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릴레이
텔레비전 속 언덕에 비행기가 드러누워 있었다.
그 비행기는 으깨진 고등어 같았다.
견고하고 튼튼했을 비행기,
불로 녹일 수도, 망치로 깰 수도 없을 것 같았던 그 비행기가
시간을 맞으며 분해되고 있었다.
리모컨을 눌러 채널을 돌렸다.
다른 채널에서는 자식의 우주였던 부모가 늙어가고 있었고,
또 다른 채널에서는 깊게 새겨져 낫지 않을 것 같던 상처가 옅어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시간을 맞으며 무력해지고 있었다.
흐르는 것 말고 달리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아 보이던 시간에는 힘이 있었다.
비행기 잔해가 나뒹굴던 언덕에는 이제 새 풀이 돋고 있다.
그와 함께 다른 마음이, 다른 사람이 새롭게 견고해져간다.
-안나
📖감상 한마디
무심코 텔레비전 리모컨 채널을 돌리며 만나는 찰나의 장면들을 통해 인생의 거대한 순리를 깨닫게 해주는 글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흐르는 것 말고 달리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아 보이던 시간에는 힘이 있었다”, “비행기 잔해 위에 새 풀이 돋고 또 다른 사람이 견고해진다”는 부분에서는 낡은 것이 물러나며 새로운 것들에게 바통을 건네주는 모습이 연상되면서 제목인 ‘어느 릴레이’와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비온
TV라는 장치를 이용해 시간의 유의미함을 잘 보여준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TV속 시간은 뒤죽박죽일지 몰라도 시간은 결국 흐르고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는다는 의미로 읽혔습니다. ‘고등어 같았다’, ‘자식의 우주였던’ 같이 약간은 과장되면서도 적절한 비유로 읽는 재미를 더한 것 같습니다. 마침내 시간을 통해 견고해져가는 그것들이 잘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오광락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이 글을 통해 시간의 힘, 치유력, 그리고 생명의 순환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릴레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와닿았는데, 나 자신의 하루하루가 이어가는 릴레이도, 누군가와 함께 하는 릴레이도 담고 있는 것 같아 왠지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묘사와 비유가 너무 딱 맞아떨어져서 함께 그 장면을 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SSY
‘시간의 흐름에 따른 다양한 변화들’이라는 소재가 인상 깊었습니다. 비행기는 으깨진 고등어가 되고, 상처는 옅어지고. 이런 다양한 비유들이 글을 재밌게 읽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목인 ‘어느 릴레이’처럼, 시간은 나에게 또 어떤 영향을 줄지 기대가 됩니다.
-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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