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택의 기로에 선 동남아, 끝내 중국을 택하나

🌏 웹에서 보기 를 선택하시면
더 깔끔한 환경에서 읽으실 수 있어요!

[훑어보는 국제정세] 8월 첫째주 목요일 리포트

Southeast Asia Is Starting to Choose :

Why the Region Is Leaning Toward China

Foreign Affairs (2025 Jul/Aug), Southeast Asia Is Starting to Choose

🌁 어떤 배경이 있나요?

🔍 1955년 반둥에서 시작된 ‘제3의 길’

동남아 외교의 원형은 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회의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회의는 탈식민 국가들이 처음으로 자발적 외교 연대를 형성한 역사적 전환점이었습니다. “주권 존중, 내정 불간섭, 평화적 분쟁 해결”을 담은 반둥 10원칙은 이후 동남아 국가들이 채택한 ‘비동맹’과 ‘중립’이라는 원칙의 출발점이 되었고, 이는 훗날 ASEAN의 외교 규범으로 계승됩니다.

무엇보다 이 원칙들은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식민 경험과 강대국의 개입을 직접 겪은 국가들이 스스로 선택한 전략이었습니다. 냉전기에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도 동남아는 완전한 진영 편입을 거부하며 균형을 추구했고, 이는 오늘날까지도 “선택하지 않음”이라는 실용주의적 외교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중립은 이 지역에서 철학이자 생존전략이었던 셈입니다.

🧭 자율의지인가, 적응전략인가?

동남아 국가들은 줄곧 스스로의 외교 전략을 ‘능동적 선택’이라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복잡합니다. 식민 지배를 극복하고 자주 외교를 펼치려는 의지와는 별개로, 이 지역 외교는 언제나 주변 강대국의 역학에 크게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냉전기에는 미국의 반공 봉쇄전략에 협력하면서도 거리를 유지했고, 탈냉전기에는 미국의 ‘선의의 무관심’ 속에서 경제협력의 다변화를 꾀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중국의 부상은 동남아 외교가 더 이상 균형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지점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줍니다. 일대일로와 RCEP, AIIB와 같은 경제 협력 틀 속에서 동남아는 중국의 영향력에 더 깊이 얽히고 있으며, 이에 대한 반응으로 미국은 다시금 동남아에 ‘재관여’를 선언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압도적인 신뢰를 얻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외교 전략이 자율성을 가지기보다는 적응전략의 일종이 되어가는 셈입니다.

🌐 ‘ASEAN의 방식’, 이상과 현실 사이

동남아 외교의 또 다른 특징은 집단성과 다층성입니다. ASEAN이라는 틀을 중심으로 각국은 강대국 사이에서 협상력을 높이고, 다자협력체를 활용해 분쟁을 조율하는 외교 네트워크를 발전시켜왔습니다. ‘ASEAN 중심성’은 중소국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된 메커니즘이며, 냉전 종식 후 동아시아 지역통합의 핵심 플랫폼으로 기능해왔습니다.

하지만 ‘합의와 비간섭’이라는 원칙은 때때로 우유부단함으로 작용해왔습니다. 미중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러한 ASEAN 방식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경제적 의존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정치적 연대나 전략적 통일성은 여전히 약한 편입니다. 이는 중립이라는 명분 뒤에 숨겨진 내적 불균형이기도 합니다.

📡 균형 외교의 얼굴 아래, 기울어지는 동남아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동남아시아는 여전히 선택하지 않기를 고수하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선택했으면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인가? 이번 기사는 이 의문에 정면으로 답합니다. 외교 수사와 달리 정책의 실증 지표는 점점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동남아 국가들의 ‘중립’은 이제 현실보다는 의지의 영역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전략적 모호성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요? 혹은 어느 시점에서 그것은 착각에서 착오로 전환될까요? 균형 외교의 정교한 춤사위는 지금, 외부의 시선에서는 ‘한쪽으로 기운 춤’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차의 간극이 문제라면, 지금 우리가 진짜 질문해야 할 것은 이것이겠죠, 그 기울기를 가장 늦게 눈치챌 나라는 누구일까요? 그리고 그들에게는 어떤 미래가 닥치게 될까요? 🤔

