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레터>의 8월 작가
듣는 사랑, 그 곁에서 이야기하는
최다은 피디
그는 요즘 어떤 고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할까요?
최다은 피디가 보내온 다섯 가지 키워드로
대화했습니다.
그 대화의 조각들을
구독자 님께 띄웁니다.
*
* 오늘 레터에는 최다은 피디가 직접 찍은 일상 속 장면을 담았습니다.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다은
한 2년 전? 1년 반 전쯤. 한 달 안에 여러 번의 죽음을 경험한 시기가 있었어요. 그 경험이 그냥 좀… 통째로 저를 바꿔놨어요. 시간의 유한함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관점을 조정하게 되는 계기가 됐죠. 직업 자체도 워낙 시간에 속박을 많이 당하는 일이고요. 라디오 PD로 살며 가장 힘든 게 바로 그 시간에 메인다는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달라진 점이라면, 예전보다는 덜 멀리 생각해요.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그렇게만 생각하며 삶을 살다 보면 끝이 없겠더라고요.
유청
저도 요즘 프리랜서로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게 시간인 거 같아요.
‘쫓긴다, 늦었다, 없다’ 이런 단어가 따라붙고요.
다은
진짜! 저 오늘도 그 생각했어요.
유청
근데 그게, 제가 일이 막 너무 많아서 그런 건 아니에요. 일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저 자신이 시간이 없는 상태를 계속 만들어야지 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예전엔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이런 저런 걸 해야지” 생각하고 넘어갔었다면 지금은 “당장 하지 않으면 안돼”라는 강박과 두려움을 가지는 거 같기도 하고요.
다은
시간에 관해서라면, 웬만한 담대함과 용기가 아니고서는 마음을 편히 갖기란 되게 힘든 거네요.

마이너스의 삶
다은
이전까지는 일이 저의 중심이었어요. 저라는 사람이 어디까지 더 할 수 있을까, 그걸 시험하면서 계속 나아가는 방향으로 살아왔는데, 이제는 시간을 중심에 둔 삶을 원하거든요. 어떤 한계점 같은 게 자꾸 보여요. 내가 닳아 없어지는 부분도 있고요.
각자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지만, 각자 가진 자원이 어떻냐에 상관없이 적은 것으로 살아가는 능력을 키우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좀 축소 지향적인, 마이너스의 삶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거든요. 더 절약하고 더 적은 걸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 조금 더 불편한 걸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유청
요즘은 사실상 소비가 재미와 동일한 얘기처럼 됐잖아요. 잘 사고 잘 버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삶의 모델처럼 많이 되죠. 소비가 한 사람의 모든 걸 다 얘기해 주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시스템인데, 이런 과소비들이 주는 어떤 들뜬 상태가 있잖아요. 그런 분위기에서 저도 개인적으로 좀 벗어나고 싶었던 터라 피디님이 이 키워드를 주셨을 때 반가웠었어요.
다은
그리고 저는 많이 버리지도 않아요. 저소비 생활이 미니멀리즘과 다른 지점이죠. 원래 갖고 있는 걸 요래조래 잘 쓰는 거예요. 저소비 생활을 시작하면서 유튜브 채널이나 인스타그램도 많이 언팔했어요. 요새는 어떤 계정 자체가 편집숍 역할을 하기도 하잖아요. 어느 순간 제가 그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이 궁금한 건지 아니면 다른 방향인지 구분이 안 가더라고요.
유청
피디님한테 있어서 시간과 저소비 생활이라고 하는 이 두 키워드는 바깥으로 뻗어있던 시선을 자기 안으로 돌린 결과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대안적
삶의
구체적
모델

다은
뉴욕은 어떤 대안적 삶의 구체적 모델을 확인한 곳이기도 해요. 제게 뉴욕에 사는 두 고모가 계신데요, 특히 맨해튼에 사는 작은 고모는 아주 많은 시간을 가지고 살면서도 불안해하지 않는 사람 중 한 명이에요. 저는 우리 고모를 그냥 특이한 사람, 뭐 이렇게만 생각하고 살았어요. 그러다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각성하게 된 뒤로 고모의 삶을 다시 보게 된 거예요. 나의 가장 가까운 곳에 모델을 삼을 만한 사람이 있었던 거죠.
작년 5월에 뉴욕에 갔을 때, 인터뷰하듯이 고모의 삶을 면밀히 관찰했어요. 저희 고모는 머리가 삭발에 가깝게 아주 짧아요. 그래서 고모 집엔 샴푸도 드라이어도 없죠. 식사도 간소해요. 설거지는 식사 후 바로바로, 세제 대신 밀가루를 쓰시고요. 그리고 지금 고모가 사는 건물도요, 거기가 오래 사신 분들이 많이 계신 곳이에요. 싱글 노인 인구가 많은 곳이 됐는데, 사는 얘기를 들어보면 서로 되게 많이 도우세요.
유청
아예 커뮤니티가 됐군요.
다은
맞아요. 그전에는 돌아가면서 이웃의 약 체크도 해주고 이랬는데, 이제 그것도 힘들어질 정도로 다들 너무 늙었으니 돈을 모아서 간호사를 고용하자, 뭐 이런 의견도 나온대요. 우리보다 좀 더 싱글 인구가 많고, 그런 시절이 더 일찍 시작된 곳이 뉴욕이잖아요. 한 20년 뒤, 30년 뒤에는 우리도 저런 모습이겠구나, 거기서 먼저 보는 거예요.

