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기 시인의 낙화(落花)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어제 오늘 쌓인 서류 뭉치를 조금씩 폐기하다 보니 계속 이 시 구절이 머리를 맴 돌았다.
이제 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정들었던 집과 동네, 익숙했던 업무를 뒤로 하고 이제 다른 곳, 다른 업무를 향해 한 발 내딛을 때가 된 것 같다. 시인은 압축된 문장과 자연이 주는 영감으로 어찌 이리도 정확하고 아름답게 인생을 노래한단 말인가.
하필 요 근래 인사와 이사, 딸에 대한 투자가 겹치면서 어수선하고 붕 뜬 마음에 어제 밤새 뒤척였건만, 시인은 이 또한 자연의 순리라고 넌지시 알려 준다.
중언부언(重言復言) 글자를 낭비하고, 생각을 연소하느니 시인의 조언에 조용히 귀 기울이는 게 더 위로가 되는 것 같다.
낙화(落花)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고이는 물처럼 고여 가는 시마(詩魔)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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