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켜지지 않는 계단 #1

2021.07.02 | 조회 5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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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심야서재 뉴스레터

오직 글로서만 승부하는 글쟁이의 뉴스레터, 주로 생산성 툴에 관련된 글을 보내드립니다.(가끔 소설도 씁니다.)

  어느새 2시를 또 넘겨버렸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됐을까. 내가 그렇게 일에 집중을 했던가, 딱히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화면의 변화만 계속 응시했을 뿐, 나는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어느 손가락도 까딱거리지 않았다. 어쩌면 모니터 안쪽의 세계에선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기도 동시에 모든 일이 일어기도 했을 것이다. 까짓것 세상이 아무렇게나 돌아가든 무슨 상관이랴.

  사무실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언제 퇴근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6시 무렵에 모두 사라졌을 것이다. 나는 한 쪽 구석 사람 키보다 더 높은 파티션이 숲처럼, 아니 그것은 어쩌면 철조망이 우거진 1917년의 1차 세계대전의 어느 야전 참호라고 비유하는 게 더 어울리겠다. 아무튼 나는 모든 존재의 침범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처럼 생겨먹은 그런 철옹성의 안쪽에 안전하게 가려진 채, 홀로 작업에 열중하는 중이었다.

  나는 누가 아침에 출근하고 밤에 퇴근하는지 전혀 관심이 없었다. 저벅저벅, 또각또각 남자인지 여자인지 충분히 구분이 가능한 그런 발자국 소리가 사무실 플로어를 밟고 다니면 나는 누군가 이 사무실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소리의 방향성과 울림의 깊이로 깨달았으며 사물의 흔들림과 진동이 천천히 잦아지게 되면 다시 그 존재가 사무실에서 멀어진다는 걸 직감했다. 말하자면 나는 직감으로써 모든 걸 파악하는 남들이 생각하기에는 다소 희한한 세계에 속하는 인간이었다. 왜 그런 감각이, 모든 사람들로부터 날을 세우는 습성이 언제부터 발달했는지 알 수 없다. 아마도 내 주변을 에워싼 저 높은 파티션 때문이리라. 타인과 나를 가르는 저 차단 벽 때문이리라. 절대 내 힘으로 무너뜨리지 못하는.

  존재 자체가 피곤함과 같은 것으로 취급되는 시간, 창밖에서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빈 신호등만 주기적으로 모양을 바꿀 뿐이다. 물론 내 앞쪽은 여전히 파티션에 가려져 있다. 하지만 등 뒤에는 낮은 미닫이 도어와 넓은 투명 유리가 내 뒤를 전면으로 보좌한다. 따라서 나는 언제든 고개를 회전만 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바깥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짐작하는 것을 뛰어넘어 충분히 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단순히 등 뒤에서 벌어지는 그러니까 특정 시간에 찾아오는 어떤 정숙하면서도 불규칙적인 물결을 상상만 하지 않아도 된다. 고개만 그냥 돌리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쉬운 선택은 싱겁고 가볍다. 밤은 상대적으로 무겁다. 그러니 우린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존재다. 서로의 영역을 계속 보장하면 그뿐이다. 물론, 이 시간이면 어김없이 내 어깨를 짓누르는, 눈꺼풀을 무겁게 하는, 알 수 없는 검은 아가리가 내 정수리 부근을 삼키려 하지만.

  오직 무겁고 침울한 공기만이 들썩거리는 시간, 모든 것이 낯설어지고 어색해지기 만 한, 방문자도 친구도 드나들지 않는 고독한 시간, 나는 퇴근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일에 집중하는 것도 아니면서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서 의미 없는 대결을 펼치는 중이었다. 누군가를 물리치기 위해, 오직 죽고 죽여야만 한다는 명분 때문에, 그 선명한 의식 속에 내가 우뚝 서 있다고 하여 과연 내가 살아있다고도 볼 수 있을까. 싸움을 한다는 명제 자체가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을까.

  그때, 저쪽 복도 끝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입을 쩍 하고 벌리다, 합 하고 닫히는 소리, 옅지만 잔향이 넓게 퍼지는 소리, 하품을 하다 한숨을 속으로 휘어감은 소리, 문을 열었다가 바람에 밀려 다시 천천히 동작하다 어느 순간 어디론가 콱 처박히는 소리, 그런 이런저런 설명할 수 없는 소리들이 연속적으로 들려왔다.