우정을 가꾸는 일,
우정을 시작하는 일
다은
제가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우정이거든요. 한국 사회에서는 좀 독특하다는 얘기를 들을지언정, 성향이 잘 맞고 서로를 잘 이해하는 제 친한 친구들이 저한테 너무나 귀한 재산이고요. 그들이 해외에서 지냈던 기간이 짧으면 10년, 길면 20년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우정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겠죠. 1년에 한 번을 만나도 그 친구들이랑 딱 3시간 얘기하고 나면 해갈이 돼요. 나를 정확히 알아듣고 이해해 주는 사람과 대화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앞으로 1년 간 또 잘 살 수 있겠다, 해요.
유청
저도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있는데요, 너무 자주 만나서 이제 오히려 조금 덜 만나야 할 정도 함께 충만한 시간을 보냈어요. 그래서인지 1년에 한 번 만난다는 그 마음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고 그렇습니다.
다은
저는 드문드문 만나도 잘 살 수 있는 타입의 인간이긴 했어요. 예전에는 혼자 충전하는 게 먼저기도 했고요. 그래도 한 켠에 좀 아쉬움이 있었던 건, 일을 하면서 만난 좋은 분들과 조금 더 우정을 쌓아가고 싶은데 그걸 미뤄왔던 거예요.
<필름클럽>을 마무리하면서 생긴 변화라면 그런 만남을 제가 먼저 청하기도 하고 만남의 제안이 오면 거절하지 않는 것이겠죠. 오늘 이 팟캐스트도 그래서 덥석 하겠다고 한 거고요.
유청
요즘에 우리는 온라인을 통해 사람들의 소식을 너무나 많이 알고 있잖아요. 상대에 대해 이미 다 아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그런데, 그렇지 않잖아요. 만났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는 수많은 레이어와 이야기들이 있죠. 뉴욕에서의 고모님의 삶과도 연결이 되는 것 같아요. 다양하게 뿌려 놓았던 우정의 결들이 나를 삶의 어떤 방향으로 데려가기도 하겠다, 생각 들어요.
다은
자기 본래 가진 걸로만 산다는 거, 얼마나 한계가 분명한가요!
확장하기,
부수기

유청
근데 외국으로 나가시려고 마지막 키워드가 외국어인가요?
다은
아니요. 못 나가서 배우는 거예요. 나를 확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스스로 갑갑해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저는 너무 비슷한 환경 안에서만 살아왔다는 점이거든요. 조금 시간과 여유가 생겨서 영어를 배우고 있어요. 그런데 의외로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배우고 있어요. 수업을 일단 줌(ZOOM)으로 하죠, 노션에 선생님이 숙제를 올리시고요, 또 제가 숙제를 하면 노션에 업로드 하고요. 종이로 된 교재가 아닌 아이패드에다가 숙제를 해야 되고요. 그래서 애플 펜슬도 다시 사고. 영어 뿐만 아니라 새로운 문물을 익히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됐어요.
유청
저도 팟캐스트 만들면서 그런 영역을 많이 배우고 있어요.
다은
사실 외국어 몰라도 라디오 PD로 일하는 데 전혀 지장 없지만, 그냥 영어를 공부함으로써 조금은 나의 일상에서 나를 분리시키는 그런 경험을 하는 것 같고요. 그리고 저는 언어가 한 사람의 관념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배워요. 외국에 사는 제 친구들, 고모를 생각하면, 사는 곳이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갭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그걸 최대한 늦추고 싶죠.
유청
그러고보면 피디님이 오랫동안 해오신 작업들도 음악의 언어를 알려주고 통역해주려는 시도처럼 느껴져요.
다은
저는 클래식 음악이 약간은 와인이랑 비슷한 거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세분화된 세계고, 그렇기 때문에 계급화 되어 있는 것도 맞다고 생각해요. 그걸 조금이라도 해체하고 싶어요. 충분히 내가 즐길 것들이 있는데, 장르에 대한 접근 자체를 막아버리는 허들이 있잖아요. 그걸 조금 부수고 싶었고, 그 일은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어요.
최다은 피디와 텍스트 기획자 임유청이 나눈
더 많은 생각, 고민, 진심과 웃음은
일주일 문화생활 팟캐스트
‘까마귀의 모음: 스몰톡’
ep.21 영화음악+라디오+팟캐스트=비효율의 사랑?
최다은 피디의 요즘 키워드 5!
편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구독과 댓글은 사랑🖤
🎧NEWS!
빠르게 마감된 최다은 피디님과의 8월 모임!
성원에 힘입어 3인 정도 추가 인원을 받으려 해요.
마감시까지 링크 열어놓을테니, 놓쳐서 서운하셨던 분들 지금 바로 신청해주세요!
날짜와 시간: 8월 22일 (토) 오후 4시
장소: 망원동 바 사뭇
* 구글폼을 제출하신 후 입금 완료해주시면 자동으로 신청 완료가 됩니다. (매진 시 구글폼 자동 종료) 모임 참석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1~2일 내에 메일로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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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사실 아직도 필름클럽 마지막회는 못듣고 있는데, 인터뷰 감사합니다!
인터뷰 앤드 레터
파도님 클러버시군요! 저도 새 영화 개봉할 때마다 필름클럽 생각이 자꾸 나요.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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