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 소위(George Clayton Foulk)는 갑신정변(1884년 12월 4-7일) 당시 주 조선 미국공사관 해군 무관이었습니다. [폴크 소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 사람 만들기 III: 친미기독교파 1』, pp. 56-61, 『한국 사람 만들기 IV: 친일개화파 2』, pp. 57-59 참조.] 폴크는 1884년 12월 17일 미국 국무성에 갑신정변에 대한 “Report of information relative to the revolutionary attempt in Seoul, Corea”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보냅니다. 이 보고서 중에는 당시 조선 사람들이 중국 사람과 일본 사람을 어떻게 보는지 비교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는 우선 조선의 정치상황에 대해 애기합니다.
“The Queen is a woman of strong will and considerable ability. * * * The great body of the Corean people at large know little or nothing of the politics of their Government, nor do they dare to use any information they may by chance possess on government affairs. They only know their King, for whom, so far as my own experience and observation goes, they hold unbounded reverence and affection.
왕비는 의지가 강하고 상당한 능력을 지닌 여성입니다. …… 일반 조선 백성의 대다수는 자신들의 정부가 하는 정치에 대하여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으며, 설령 우연히 정부의 일에 관한 정보를 알게 된다 하더라도 감히 그것을 이용할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그들이 아는 것은 오직 국왕뿐이며, 제가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 바에 의하면 그들은 국왕에 대한 한없는 존경과 애정을 품고 있습니다.
조선 왕조가 비록 백성을 편안하게 해주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데는 철저하게 실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무지몽매한 백성들은 ‘탐관오리’들만 탓할 뿐 임금인 고종은 여전히 ‘자애로운 어버이’로 생각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제주의, 전체주의 체제하에 사는 백성들의 전형적인 심리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조선 사람들이 아무리 자신들의 임금님을 사랑하더라도 조선은 어디까지나 중국의 ‘작은 집’ 즉 속방임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철저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It is, however, ground deeply into the whole Corean nation, so far as the people are concerned, that their’s is the ‘little house’ of China.
그러나 조선 민족 전체에게는 자신들의 나라가 중국의 ‘작은 집(little house)’이라는 관념이 깊이 뿌리내려 있습니다.
진짜 재밌는 얘기는 그 다음에 나옵니다.
Chinese coming among them are detested for their appearance, conduct, and customs; yet nothing a Chinaman might do in the course of his association with the common people would prompt a blow from any of them, for he is a ‘Ta-kuk-in,’ a man of the ‘great country.’
Japanese, on the contrary, are even admired by Coreans of the present day for their appearance, customs, and conduct; yet against them lies a deep current of hereditary hatred for their alleged cruelties in their ancient invasions of Corea, and the Coreans are always ready for the license when they may vent this feeling in shedding Japanese blood.”
조선 사람들은 조선에 오는 중국 사람들의 외모와 행동거지, 풍습 등 모든 것을 혐오합니다. 그러나 중국인이 일반 백성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무슨 짓을 하더라도 조선 사람이 그에게 주먹질을 하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대국인(Ta-kuk-in)’, 즉 ‘큰 나라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조선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의 외모와 풍습, 행동거지를 존경하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일본인에 대해서는 옛날 일본이 조선 침략 때 저질렀다고 전해지는 잔혹 행위로 인해 대대로 증오심이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선사람들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일본인들의 피를 봄으로써 언제라도 이러한 감정을 분출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140년 전의 조선 사람이나 오늘의 한국 사람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중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반면 일본은 좋아합니다. 예의 바르고 질서 정연하고 깨끗한 일본 사람들을 좋아하고 일본 음식, 음악, 문학, 고적, 도시를 좋아하는 나머지 매년 수 백만 명이 일본 관광을 다녀옵니다. 그러나 '국가', '민족'의 차원에서는 아닙니다. 19세기 조선 사람들과 21세기 한국 사람들은 중국이 아무리 못되게 굴어도 '대국'이라면서 찍소리 못하지만 일본이 잘못하면 피를 볼 각오로 덤벼든다는 점에서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역사와 논리를 초월하는 조선/한국 사람들의 ‘반일-친중’ 감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조선/한국의 대외정책과 안보전략은 물론 자아정체성을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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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규
책에서도 보고 놀라웠었는데 새삼 세월이 지나도 변함이 없네요. 이것은 교육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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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jun
시대적 배경과 철저한 고증을 통해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순한 사실보다 그 시대의 생생한 사료를 통해 그 배경을 알기 쉽게 풀어주셔서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늘 좋은 콘텐츠 전달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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