  나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그와 비슷한 전투를 그날도 펼치고 있었다. 어제처럼 오늘도 똑같이. 얼굴도 모르는 ‘아무개’라는 인물과, 인사도 없이 네트워크 뒤에 숨어서 우린 서로의 빈틈을 집요하게 노리고 있었다. 누군가 한 사람이 끝장나야 끝나는 싸움을.

  물론 귀에 이어폰을 꽂고 나무로 만든 바둑판이 아닌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하면서도 나는 스크린의 어느 좌표를 찍을 때마다 쩍 하는 돌과 나무가 찍히는 그런 둔탁한 소리를 들었다. 나무판과 흑돌이 운명적으로 부딪힐 때마다 어떤 소리가 마치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 노크라도 하듯이 나와 아무개 사이에 떨어졌지만, 흑돌이 떨어지는 소린지, 누군가의 분노가 내 가슴에 철렁 내려앉는 건지 나는 구분할 수 없었다. 싸움이란 건 원래 누군가의 심장을 노리는 거니까, 그 심장에 균열을 내고 최종적으로 그것을 조작해버리는 노림수일 테니까.

  우우웅, 마치 그리스의 키클롭스가 짜증을 내듯이 오랫동안 자신이 굶주려왔음을 포효하는 소리가 또다시 흑돌이 바둑판에 안착할 때 들려왔다.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물론 그 신호는 2시가 넘었다는 정보를 전달하는 임무일 테지만, - 아마도 대체로 그러했으니까 - 그런 것을 내가 원한 적이 없었으므로 나는 자꾸만 어떤 의도로 그 소리가 반복적으로 전달되는지 오늘은 반드시 정체를 밝혀야겠다는 다짐에 이르렀다. 하지만 나는 파티션 안에 안전하게 거주 중이었다. 이쪽 세계에서 저쪽 세계로 발을 디딘다는 것은 닐 암스트롱이 달에서 내민 그의 첫 번째 도약과 꽤 흡사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그것은 나에게 도전이었고 목숨을 거는 일이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움직여야 했다. 그 진동이 시작되면 내 몸에도 어떤 전조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몇 시간 동안 집중이 한 번에 무너지고 말기에, 사실 그 어떤 선택도 나에게 보장되지 않았으니까. 나는 애써 그것을 무시하려다, 어제와 똑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숨을 크게 고르고 의자를 뒤로 천천히 미루며, 그 어떤 인공적인 소리도 일어나지 않도록 그러니까 내가 내는 소리가 저 바깥에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괴상한 정체에게 먹히지 않도록, - 아마도 나는 녀석이 소리를 먹고사는 괴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 노력해야 했다.

  아무튼 나는 특수하게 제작된 파티션의 문을 열었다. 그 파티션은 벽이 아니었지만 지나치게 높았으며 내 주변을 완고하게 구축했으니 그 벽체엔 문이 필요했다. 그것은 내 특별 요청사항이었다. 바깥쪽에서는 절대로 열 수 없는 안쪽에서의 허락이 있어야 소통이 가능한 그런 파티션을 주문 제작했던 것이다. 나는 특수하게 제작된 파티션 안쪽에서 잠금장치를 풀고 손잡이를 오른쪽으로 틀었다. 문이 드디어 처음 열리는 것이다. 오랫동안 잠들었던 안쪽의 세계와 바깥쪽의 세계가 잠시 교통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무실은 환하기만 했다. 모두가 정시에 집으로 돌아갔겠지만 그들은 컴퓨터도 끄지 않았으며 심지어 에어컨까지 끄지 않았다. 왜 그래야 했을까. 그들은 사무실의 모든 전자기기들을 작동시킨 채 그대로 놔두고 마치 언제든 돌아올 사람들처럼 사라졌을까. 어떤 중요한 이유가 이 장면에 메타포처럼 담겨 있었을까. 그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했을까.

  이상했지만,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는 사무실 집기들을 거쳐 소리가 발생한 근원지로 천천히 이동했다. 최대한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먼지조차 풀썩이지 않을 정도로, 어쩌면 내 존재가 이곳에 없는 것처럼 누군가를 속이려고.