👨‍🏫 저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유엔퐁 콩 (Yuen Foong Khong)

유엔퐁 콩은 싱가포르국립대학교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의 Li Ka Shing 정치학 교수로, 국제정치학과 외교정책 분석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지닌 학자입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국제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박사논문으로 하버드 서머상(Sumner Prize)을 수상했습니다. 하버드대와 옥스퍼드대에서 오랫동안 교수로 재직하며 이론과 교육 양 측에 기여해왔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Analogies at War 는 베트남전 당시 미국의 의사결정을 역사적 유추(analogy) 관점에서 분석한 저서로, 정치심리학의 고전으로 평가받으며 국제정치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외에도 유엔 안보, 미중관계, 국제질서와 인식(cognition)의 관계를 다룬 저서와 논문을 다수 발표하며 국제정치이론과 지역연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왔습니다.

현재는 미중 경쟁과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변화, 중국의 부상, 힘과 명성(Power and Prestige)에 관한 개념 이론화 등 국제정치의 이론적 재구성에 몰두하고 있으며, International Studies Association 등 주요 학술단체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왔습니다.

조셉 치니옹 리우 (Joseph Chinyong Liow)

조셉 치니옹 리우는 난양공과대학교(NTU)의 Tan Kah Kee 비교 및 국제정치 석좌교수이자, 인문·예술·사회과학대학 학장으로 재직 중인 동남아시아 국제정치 분야의 대표 학자입니다. 이전에는 RSIS 학장, 그리고 워싱턴 D.C.의 브루킹스연구소 초대 리콴유 동남아석좌를 지낸 바 있습니다.

그는 동남아 무슬림 정치와 종교운동,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관계, 아세안 지역안보, 미국의 동남아 정책 등을 주제로 총 14권의 저서 및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Religion and Nationalism in Southeast Asia, Ambivalent Engagement, Dictionary of the Modern Politics of Southeast Asia 등은 이 분야의 필독서로 꼽힙니다.

학문적 연구뿐 아니라 미 의회 청문회, ASEAN 국방장관회의, 언론 칼럼 활동 등을 통해 정책 현장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는 Asian Security 편집위원, 싱가포르 사회과학연구위원회 위원, ASEAN 평화·화해 자문단의 싱가포르 대표로도 활동 중입니다.

✅ 그래서 3줄 요약은?

1️⃣ 동남아 국가들은 미중 경쟁 속에서도 중립을 표방해왔지만, 경제·외교·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정책 선택을 보면 점점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특히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 등은 눈에 띄게 베이징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2️⃣ 이러한 변화는 중국의 경제력과 지정학적 인접성, 미국의 전략적 불확실성,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다수 국가는 무의식적으로 중국에 더 가까운 진영으로 이동하고 있다.

3️⃣ 그러나 동남아의 여론은 여전히 미국과 일본 등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신뢰가 높고, 중국에 대한 경계심도 여전한 만큼, 미국이 외교적 리더십과 경제적 관여를 회복한다면 균형을 되찾을 여지는 남아 있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 뭘 말하고 싶은 건데?

🌏 동남아는 갈수록 중국에 기울고 있다

이 글에서 저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간단합니다. “동남아시아는 선택을 거부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미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오랫동안 동남아 국가들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과 ‘모호성’ 전략을 택해왔습니다.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공식 아래 양쪽 모두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해온 것이죠. 하지만 실제 정책 지표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저자들은 10개국의 외교, 안보, 무역, 문화, 외교 수사까지 5개 영역, 20개 지표를 계량화한 분석을 통해 한 가지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여전히 중립을 외치지만, 실제 정책은 점점 더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겁니다.

인도네시아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1995년에는 미국 쪽에 가깝던 외교 지표가 2024년에는 오히려 중국과 더 가까운 수준으로 변했습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기존에는 미국과의 균형을 유지하던 국가들이 점점 중국 중심으로 기울고 있는 추세입니다. 물론 이들이 중국에 ‘충성’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경제적 이익, 지정학적 압력, 체제 생존이라는 현실적 고려 속에서 ‘선택하지 않겠다’는 전략이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방향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 미국의 부재 속, 치고 나가는 중국?

