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밭을 걷다 보면 가끔 마음 아픈 장면을 만납니다.
아직 여물지도 않은 연밥이 꺾여 있고,
활짝 피어난 꽃은 손에 잡힌 흔적을 남긴 채 시들어 갑니다.
사진 한 장을 위해 꽃대가 부러지고,
연잎은 찢겨 바람에 흔들립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합니다.
화가 나서가 아닙니다.
그냥 마음이 아픕니다.
그 순간 문득 오래전 읽었던 『유마경』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중생이 아프니 내가 아프다.”
그 깊은 뜻을 다 헤아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연밭에서는 그 말이 조금은 마음으로 다가옵니다.
연꽃도 말이 없는 생명입니다.
아프다고 말하지 못할 뿐입니다.

연잎도,
꽃대도,
이제 막 여물어 가는 연밥도
저마다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꽃을 꺾는 사람을 보며 잘못을 말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더 먼저 돌아보아야 할 것은 우리의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우리는 너무나 쉽게 ‘나’를 앞세우며 살아갑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
내가 갖고 싶은 것,
내가 남기고 싶은 사진,
그 마음이 조금만 커져도
곁에 있는 생명의 아픔은 보이지 않게 됩니다.
사람도 그렇고,
말없는 생명도 그렇습니다.
모든 존재는 서로 기대어 살아갑니다.
나만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고,
나의 삶도, 기쁨도, 오늘도
수많은 인연 위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나만’이라는 마음이 커질수록
우리라는 마음은 조금씩 멀어집니다.
연꽃이 아프면
연밭의 아름다움도 함께 줄어듭니다.
자연이 아프면
우리의 마음도 함께 메말라갑니다.
아픈 것은 연꽃만이 아니었습니다.
연꽃을 바라보던 우리의 마음도,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향한 따뜻한 마음도
조금씩 다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꽃을 오래 보고 싶어 합니다.
그렇다면 꽃을 사랑하는 마음도
조금은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습니다.
꽃은 내 것이 아니라,
잠시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내어주는 자연의 선물이니까요.
오늘 연꽃 한 송이를 바라보며
잠시 마음을 쉬어가도 좋겠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도,
조용히 피어 있는 꽃도,
말없이 익어 가는 연밥도
우리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누군가의 아픔이 결코 남의 아픔일 수 없다는 것을.
오늘도 당신의 마음이
연꽃처럼 고요하기를,
그리고 그 고요가
누군가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때 아름다움을 담아내려다, 잠시 소중한 마음을 놓쳐버린 적은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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