  사무실 입구에 도착하여 잠시 타이밍을 기다리다, 나는 유리 도어의 오픈 스위치를 눌렀다. 스르르, 소리를 내는 것 같았지만 사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것은 지극히 자연발생적인 것이었다. 갈대가 나부끼는 소리와 거의 흡사했다. 그저 유리 도어는 좌우로 공간을 만들며 내 앞길을 예비할 뿐이었다. 복도 왼쪽엔 허리받침이 없는 보조의자 두 개가 서로를 마주 보며 위치했고 그 위에는 파란색의 조명이 어둡게 빛나고 있었다. 복도 오른쪽엔 비상계단이 있었다. 천정 부근에 비상구라는 마크가 표시된 초록색 표지판이 지글지글, 언제라도 나갈 것처럼 위태롭게 반짝거렸다. 그 위태로운 불빛 하나에 의존하며 표지판은 오른쪽 방향을 가리켰다.

  물론, 오른쪽엔 불이 꺼진 비상계단이 나선형으로 이어질 뿐이었다. 나는 그쪽에 가지 않아도 습관적인 연상기법으로 방향을 더듬을 수 있었다. 왼쪽엔 보조의자, 오른쪽엔 비상계단, 두 물체를 사이에 두고 정확히 반을 가르는 위치쯤에 엘리베이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상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법칙으로 2시가 되면 엘리베이터는 제 스스로 몸을 움직여 60층에 도착해 있었다. 누군가를 마중 나가는 것처럼 녀석은 행동했다. 이 작은 건물 안에 생명체는 오직 나 한 명뿐인데, 대체 누가 이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엘리베이터는 2시가 되면 들리는 우우웅 하는 하품 소리와 함께 60층에 와있다고 나에게 소식을 전하는 것이었다. 오늘도 그 행위는 어제처럼 반복됐다. 아, 하고 나는 어제 잊어버린 기억을 다시 되찾았다. 왜 나는 어제 같은 시각에 엘리베이터가 우우웅 하며 이곳에 도착해서 내가 이 앞에 오기를 학수고대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을까. 내가 같은 실수를 하도록 같은 패턴대로 행동하도록 어쩐 존재가 유도라도 하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그저 정해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물체에 불과한 게 아닌가.

  나는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두꺼운 문을 열어젖힌 채 내가 그 속으로 스스로 걸어오길 기다리는 녀석의 커다란 입과 천장, 함정을 잠자코 쏘아봤다. 녀석은 나를 먹이로 만들려고 의도했을 것이다. 나를 삼키고 소화시키려 했을 것이다. 이 모든 장치, 어쩌면 매일 반복되는 녀석의 행동은 모두 정교하게 장치된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기억이 없었다. 대체 어제 2쯤, 아니 그전에도 내가 어떤 결단을 내렸는지 나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조명조차 없는 이 어둠 한가운데서,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녀석의 함정, 그 속으로 먹힐 수밖에 없는 게 내 운명이 아닐까.

  내가 과거에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저 가운데로 녀석의 의도대로 반응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오른쪽으로만 움직이리라. 나는 내 허벅지를 믿고, 발등을 믿고, 발바닥의 스침을 믿으리라. 그리고 천천히 아래쪽으로 내려가리라.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나를 믿어보리라.

  그런데 가운데 엘리베이터를 지나가는 순간, 옅은 향수 냄새가 공기를 서늘하게 자극하더니 코끝을 찔러댔다. 냄새가 옅은 것에서 짙게 변신할 때마다, 이상하게 한기가 위쪽에서 마치 환풍기 안에서 밀려오듯 떠내려오는 것이었다. 냄새는 물론 어디서 시작됐는지 나는 진앙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곳은 바로 엘리베이터 안이었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의심할 필요도 없다. 1층에서 60층까지 2시가 넘은 시간에 남아있는 사람은 없다. 이 건물은 2시가 넘으면 자동으로 셔터를 내리게 되어있다. 안에서든 바깥에서든 개미 새끼 한 마리조차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다. 만약 나가고 싶다면 건물 관리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런 귀찮은 상황이 발생하면 관리인은 아주 심한 짜증을 낸다. 자야 되는데 왜 귀찮게 하냐고 결국 2시를 넘기면 강제로 철야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2시가 넘은 이 시점에서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다. 엘리베이터는 입을 아주 크게 벌리고 있다. 가만히 살펴보니 엘리베이터는 고래처럼 생겼다. 검은 고래 입이 엘리베이터로 현신한 것이다. 이 고래는 어쩌면 인간의 피맛을 봤을 것이다. 아주 큰 상추쌈을 입속에 삼키 듯이 그런 기세로 인간을 유혹한다.

