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번_ 꽃 너머에서 만난 인연(15)

(계절의 끝자락, 인연의 향기를 따라 걷는다.)

2026.08.18 | 조회 33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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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海印(해인)

 

오늘도 관곡지로 향한다.

 

어제까지 손에 익었던 렌즈는

수채화 같은 풍경을 담고 싶다는 지인에게 선뜻 내어주었다.

 

익숙한 틀을 잠시 내려놓고

오늘은 어떤 빛과 마주하게 될까.

 

설레는 마음으로 새벽길을 나선다.

 

새벽 첫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같은 시간인데도 오늘 새벽 공기는 어제와 사뭇 달랐다.

바람의 결도 달라진 것 듯했다.

 

절기상 입추를 지나서일까.

 

한여름 내내 목청껏 울어대던 매미들도

오늘은 잠시 숨을 고르는지

새벽이 유난히 조용하다.

 

지하철에 올라 자리에 앉아 경전을 듣는데

문득 지난주 관곡지에서 만났던

한 어머님이 떠올랐다.

 

첨부 이미지

 

그 어머님은 젊은 시절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셨다고 했다.

 

여름이면 관곡지도 찾아와

연꽃을 바라보고,

연꽃 향기에 취하며

두 분만의 시간을 보내셨다고 했다.

 

그때는 두 분이 함께였지만

이제는 한 분이 먼저 떠나고

어머님 혼자 다시 그곳을 찾으신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타고

지난날의 향기를 찾아오신 것이다.

 

시흥시청역으로 가는 버스 편을 물어오시던 어머님.

 

작은 길 안내로 시작된 인연은

버스를 기다리는 길 위에서

그리고 버스 안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수줍게 웃으시며 들려주시던

남편과의 추억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시흥시청역에 도착해

어머님께 가실 방향의 차편을 알려드리고

우리는 인사를 나누었다.

 

어머님은 혼자 가시고

우리 부부는 함께 돌아섰다.

 

그 순간 문득

우리 부부의 시간이 떠올랐다.

 

지금은 서로의 곁에서

같은 길을 걷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지만

 

언젠가는 우리도

한 사람만 남아

혼자 이 길을 걷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지금 함께 걷는 이 시간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참 묘한 인연이다.

 

꽃을 보러 왔다가

꽃 너머에서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사람을 만난다.

 

첨부 이미지

 

어머님께서 늘 건강하셔서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으실 때

 

아름다운 추억을

따뜻하게 꺼내어 바라보실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관곡지의 연꽃도

이제 계절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연꽃잎은 하나둘 떨어지고

한 장의 꽃잎만이

연밥을 살포시 감싸고 있다.

 

마치 먼저 떠난 이를

가만히 품어 안듯,

그 자리를 조용히 지키며

기다리는 듯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붙잡을 수 없고,

오지 않은 시간은 아직 만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함께 걸을 수 있는 시간.

 

그래서 오늘은

눈앞의 연꽃도,

내 곁의 사람도

조금 더 오래 바라본다.

 

피었다가 지고,

만났다가 헤어지고,

떠났다가 다시 기억 속에서 만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인연의 모습일 것이다.

 

오늘도 나는 관곡지에 와서

꽃을 찍는다.

 

사진 속에 담고 싶은 것은

어쩌면 꽃이 아니라

 

꽃을 바라보며 떠오른 사람과 시간,

그리고 아직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인연이다.

 

꽃은 지고 사람은 떠나도

인연의 향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첨부 이미지

 

오늘도 나는

그 향기를 따라

다시 관곡지를 걷는다.

 

오늘, 당신의 마음에 문득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답장(Reply)이나 dah3o@naver.com 메일로 편하게 당신의 마음을 남겨주세요. 하나하나 소중히 읽겠습니다.

 

#인연의향기 #연꽃이야기 #사진명상 #해인

 

 

 

<海印의 사진 명상 편지>

 

빛은 마음을 밝히고,

숨은 몸을 깨우며,

쉼은 나를 본래의 자리로 이끈다.

 

이 편지에 답장하시면

작가가 직접 읽고 함께하겠습니다.

 

오늘도 당신의 마음에

고요한 빛 한 줄기 머물기를.

 

海印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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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규의 프로필 이미지

    종규

    0
    1일 전

    프레임 구성이 단순해서 참 좋네요.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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