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ago의 'Hard to say I'm sorry'는 "Everybody needs a little time away..."라는 가사로 시작된다. 물론 연인 사이에 이야기이긴 하지만, 얼마나 자신만의 시간이 간절했으면 첫 소절부터 좀 떨어져 있자고 외쳤을까?
요 근래 몇 주간 내 몸속의 대장(大腸)님이 'time!'을 외치시더니 급기야 이번 주는 기어이 사단을 내고 말았다. 월요일 퇴근 무렵부터 뭔가 이상하더니 밤 12시부터 30분~1시간 간격으로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렸고, 다음날 억지로라도 출근하려고 지하철역으로 가는 그 짧은 순간도 참기 힘들어 다시 집으로 돌아와 병가를 내야만 했다.
가만히 돌이켜 보면, 대장 입장에서는 충분히 태업에 들어갈 만하다. 평소 업무 스트레스와 잦은 술, 추석 때 다녀온 장기 여행 피로 누적, 지난 주 친구들과 MT, 환절기, 육회 섭취 등 뭔가 정돈되지 못한 물리적 심리적 환경을 온전히 대장이 묵묵히 짊어지고 가야 했던 것이다. 대장 입장에서는 '에이, 나 안 해!'라고 외칠만한 상황이었으리라.
장염이 생기고 나니 탈수 증세와 저혈당으로 인해 어지럽고 의욕도 없고 괴로운 상태가 몇 일간 지속되었다.
다행히 어제 저녁부터 조금 차도가 있어 밤에 화장실 안가고 푹 잤더니 오늘은 좀 살만했다. 아침에 회사에 출근해 황태콩나물국에 동그랑땡을 시험삼아 먹었는데도 아랫배에 신호가 오지 않았다. 점심에는 해물탕을 먹었다. 그리고, 디카페인 라떼도 한잔 마셨다. 아, 이 얼마 만에 느끼는 행복인가? 어제만 해도 불가능 할 것만 같았던 이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하단 말인가?
아침에 일어나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고, 커피를 마실 수 있고, 밤이면 푹 잘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이처럼 소중할 줄이야. 더 많을 것을 갖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기 보다는 내 몸과 가족과 동료를 살피며 평범한 일상을 소중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되도록 항상 나를 되돌아봐야겠다.
내일은 토요일을 맞아 서울대공원 캠핑장으로 숯불에 고기를 구우러 떠나야겠다. 휴식과 힐링을 통해 하루하루 소중한 일상을 지키고 몸과 마음의 평안을 회복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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