  전설에 의하면 바다 한가운데서 인어는 세이렌을 부르며 어부를 노렸다. 하지만 그 전설은 잘못됐을지도 모른다. 전설의 시작은 고래다. 입이 아주 큰 고래, 인간의 피맛을 본 고래, 녀석은 내 선택을 기다린다. 하지만 난 오른쪽을 선택한다. 녀석의 선택에서 의도적으로 어긋나려 한다. 오른쪽 비상계단, 나선형 계단에는 조명이 없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조명이 망가진 상태다. 아무도 조명이 망가졌다는 사실을 모른다. 오직 나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나는 사람들과 소통을 닫은 채로 살고 있다.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러니 나는 이 계단을 빛도 없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내려가야 한다. 왜 내려가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사무실 내 자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선택은 이 순간 의미가 없어진다. 내 발은 이미 지구를 떠나 달에 안착한 암스트롱이 아닌가. 결단했으니 어디든 가야 한다.

  잠자코 내려가면 구원은 있을까. 내려가면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까? 아마도 곤란할 것이다. 어쩌면 내려가다 중간쯤에서 주저앉을 지도 모른다. 어떤 보이지 않는 심야의 공포가 당도하여 나를 쓰러뜨릴지도 모른다. 방금 맡은 향수 냄새처럼 그것은 내 코끝을 무수하게 자극할지도 모른다.

  나선형의 계단이 시작됐다. 시작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지만 나는 되돌릴 수 없다. 첫발을 내밀고 두 번째 발을 내밀었다. 그리고 어둠뿐인 공간에서 아래쪽 계단이 있을 거라고 짐작되는 곳을 밟았다. 다행히 물컹하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 자연농원 귀신의 집이 갑자기 생각났다. 물컹하고 갑자기 쑥 꺼지는 이상한 바닥, 나는 그 바닥을 견디지 못하고 길을 돌아왔지 않는가. 그런데 나는 지금 내려가야 한다. 시작했으니 등을 돌릴 수는 없다. 뒤에는 고래 입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여자의 향수 냄새도 기다리고 있다. 녀석은 여자를 삼킨 걸까. 여자가 지니던 향수가 소화되지 못하고 입언저리 부근, 그러니까 식도 부근에서 맴돌고 있을까. 소화되지 못한 여자의 향수병을 생각하니 나는 그 향수병 속에 여자가 남긴 유언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망상이 아닌가, 나는 계속 발을 더듬었다. 손을 뻗어 옆벽과 철제로 된 손잡이를 더듬었다. 그리고 몇 번을 돌며 내려갔다. 얼마나 돌았을까. 꽤 많은 계단을 빙글빙글 돈 것 같은데, 나는 계속 제자리에 있는 것 같았다. 어둠과 계단과 내가 하나가 된 것 같았다. 내가 계단이고 계단이 어둠이고 어느새 어둠이 내가 되는, 형체의 의미가 사라지는 순간, 곤두섰던 신경이 슬쩍 풀려나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잠시 안심하던 순간, 나는 밑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어깨를 찧고 철제 난간에 머리를 부딪히고 연거푸 몇 번을 굴렀다. 나는 그 어둠 속 나선형의 계단에서 동그랗게 말린 채로 계속 굴러내려가면서도 언제 멈출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알 수 없었다. 아마도 멈춰지지 않을 것 같았다. 내 숨이 끊어져도 어쩌면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왠지 멈춰 서야 여자의 향수 냄새도 사라질 것만 같았지만 그렇게 나는 어둠 속으로 계속 굴러떨어졌다. 이미 나는 고래 입속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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