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검열
과거의 ‘못난 나’를 머릿속 한 귀퉁이로 치워놓고 싶었다. 잘못된 행동을 했던 내 모습이 불쑥 떠오를 때마다 몸서리가 쳐지며 창피했다. 완전히 잊을 수 있다면, 아예 지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내 맘대로 되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하얀 바닥을 그렸다. 그 새하얀 바닥에 구덩이를 팠다. 그리고 블랙홀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블랙홀에 빠지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과거의 미숙한 나도 구덩이 속으로 영영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어렸을 때 친구에게 잘못해놓고 도리어 짜증을 냈던 나를 먼저 밀어 넣었다. 연이어 여러 모습의 ‘못난 나’를 그 안에 욱여넣었다. 외면하려고 넣어놓고는 계속 들여다보며 민망함에 둘러싸인 채 옴짝달싹 못 했다. 심지어 피곤했던 날 지하철에서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하지 않은 일조차 큰 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작정 ‘못난 나’를 구덩이 속으로 던져버리는 것을 멈추기로 했다.
‘못난 나’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내가 한 행동 중에서 실제로 잘못한 부분만 따로 떼어냈다. 다른 사람이 나처럼 행동했다면 나는 어떻게 느꼈을지 떠올려 봤다. 과거의 잘못을 너무 부풀려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이 과정을 거치자 ‘현재의 나’가 예전의 ‘못난 나’를 덜 곱씹게 되었다.
이제는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농구공만 해진 구덩이를 관조할 수 있다. 더 지나면 야구공만 하게, 그 다음엔 완두콩만 하게 볼 수 있게 되겠지.
-안나
📖감상 한마디
제목에서부터 공감하며 읽었던 글입니다. 못난 나의 모습을 공간에 두고 크기로 시각화한 점이 인상에 남았습니다. 블랙홀처럼 느껴졌던 구덩이의 크기가 마지막엔 점점 작아지는 것에서 검열에서 멀어지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을 따라가며 저도 모르게 글쓴이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박현경
‘시간의 흐름에 따른 다양한 변화들’을 잘 잡아내어 묘사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글을 다 읽고나니 시간이 흐르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미숙함들도 다 무뎌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시간이라는 힘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클 수 있겠다 싶어 스스로를 위로해줄 수 있었습니다. 나도 언젠가는 못난 나를 완두콩만 하게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해온
자기 검열이라는 과정을 시각화해서 나타냄으로써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켰습니다. ‘못난 나’를 넘어서는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작아지는 구덩이를 보며 나의 삶도 다시 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가질 수밖에 없는 ‘못난 나’를 밀어내는 방식을 발견하게 된 것 같습니다.
-오광락
생각이 흘러가는 진행 과정에 대한 묘사가 잘 되어 있어서 크게 공감하며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비유가 무척 시각적이라 글을 읽으면서도 그 장면을 떠올리고 상상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소재를 잘 풀어낸 점이 돋보인 글이었습니다.
-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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