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사이
밤이 길어지는 것을 느끼는 새벽이다.
오늘도 해님이 오고
밤님이 온다.
어두운 곳에서는
귀뚜라미와 이름 모를 풀벌레가 노래하고,
밝은 곳에서는 매미가 노래한다.
계절은 자연의 시간에 맞춰
순리대로 흘러가는데
우리의 삶은 왜 이리 번잡한가.
첫차 출발 시간이 지났는데
차가 출발하지 않는다.
신호 장애로 5분 늦게 출발하여
서해선 환승을 위해 달려갔지만
내가 타려던 차는 눈앞에서 떠나버린다.
미처 타지 못하고 다음 차를 기다린다.
시흥시청역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데
노란 병아리색 5번 버스가 온다.
‘오늘은 평소보다 30분은 늦어지겠구나.’
그런데 버스 기사님이
카메라를 든 나를 보셨는지
잠시 차를 세우고 기다려 주신다.
오늘은 놓친 차보다 기다려준 마음이 오래 남는다.
지나간 것은 보내고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
늦어짐 속에서 뜻밖의 인연을 만난다.
세상을 밝히는 것은 하늘의 일이고,
내 마음을 밝히는 것은 나의 일이다.
내 마음이 밝아지면 세상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오늘도 연꽃의 맑은 기운을 만나러
관곡지로 간다.
해님이 오고
밤님이 오는 것처럼
오늘의 인연도
오는 대로 만나보려 한다.
천천히.

“오늘 내 마음은 맑고 밝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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