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밭에는
봉오리도 있고,
활짝 핀 꽃도 있고,
꽃을 다 피우고
연밥을 품은 꽃대도 있습니다.
이제 막 고개를 내민 잎도 있고,
한 계절을 다 살아낸 듯
조용히 고개 숙인 꽃대도 있습니다.
모습은 모두 다르지만
같은 햇살을 받고
같은 바람을 맞으며
한자리에서 살아갑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습니다.
누군가는 이제 시작하고,
누군가는 가장 아름다운 때를 지나고,
누군가는 삶의 열매를 품고 있습니다.

빠르고 늦음이 있을 뿐
틀린 계절은 없습니다.
연꽃은 피어날 때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듭니다.
그러다 꽃이 지고
연밥을 품기 시작하면
조용히 고개를 숙입니다.
참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많이 피웠다고 더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많이 품을수록
더 낮아집니다.
사람의 삶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이루었다고 자랑하기보다
많이 품어 주고,
많이 가졌다고 앞서가기보다
조금 더 나누는 사람.
혼자 피어나는 꽃은 없습니다.
햇살이 있었고,
비가 있었고,
바람이 있었고,
기다려 준 시간이 있었습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곁을 지켜 준 사람들이 있었고,
말없이 손을 내밀어 준 인연들이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내 삶의 가장 따뜻한 순간들은
혼자였던 순간보다
누군가와 함께였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연밭에 서면
꽃보다 사람을 생각하게 됩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피어나
서로 다른 계절을 살아가지만
함께 있을 때
더 아름다운 우리.
연밭에는 혼자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혼자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봄이 되어 주고,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 주며,
때로는 말없이 곁에 있어 주는 것.
어쩌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작은 마음들이
서로의 삶에 꽃을 피워 주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연밭의 꽃들이
말없이 가르쳐 줍니다.
피어나는 것도 아름답지만,
함께 피어 있는 것은
더 아름답다고.
지금 나는, 누구의 꽃이 되어주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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