이러한 변화는 단지 중국의 세력이 커져서 생긴 현상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원인은 미국의 반복적인 부재와 일관성 없는 태도에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1기부터 본격화된 경제적 보호주의, 불확실한 안보 약속, 그리고 동맹국들에 대한 무관심은 동남아 국가들에게 중요한 신호를 보냈습니다. 미국은 더 이상 이 지역의 질서를 설계하거나 지키려는 의지가 없다는 인식이 퍼진 것입니다. 특히 트럼프 2기에서 다시 등장한 ‘해방의 날’ 관세 폭탄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같은 주요 동맹국들조차 미국 시장 접근에 의문을 품게 만들었습니다.

그 사이 중국은 빠르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인프라를 투자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과 RCEP 같은 다자기구를 통해 경제적 영향력을 넓혀갔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중국은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 인권, 투명성과 같은 조건을 붙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반면 미국은 여전히 동남아 정부들을 향해 정치적 기준과 조건을 내걸고 있으며, 이는 권위주의 정권이 다수인 동남아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방식입니다. 결국 문제는 단순한 자금의 양이 아니라, 선택의 여지를 얼마나 주느냐는 것입니다.

🧮 전략 없는 선택, 기울어진 중립

하지만 이 글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많은 동남아 국가들이 실제로 자신들이 어느 쪽으로 기울고 있는지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자들은 이를 ‘슬립워킹’, 즉 전략 없는 선택이라고 표현합니다. 외교 장관의 방문, 민간 기업의 투자, 다자협정 가입 같은 작은 결정들이 쌓여 결국 하나의 방향성을 만들고 있음에도, 각국 정부는 여전히 자신들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네시아입니다. 중국과의 협력을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자신들은 중립국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착각이 결국 ‘돌아갈 수 없는 지점’을 만드는 데 있다는 겁니다.

물론 중국이 완전히 신뢰를 받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동남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EU에 대한 신뢰가 중국보다 훨씬 높습니다. 다시 말해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에 기대고 있지만, 중국을 믿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입니다. 하지만 그 여지를 살리기 위해선 ‘가치 외교’만을 앞세우는 기존의 방식을 넘어, 실질적이고 안정적인 파트너로 자리 잡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 선택은 이미 시작됐다, 뒤처지는 건 누구인가

결국 저자들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동남아는 미국을 떠나는가?’가 아닙니다. 그보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동남아는 언제 자신이 이미 선택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될까?’, 그리고 ’그 선택의 무게를 가장 나중에 깨닫게 될 나라는 누구일까?’입니다. 현재 동남아 국가들은 전략적 모호성과 실용주의 사이에서 여전히 균형을 추구한다고 믿고 있지만, 외부에서 보면 그 균형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누적이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 미국이 이를 되돌릴 수 있는 수단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동남아의 눈높이를 맞추는 진짜 파트너십이지, 과거의 리더십에 빠져 환상을 되풀이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 읽은 티는 내보자!

아예 안 읽기는 애매하다고요? 기사의 중요 부분을 발췌해 드릴게요! 😆

🧭 이미 기울고 있는 동남아의 선택

“Over the past 30 years, many of these countries have gradually but discernibly shifted away from the United States and toward China. Some shifts are more drastic and significant than others. A few countries have indeed managed to “hedge,” to straddle the rift between two superpowers. The overall direction of travel, however, is clear. Southeast Asian countries may insist that they are staying above the fray, but their policies reveal otherwise. The region is drifting toward China, a fact that bodes ill for American ambitions in Asia.”

지난 30년 동안, 동남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은 점진적이면서도 명확하게 미국으로부터 멀어지고 중국 쪽으로 기울어졌다. 어떤 국가는 훨씬 더 극적이고 중요한 전환을 겪었으며, 일부 국가는 확실히 ‘헤징(hedging)’ 전략에 성공하여 두 초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은 분명하다. 동남아 국가들은 자신들이 초강대국 경쟁에서 중립을 지키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들의 정책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지역은 중국 쪽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으며, 이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포부에 매우 불리한 현실이다.

📊 누가 누구 편인가? 숫자로 들여다보면 이렇다!

