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아무 말 대잔치
"이모~ 여기 밥 좀 더 주세요."
"삼촌, 여기 불 좀 빼주세요."
식당 주인과 손님은 순식간에 혈연관계가 된다. 외국인들이 들으면 기함할 일이다.
어디 그뿐인가. 처음 보는 어르신께 "아부지, 여기 줄 서야 돼요"라며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시장통에서 만난 할머니는 "어머니, 뭐 하러 이런 걸 다 주셔요"라는 말 한마디에 기어이 덤을 얹어주신다. 참으로 이상한 나라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고 생전 본 적도 없는 사람을 서슴없이 가족처럼 부르며, 과도한 부탁과 정을 주고받는다. 분명 내 집인데도 '우리 집'이라 부르고, 심지어 내 남편도 '우리 남편'이라 소개하는 나라. 문법도 문맥도 맞지 않는 이 정겨운 아무 말 대잔치는 사실 거대한 마력을 지닌다.
이 마법의 주문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 '타인'이라는 벽을 허문다. 너와 내가 남이 아닌 '우리'가 되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위기를 이겨낼 힘을 얻는다. 이 이상한 나라의 아무말 대잔치야말로, 대한민국을 움직이게 하는 뜨거운 심장이자 멈추지 않는 엔진인 것 같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오늘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가족이라는 이름을 빌려 기꺼이 서로의 식구가 되어준다.
-조비온
▶“인간의 자아는 생물학적 경계를 넘어 타인, 공동체, 장소, 유무형의 가치들까지 확장된다. 타인을 자신의 자아 속으로 편입시키는 것은 그 대상을 나 자신처럼 아끼고 보호하려는 본능적인 심리적 포용이다.” - 러셀 벨크(Russell W. Belk)의 《소유물과 확장된 자기(Possessions and the Extended Self, 1988)》 中
📖감상 한마디
평소에 아무 생각없이 쓰던 말들을 이 글을 통해 돌이켜보니, 내가 얼마나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나 싶어 웃음이 났습니다. 남녀노소 관계없이 모두 가족이 되고,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이 나라에 살고 있음에 새삼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쓸쓸하고 외로울 때면 때때로 거리에 나가 돌아다니며,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되새겨 봐야겠습니다.
-해온
일상적으로 쓰는 호칭이 사실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표현이었다는 걸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 글이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가족 간의 호칭을 다른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런 말이 다른 사람에게 한 발 더 부드럽게 다가가게 하고, 우리에게 친밀감과 따뜻함을 더해 서로를 돕게 하는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는 걸 느꼈습니다. ‘아무 말’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마음의 벽을 허물고 온기를 더해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현경
우리나라의 독특한 정서가 반영된 언어문화를 따뜻하고 재밌게 표현한 글인 것 같습니다. 식당에서 흔히 쓰이는 호칭을 가족 간의 정으로, 대한민국의 동력으로 확장해나가며 표현한 것이 인상 깊었어요. 시간이 흐르며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변하더라도, 이 글에서 표현된 ‘정’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안나
우리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던 언어문화를 되새기는 기회를 가지게 만들어준 글이었습니다. 특히 ‘아무 말’이라는 정서를 가지고 대한민국을 뛰게 하는 동력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격없이 지내는 우리의 모습이 이상하지만 멋지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면서, 같은 공동체 안에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오광락
너무나 익숙해서 당연하게 지나쳤던 것들을 놓치지 않고 잡아내어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울림의 글로 뽑아낸 점이 좋았습니다. 적절한 예시와 깔끔한 문장이 이 글에 더 빠져들게 한 장점인 것 같습니다. 특히 ‘뜨거운 심장이자 멈추지 않는 엔진’이라는 표현에서 묘한 운율과 말맛이 느껴졌습니다. 명절, 특히나 긴 연휴를 마치면서 왠지 모를 외로움이 밀려올 때 가슴 벅찬 따뜻함을 전해준 글이었습니다.
-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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