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번_ 연꽃과 함께 보낸 하룻밤(25)

스님과 나눈 연꽃차 이야기

2026.09.06 | 조회 39 |
0
|
from.
海印(해인)

 

첨부 이미지

 

비가 내리던 날 새벽이었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해

나는 노스님과 관곡지의 넓은 연꽃밭 한쪽 벤치에 앉았다.

 

빗소리를 들으며 연꽃을 바라보니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그러다 스님께서 물으셨다.

 

지난번에 만든 연꽃차는 마셔봤어요?”

 

한 송이에서 만든 차가 생각보다 많아

한꺼번에 마시지 못하고 조금씩 말려 두었다가

틈틈이 마시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마실수록 은은한 향과 맛이 마음에 남았다.

 

올해는 연꽃을 몇 송이 사서

직접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그러자 스님께서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연꽃 한 송이로 차를 만들면

최소한 여덟 명은 되어야 함께 마실 수 있지.”

 

그 말씀에 나도 웃었다.

 

첨부 이미지

 

그러면서 스님께서

연꽃차에 얽힌 옛이야기를 나에게 해주셨다.

 

옛날 중국의 부사인 관리 집안에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은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집안의 뜻에 따라 다른 사람과 정략혼인을 하였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수가 없어 함께 살았고

부모의 미움을 사 그는 관직에서도 물러나게 되었다고 한다.

 

아들은 사랑하는 여인과 먼 곳으로 떠나

자연을 벗 삼아 여행을 하던 중 병을 얻었다.

 

아무리 치료해도 차도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노인을 만났다.

 

그 노인은 연꽃 한 송이의 꽃심에 차를 넣고

삼베로 감싸 하룻밤을 두었다가

다음 날 차를 우려 마셔보라고 했다.

 

그대로 하자 몸이 회복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가 실제 있었던 일인지,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내 마음에 남은 것은

이야기의 사실 여부가 아니었다.

 

한 송이 연꽃 속에 차를 넣고

하룻밤을 기다린다는 것.

 

차가 연꽃의 향을 받아들이는 동안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에도

무언가가 스며드는 것은 아닐까.

 

지난주 집에서 아내와 연꽃차 이야기를 나누며

나누었던 질문도 스님께 전했다.

 

부처님의 법을 전한 귀한 꽃을

꺾어서 차로 마시는 것이 맞는 걸까요?”

 

나는 그때 아내에게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차를 마시는 일이 단순히 귀한 꽃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 꽃을 통해 내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면

그것도 작은 수행이 아닐까.”

 

스님께서는 잠시 연꽃을 바라보시더니 말씀하셨다.

 

차로 마시는 것이 꼭 잘못된 것은 아니지.

중요한 것은 꽃을 어떻게 대하느냐 아니겠어.

 

꽃을 꺾어 차를 만들더라도

그 꽃을 귀하게 여기고,

그 차를 마시며 마음을 돌아보고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면

그 또한 꽃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겠어.”

 

스님께서는 이어서

당신이 여섯 살에 절에 들어와

어른 스님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차 만드는 법도 배웠다고 말씀하셨다.

 

첨부 이미지

 

그날 우리는 연꽃을 바라보며

차 이야기를 오래 나누었다.

 

연꽃 한 송이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그리고 오래된 이야기로 이어졌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차 한 잔은

차만 마시는 시간이 아니라

 

꽃을 바라보고,

기다리고,

함께 머무는 그 시간까지

함께 마시는 것이라는 것을.

 

당신은 연꽃 한 송이에 무엇을 맡겨 두고 싶으신가요?”

 

#연꽃차 #연꽃이야기 #기다림 #사진명상 #명상하는사진사해인

 

<海印의 사진 명상 편지>

 

빛은 마음을 밝히고,

숨은 몸을 깨우며,

쉼은 나를 본래의 자리로 이끈다.

 

이 편지에 답장하시면

작가가 직접 읽고 함께하겠습니다.

 

오늘도 당신의 마음에

고요한 빛 한 줄기 머물기를.

 

海印 배상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빛.숨.쉼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海印

올드 렌즈로 담은 일상의 사진으로 풀어가는 빛과 숨, 그리고 쉼의 이야기.

뉴스레터 문의dah3o@naver.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대표번호: 070-8027-1409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2-31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