“The index, which we have called “The Anatomy of Choice Alignment Index,” offers two major findings. First, when Southeast Asian countries say they don’t want to choose between China and the United States, it doesn’t mean that all of them are on the fence. [...] Second, by disaggregating the 30-year period into two 15-year timespans, a more dynamic picture emerges of how alignments have changed—one that favors Beijing. Indonesia’s alignment score for the first period (1995–2009), for example, was 56, but in the second period (2010–24) it was 43, a change of 13 points in China’s favor. The country moved from being marginally in the United States’ camp to being marginally in China’s camp. [...]”

우리가 ‘전략적 선택 성향 지수(Anatomy of Choice Alignment Index)’라 이름 붙인 이 지표는 두 가지 주요 결론을 제시한다. 첫째,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중국과 미국 중 누구 편도 들지 않겠다”고 말한다고 해서 모두가 중립 지대에 있다는 뜻은 아니다. [...] 둘째, 이 30년을 두 개의 15년 구간으로 나누어 보면,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입장이 변화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더욱 역동적인 그림이 드러나는데, 이 변화는 전반적으로 중국에 유리한 방향이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는 첫 15년(1995–2009) 동안의 점수가 56이었지만, 두 번째 15년(2010–2024)에는 43으로 떨어져, 13포인트나 중국 쪽으로 이동했다. 즉, 미국 쪽에 약간 더 가까웠던 나라가 이제는 중국 쪽에 약간 더 가까운 위치로 옮겨간 것이다. [...]

🌏 미국의 빈틈, 중국이 메우고 있다

“Trump’s return to the White House has stoked further anxiety about U.S. military and economic commitments to Southeast Asia. The second Trump administration seems intent on shifting responsibility for Europe’s security to European governments. The administration’s strategy regarding China and Asia more broadly remains unclear. […] If it becomes clear that the United States is disengaging economically and militarily from the region, its ten countries will increasingly have to rely on one another and engage with Australia, Japan, and South Korea more seriously. But that imperative will be counterbalanced, and perhaps even overwhelmed, by the temptation to gravitate toward China.”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는 미국이 동남아시아에 대해 군사적·경제적으로 얼마나 헌신할지를 두고 더 큰 불안을 증폭시켰다. 두 번째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 안보의 책임을 유럽 각국에 떠넘기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중국과 아시아 전반에 대한 전략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 만약 미국이 이 지역에서 경제적·군사적으로 점점 손을 떼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지면, 동남아 10개국은 상호 간 의존을 강화하거나 호주, 일본, 한국과의 협력을 더 진지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필요성은 ‘중국 쪽으로 끌리는 유혹’에 의해 상쇄되거나, 어쩌면 압도당할 수도 있다.

🇨🇳 중국, 동남아의 '마음'까지는 갖지 못했다

“Even as China rises and the United States retreats, Southeast Asians are not willing to give up on Washington. Poll after poll shows that Southeast Asia sees China as the most influential economic and strategic power in the region, outpacing the United States by significant margins. But Southeast Asians also harbor considerable reservations about how China might deploy that power. When asked whom they trust, elites from various sectors of society rank Japan first, the United States second, the European Union third, and China a distant fourth, according to the ISEAS–Yusof Ishak Institute’s 2024 poll. Put another way, even though China will remain a persistent and formidable challenger to the United States, and even though much of Southeast Asia seems to be gravitating toward China, Beijing still has a lot of work to do to allay concerns and win the trust of regional states.”

중국이 부상하고 미국이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여전히 워싱턴을 완전히 포기하려 들지 않는다. 여러 여론조사에 따르면, 동남아는 중국을 이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및 전략 강국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미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본다. 그러나 동시에, 이 지역은 중국이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적잖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 2024년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어느 나라를 가장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동남아 사회 각계 엘리트들은 일본을 1위로, 미국을 2위로, 유럽연합을 3위로, 그리고 중국을 멀찌감치 떨어진 4위로 꼽았다. 다시 말해, 중국이 앞으로도 미국에 맞서는 지속적이고 막강한 도전자가 될 것이고, 동남아시아 상당수가 중국 쪽으로 점점 기울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중국이 이 지역 국가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신뢰를 얻기 위해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다는 뜻이다.

