 법인 설립하고 1년 넘는 기간 동안 원래 회사 다니고 있었어요.

 

Q. 퇴사하지 말라고 하셨던 이유는 뭔가요?


우선 돈 문제가 제일 컸어요. 제조업이다 보니까 나가는 비용이 많거든요. 런웨이 관점에서 최대한 돈을 세이브할 수 있을 때까지는 원래 회사를 다니자고 이야기를 했던 거죠.

 

Q. 제조업에서는 MVP 테스트를 어떻게 하나요?


실물 브랜드를 런칭하는 거는 IT 서비스의 MVP 방법론과 조금 다른 것 같더라고요.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걸 최적화 하는 일이라기 보다는, 니즈를 만들어 내는 일에 가깝더라고요.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건 중요하지만, 그만큼 “잘 파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마케팅 메시지는 어떻게 디벨롭 하셨어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반응하는 지점은 맥주 대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대체제라는 거였어요. “식단 관리하는 분들도 라이트하게 먹을 수 있는 술이다” 가 핵심 메시지 인거죠. 처음에 “제로 막걸리”로 포지셔닝 했을 때는 신기해 하지만, 구매 전환까지는 많이 넘어가지 않더라고요. 메시지를 바꾸니 전환율이 2배 이상 올라갔어요.

초기의 마케팅 메시지와 요즘 마케팅 메시지
초기의 마케팅 메시지와 요즘 마케팅 메시지

Before : 막걸리의 편견을 깨는 가벼운 우리술 뉴룩After : 이젠 참지 말고 뉴룩으로 바꾸세요! (식단관리템으로 포지셔닝)

 

요즘 광고 소재나 상세 페이지를 보면, 막걸리라는 단어는 거의 안쓰고 있어요. 일부러 낯선 “탄산술”이라는 키워드로 네이밍을 하고 있고요. “건강 관리하는 사람이 마시는 술” 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기회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식단 관리 하는 사람들이 마시는 술" 로 새로 포지셔닝 하고 있다

 

주류 시장 자체는 포화인 것 같아요. 대기업들이 꽉 잡고 있고요. 그런데 앵글을 살짝 바꾸어서 온라인 웰니스 주류 시장으로 뉴룩을 규정한다면, 블루오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 대기업도 들어오지 않은 시장이고, 장수 막걸리나 지평 막걸리와 같은 기성 세대 막걸리는 법적인 전통주가 아니라서 온라인에서 팔지 못하니까요. 전통주 제조사들 중에서 제로나 낮은 칼로리를 외치고 있는 곳은 저희 밖에 없고요. 온라인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여기에 포커스를 맞춰 움직이고 있습니다.

 

Q. 전통주 업계에서는 뉴룩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가 대학교 때는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었어요. 그런데 이 전통주 업계가 클래식 업계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에 팬텀싱어가 시작되었을 때, 클래식 업계에서는 어떻게 그런데 나가냐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학생들도 꺼려했고요.

그런데 결국 팬텀싱어 출연자들이 좋은 성과를 내니까, 점점 업계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4기쯤 되었을 때는 거의 다 나가려고 하는 지경이 되었고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시장이 성숙되기 위해서는 팬텀싱어 같은 대중적인 이벤트도 서포트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임윤찬, 조성진, 손열음 같은 우수한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요.

전통주에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역사와 유서 깊은 양조장들도 당연히 있어야 겠지만, 저희 같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시장이 커질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시도하는 것들이 업계에서 하지 않았던 것들이거든요. 장르도 입히고, 도수도 낮추고, 패키지도 바꾸는 것들이요. 그런데 이런 대중적인 시도들이 결국 시장을 더 크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제일 기획을 다니셨던 게 도움이 되나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던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되어요. 그런 역량을 전통주 산업에서 잘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지금까지 전통주 시장은 공급자 위주로 돌아가고 있었거든요 . 제품의 가격을 매길 때도 매출을 이정도 만들기 위해서는 이정도 가격을 설정하자는 논리로 가격이 매겨지고 있었어요.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느낌을 주는지 별로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품 촬영 모습
제품 촬영 모습

 

Q. 글로벌 진출도 생각하고 있나요?


내수 시장이 작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가 만드는 제품 자체가 글로벌 트렌드에 잘 맞는 것 같고요. 저도수 저칼로리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많이 성장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생막걸리 제품이고, 차가운 상태를 유지하면서 유통을 해야 하다 보니까 풀어야 할 문제가 많아요. 우선 R&D에 집중해서 유통 기한이나, 물류 방법들을 해결한 뒤에 글로벌 진출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Q. 물류, 유통 과제는 어떻게 풀어 나가나요? 처음 접해보는 문제일 것 같아서요.


어떻게든 찾으면 나오기는 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여기저기 물어보는 걸 꺼려하지 않거든요. 주류 쪽 잘 알고게신 분들에게 전화해서 계속 물어보고, 사업하는 친구한테 물어보고 도움 요청하면서 배워가고 있어요.

직접 유통하는 과정
직접 유통하는 과정
다양한 상태를 실험해야 한다
다양한 상태를 실험해야 한다

 

Q. 1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실 것 같아요?


더 뾰족한 타겟을 설정하고, 하나씩 타파하면서 나아 갔을 것 같아요. 이전에는 “2030 세대가 쉽게 마실 수 있는 술” 로 조금 더 넓게 타겟을 잡았다면,“식단 관리하는 2030이 마시는 술”로 더 뾰족하게 좁히는거죠. 초기일수록 좁은 영역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배운 점을 정리해 봤어요.


01. 커머스 브랜드를 만드는 건, IT 제품의 MVP 방법론과 다르다.

02. 마케팅 메시지를 뾰족하게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03. 유망한 것을 선택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내가 애정을 가질 수 있는가.

 

참고 자료


01. 시시시작에서 촬영한 뉴룩 대표님 인터뷰도 재미있습니다 :) 

 

02. 뉴룩은 더벤처스에게 초기 투자를 받았어요.

Q. 더벤처스에게 어떤 도움을 받으시나요?

투자 납입된 후에 자발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업무 현황을 공유 드리고 있어요. 맨 마지막 칸에는 도움 요청드리고 싶은 것들을 적고 있고요. 여러가지 고민을 정리해서 보내드리면, 한 두마디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엄청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PR 기사를 써주시거나, 채용을 도와주시기도 하고요. 펀드레이징 할 때도 더벤처스 김철우 대표님이 전화주셔서 어떻게 후속 투자를 준비하면 좋을지 타이트하게 봐주셨던 것도 큰 힘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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