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곡지에 가면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연꽃이고, 그다음은 사람이다. 그리고 가만히 둘러보면 그 못지않게 자주 만나는 것이 반려견이다.
연꽃을 보러 가족과 함께 나온 사람들 사이로 크고 작은 반려견들이 함께 걷는다. 어떤 반려견은 보호자와 나란히 산책을 하고, 어떤 개들은 물왕수로 주변을 걸으며 운동을 즐긴다.
더운 날씨에도 작은 개부터 큰 개까지 참 다양하다. 조금 과장하면 작은 송아지만 한 양모리견도 눈에 띈다. 그런데 그 많은 반려견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왜 반려견과 함께 살아갈까?’
“혹시 전생의 인연 때문일까.”
사람마다 사연은 다를 것이다. 자녀가 집을 떠나고, 가족 중 누군가는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마음의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반려견이 가족의 한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함께 생활하다 보면 사람의 마음에 난 상처가 조금씩 아물기도 한다. 자녀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집을 비우게 되면 부모님 곁에는 반려견이 남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나이 드신 부모님들에게 반려견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친구이자 가족처럼 보일 때가 많다.
평소에는 재롱을 부리는 모습을 보며 웃고, 때로는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함께 살아간다. 관곡지에서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하지만 산책길에서 조금 아쉬운 모습도 보인다.
반려견의 배설물을 챙겨 현장에 임시로 비치된 쓰레기 봉투에 버리고 가는 모습을 종종 본다. 치우려는 마음과 행동 자체는 고마운 일이다. 다만 더운 날씨 속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조금 더 세심하게 챙겨 가져가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반려견을 탓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오히려 유모차에 반려견을 태우고, 더운 날씨에 얼음팩까지 챙겨 나온 어르신을 보면 마음이 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흐뭇하다. 자신의 몸도 힘드실 텐데 사랑하는 반려견을 위해 정성껏 준비해 나온 모습에서 그 애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은 때로 사람의 무거운 마음을 말없이 녹여주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관곡지를 걷다가 잠시 쉬면서 반려견들을 바라본다.
나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그렇다고 반려동물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나가며 바라보고, 때로는 눈을 마주치고, 어떤 반려견의 표정과 행동에서 묘한 공감을 느낄 때가 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반려견에게는 죄가 없다.
문제는 결국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책임에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람에게 반려견이 위로와 친구가 되어주듯, 사람 역시 반려견에게 좋은 가족이 되어주어야 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있는 것만이 아니라, 함께 사용하는 공간을 배려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관곡지에서 만난 수많은 반려견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오늘도 그런 생각을 한다.
연꽃이 피어난 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사람 곁에는 반려견이 있고, 반려견 곁에는 사람이 있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가족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인연인지도 모르겠다.
“당신에게 삶 한편에서 묵묵한 같이하는 반려(伴侶)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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