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헬리코박터균 2차 검사를 위해 위내시경을 받았다.
검사를 자주 받는 편이지만, 내게는 늘 작은 걱정이 하나 있다.
혈관이 잘 보이지 않아 간호사 선생님에 따라 한 번에 잡히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한 번에 잘 찾으실 수 있을까?’
역시나 혈관을 이리저리 살피신다.
“죄송합니다. 혈관이 잘 안 잡히네요.”
왼손에 한 번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아.
오른손에도 다시 바늘을 꽂았다.
천천히 해달라고 말씀드리고 기다렸다.
우여곡절 끝에 검사 준비가 끝났다.
마취약이 들어갔는데도 이상하게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스르르 꿈속으로 들어갔다.
꿈속에서 만난 연꽃 길
나는 아주 넓고 아름다운 연꽃밭을 걷고 있었다.
지금까지 현실에서 보았던 어떤 연꽃보다도 맑고 경이로운 풍경이었다. 연꽃이 피어 있는 길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가는 길을 누군가 막아서는 것 같았다.
‘이 길로 가지 말라’는 듯 앞을 가로막았다.
그래서 다른 길을 찾아 돌아갔다.
그런데 그 길에서도 또 무언가가 나의 앞을 막아섰다.
다시 돌아갔다.
또 다른 길을 찾았다.
몇 번이나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길은 계속 막혔지만,
내가 바라보던 연꽃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연꽃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그곳에는 고요한 평온이 머물고 있었다.
나는 그저 잠시 멈추어 서서
연꽃을 바라보았다.
내 마음에도 연꽃 길이 있는 것일까?
검사가 끝난 뒤 간호사 선생님이 물으셨다.
“괜찮으세요?”
“네 괜찮습니다. 검사받는 동안 몸을 많이 움직이진 않았나요?”
“아무 문제 없이 아주 조용히 잘 받으셨어요.”
내가 중간중간 말하고 움직인 것 같은데,
그 말을 듣고 나니 그제야 안도감이 들었다.
잠시 쉬었다가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체적인 염증은 많이 좋아졌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검사 중 헛구역질을 많이 해서
며칠 동안 몸 일부가 뻐근할 수 있다고 했다.
병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꿈속의 연꽃길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길을 막아섰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두려움이었을까.
걱정이었을까.
아니면 살아가면서 마음에 쌓인 수많은 생각들이었을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뜻하지 않게 길이 막히는 순간을 만난다.
몸이 아플 때도 있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음이 다칠 때도 있다.
앞날이 보이지 않아
한 걸음 내딛기가 두려운 날도 있다.
때로는 아무도 막지 않았는데
내 마음이 스스로 길을 막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 꿈속에서 나는
조금 다른 것을 보았다.
길이 막힌다고 해서
연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돌아가야 할 길이 생겨도 연꽃은 피어 있었고,
잠시 멈추어야 할 때에도 연꽃은 그대로였다.
어쩌면 삶도 그런 것이 아닐까.
길이 막히면 돌아가면 되고,
돌아갈 길이 없다면 잠시 멈추어도 된다.
중요한 것은
막힌 길만 바라보다가
내 곁에 피어 있는 아름다움까지 놓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참 아름다운 경험을 했다.
오늘 받은 내시경 검사는
단순한 병원 방문으로 끝나지 않았다.
마취에서 깨어난 뒤에도
마음속에는 차분한 연꽃의 잔향이 남아 있었다.
“나는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는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길이 막혀도
꽃은 피어 있을 수 있구나.
오늘 나는 꿈속에서
참으로 다정한 연꽃밭을 걸었다.
몇 번이나 길을 돌아서야 했지만
연꽃은 한 번도 나를 떠나지 않았다.
아마도 그 연꽃은
내가 찾아가야 할 곳이 아니라,
잠시 멈추어 바라보아야 할
내 마음의 한 자리였는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아름다운 연꽃길을 걸었다.
그리고 그 길에서
내 마음의 작은 꽃 한 송이를
조용히 바라보고 돌아왔다.
“혹시 여러분에게도 꿈에서 깨어난 뒤 오래 마음에 남은 꿈이 있으신가요?”
답장(Reply)이나 dah3o@naver.com 메일로 편하게 당신의 마음을 남겨주세요. 하나하나 소중히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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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규
색 표현이 독특해서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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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규
첫번째사진은 다른 모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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