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취중상담

2026.02.12 | 조회 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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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취중상담

 

우리 아빠는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약간의 숙취와 함께 귀가하는 날은 평소에는 잘 하지 않던 이야기들도 마구 쏟아내고는 한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나는 내일의 출근을 위해 잠도 자야겠고 영어공부도 해야 해 마음이 바빴다. 아빠는 그런 나와 얘기를 하고싶어 했고, 효녀의 탈을 쓴 나쁜 딸내미는 아빠에게 삼십분 가량의 시간만 배정해주었다.

 

네가 너의 길을 찾아야 해. 아빠가 많은 얘기를 해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선택은 너의 몫이야. 어른들은 너네보다 지금 시대를 몰라. 그러니까 힘들겠지만 네가 스스로 길을 찾아야해.”

아마 이 이야기의 발단은 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였던 것 같다.

아빠! 나는 나중에 인세 받으면서 편하게 살래!”

아빠는 웃으면서 조언을 하기 시작했지만, 그 웃음의 의미는 아마 걱정 반 귀여움 반쯤이었을 것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맹이가 아무 노력 없이 인생을 편하게 살겠다고 신나하는 모습에, 세상의 차갑고 어두운 면들을 충분히 본 선배의 입장에서 얘를 어쩌지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빠의 조언은 어느새 본인 스스로가 유능하지 못한 것 같다는 이야기로 흘러갔다. 그 말을 하는 아빠의 마음 한 켠이 어딘가 씁쓸하게 느껴졌다. 속상해 보였다. 갑자기 나도 울적해졌다. 말로만 들었던 유능하다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문득 궁금해졌다. ‘어떤 일을 남들보다 잘하는 능력이 있다.’ 그 뜻을 보고 나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빠는 유능했다. 아빠는 건설분야에서 내가 살아온 인생만큼의 길을 걸어왔다. 한 분야에서 30년 이상을 일했다는 그 하나만으로 유능하다는 말은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나는 아빠가 말한 유능하지 못하다의 의미가 단순히 능력의 문제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아빠는 부모님 세대의 많은 사람이 그랬듯, 다양한 삶보다는 획일적이고 효율적인 삶을 살아야 했다. 당장 눈앞의 가족들을 부양해야 했기 때문이다. 깊이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 시간, 차분히 지식을 쌓고 세상의 다양한 것들을 경험할 시간을 허락받지 못했다.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하기 싫은 일을 택하는 것. 내 편의를 접고 누군가를 위해 살아간다는 것. 사회초년생인 나는 이제서야 그게 얼마나 당연하지 않은 일인지 조금씩 깨닫고 있다.

 

나의 한마디로 시작된 아빠의 취중상담은 결국 내가 아빠의 삶을 돌아보면서 끝이 났다. 아빠가 살아온 삶이, 살아갈 삶이 얼마나 멋있는지 아빠에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부끄러웠다. 그래서 노트북을 켜고 글을 썼다.

-해온

 

 

 

 


📖감상 한마디

 

 

한 쪽 남짓한 짧은 글에 딸의 큰 성장이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아빠의 대화요청이 딸의 진로 상담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딸이 아빠를 이해하며 세상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전개되어 술술 잘 읽혔습니다.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생각할 거리가 하나 둘씩 떠올랐습니다. 마지막 문장까지 다 읽고 나서도 눈은 글에 고정한 채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안나

 

 

책임감 있게 살아온 아버지를 애정으로 바라보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었습니다. 아빠와 딸의 이야기에서, 아버지가 지나온 삶과 다르게 펼쳐질 딸의 삶, 그리고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저희 아버지도 생각이 나서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박현경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오늘도 현실을 이겨낼 아빠에게 바치는 헌사와 같은 글이었습니다. 아빠와 딸의 세계는 끊임없이 변하고, 현실을 감당해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스스로의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의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몰라도, 자신의 삶을 온전히 누리지 못해도, 살아가는 이유가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광락

 

 

아빠와 딸의 서로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표현들로 가득 찬 문장들 덕분에 읽으면서 따뜻함이 느껴졌고 읽고나서는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누가 누구를 상담해준 건지, 누가 누구에게 상담을 요청한 건지 알쏭달쏭한 취중상담이 결국 두 사람 모두에게 그리고 저에게까지 위로가 됐습니다. 설을 앞두고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힘을 주는 명절 모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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