🤨 이대로 믿어도 될까?

1️⃣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해석, 너무 선형적인 건 아닐까?

저자들은 동남아 국가들이 정책적으로 점점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개별 사안별로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하는 동남아 특유의 ‘전략적 헤징(hedging)’을 단순한 이동 경로로 보는 건 너무 일방적인 해석 아닐까요?

2️⃣ ‘신뢰’와 ‘선택’ 사이의 차이를 미국은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여론조사에 따르면 동남아는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가까워지면서도, 정치적 신뢰는 여전히 미국과 일본에 더 높게 나타납니다. 이런 양가적 태도가 오히려 동남아의 복합적 생존 전략일 가능성은 없을까요?

3️⃣ 미국이 신뢰를 잃어가는 진짜 이유는 ‘중국의 부상’이 아니라 ‘미국의 태도’ 때문 아닌가?

기사에서는 미국의 약화된 관여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등을 문제로 지적하지만, 이는 단순히 정책 실패라기보다 일관성 없는 동맹 정책과 일방주의 외교가 누적된 결과일 수 있습니다. 미국이 신뢰를 잃는 원인은 외부 요인보다 내부 요인에 더 가까운 건 아닐까요?

4️⃣ ‘비민주주의 국가들이 중국과 가까워진다’는 진단, 너무 단순한 건 아닐까?

기사에서는 권위주의 정권일수록 중국과의 협력을 선호한다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들 중에서도 중국에 적극적인 사례(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도 다수 존재합니다. 체제 유사성이 아니라 경제적 기회와 실용주의가 더 결정적 변수인 건 아닐까요?

5️⃣ 동남아의 전략적 자율성에 대한 이해 부족 아닐까?

동남아는 줄곧 ‘선택을 강요하지 말라’는 원칙을 고수해 왔습니다. 하지만 저자들은 동남아 국가들이 자신도 모르게 중국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이런 관점은 동남아 국가의 의도와 자율성을 미국의 시야로 축소시키는 건 아닐까요?

😊 함께 읽으면 좋겠다!

How Southeast Asia Sees Xi Jinping’s Regional Push Amid U.S.-China Tensions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Apr 22, 2025)

시진핑 주석은 2025년 4월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순방하며 무역, 인프라, 기술, 보건 등 다방면에서 협력 강화를 추진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및 미국의 전략적 후퇴 속에서, 중국이 아세안 지역에서 장기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45개 협약을, 말레이시아에서는 디지털 경제와 국방 대화를 포함한 31개 MOU를, 캄보디아에서는 운하 건설 등 37개 협약을 체결하며 관계를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남중국해 분쟁, 재정적 제약, 지역 내 신중한 기류 등은 중국 외교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베트남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 확대에 적극적이면서도, 미국과의 관계 유지를 병행하며 전략적 균형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 방문 시기는 미국의 대중·대베트남 고율 관세 직후였으며, 양국은 철도 연결 및 농산물 시장 확대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산 물품의 우회 수출 문제나 남중국해 분쟁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갈등 요소입니다. 말레이시아는 중국과의 전략적 대화를 통해 외교·안보 협력의 새 틀을 마련했지만, ASEAN 및 일본, 미국과의 다자 외교도 지속하면서 의존 대신 자율성을 중시하는 태도를 견지했습니다.

캄보디아의 경우, 중국과의 ‘철통 우정’을 강조하며 BRI 연계 인프라 및 국방 협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미국, 일본과의 교류도 병행하며 다변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훈 마넷 총리는 외교적 자율성을 강조하며 새로운 차관 수용을 거절하고, 미세조정된 대미 관세 협상을 통해 유연한 중견국 외교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시진핑의 순방은 동남아에서 중국의 입지를 강화했지만, 각국은 여전히 전략적 자율성과 균형 외교를 통해 미중 경쟁 속에서 생존과 기회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습니다. 🌏🤝📈

지금까지 동남아의 외교 전략과 미중 경쟁 상황에서의 전략적 방향에 대해 다룬 Foreign Affairs 2025 Jul/Aug 호의 Southeast Asia Is Starting to Choose 를 살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