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레터]의 3월 작가
영화라는 이야기, 그 곁에서 이야기하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그는 요즘 어떤 고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할까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가 보내온 다섯 가지 키워드로
영화라는 일,
일이라는 생활,
생활을 가꾸는 즐거움에 관해
대화했습니다.
그 대화의 조각들을
구독자 님께 띄웁니다.
*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의

요즘
키워드
* 오늘 레터에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가 직접 찍은 일상 속 다섯 컷과 짧은 메모를 담았습니다.
#1
중년 되기

유청:
우리는 우리를 먹여 살려야 되잖아요. 내 퍼포먼스 수준을 계속 유지를 해야지 일도 생기고 뭔가 먹고 살고… 그런데 요즘은 확실히 체력 문제를 느껴요. 예를 들어 오늘 좀 무리했다, 그러면 다음 날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거예요. 이게 뭐 중년이라 확 꺾였다 이런 문제가 아니에요. 은은하게 일이 안 돼….
은선:
낮잠 자요.
유청:
저는 또 낮잠을 못 자요.
은선:
저도 팬데믹 이전에는 낮에 등을 댈 수가 없는 인간이었거든요. 낮잠? 어떻게 자는 거야? (웃음) 그런데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잠을 자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일이 원활하게 있지도 않았고, 사람도 원하는 만큼 만날 수 없었고요. 시간이 너무 많잖아요. 안 가고요.
유청:
시간이 안 가서 잔다는 건 왠지 좀 슬프다. 울면서 잠드는 느낌인데…?
은선:
다들 그러셨겠지만 저도 팬데믹을 힘들게 보냈어요. 힘들어 하고 분노하며 쓸데없이 기운 빼느니 잠이나 자자는 마음으로 긴 낮을 버텼어요. 낮잠 습관을 그때 좀 들였고요, 낮잠의 매력을 알게 됐죠. 지금은 특히 집에서 종일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면 일부러라도 중간에 시간을 한 번 끊어서 낮잠을 자요.

#2
글쓰기와 말하기
유청:
저희 몇 년 전에 『소울메이트: 메이킹 다이어리』(이은선 저) 출간했을 때, 극장에서 <소울메이트> 상영하고 북토크 했었잖아요. 민용근 감독님이랑 전소니 배우님도 모시고. 제가 진행했고요. 근데 그날 은선 씨가 어찌나 바닥만 보던지. 객석에 앉았던 은선 씨 친구가 “이은선! 제발 고개 좀 들어!”라고 속으로 외쳤더라는 에피소드가 있죠.
은선:
아 근데 이것도 모르겠어요. 그건 제 직업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어요.
개인의 성향과는 상관없이, 제가 생각하는 기자는 ‘브릿지’예요. 영화와 관객 사이, 영화와 영화인 사이, 영화인과 관객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 어떤 영화를 소개할 때는 전 스스로를 필터로 여기죠. 나라는 사람의 시선을 통과한 영화를 소개하는 거니까요. 그런 작업은 진짜 편해요. 아, 물론 기술적으로는 어렵죠. 대신 마음이 막 불편하거나 그러진 않은데, 내가 스피커로 나서야 되는 자리는 아직도 좀 어색해요. 그래서 생각하죠. 인플루언서는 안 되겠네. (웃음)
#3
직업 확장성

유청:
오프라인이라는 거, 꽤 비효율적이잖아요. 물리적 거리감이란 늘 어려워요. [인터뷰&레터] 오프라인 모임만 해도 그래요. (이번 달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와의 만남은 3월 27일 금요일!) 들이는 공만큼 효용이 있을까, 있다 하더라도 어떻게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매달 그런 고민들을 하게 돼요.
은선:
맞아요. 어려워요. 만약 제가 익숙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의 형태로 편지를 띄우게 되면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없었던 누군가에게 가닿을 수 있겠죠. 그런 장점이 생길 수가 있을 것이고… 근데 저, 자칫 너무 거창하게 들릴 것 같아서 좀 부끄러운 말인데요.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어디까지나 극장으로 사람을 인도하는 일이면 좋겠거든요. 극장에서 하는 프로그램들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도 극장으로 사람이 올 것이기 때문이에요.
(중략)
아직까진 온라인을 좀 멀리 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제가 극장을 조금 더 신성하게 생각하고 싶어서, 여전히 저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공간인 극장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으면 해서예요.
그런데 이거 잘못하면, 너 뭔데? 극장 수호자야 뭐야? (웃음) 그런 대의명분까지는 아닌데 싶어서 어디서 잘 안 하는 말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런 마음도 있어요.
유청:
글쎄요, 대의명분이라기보단 극장을 진짜 사랑하시는구나 싶어요.
은선:
(웃음) 오해입니다. 정말 약간… 애증이 분명히 있겠지만… 참 이거… 근데 저 진짜 너무 바보 같은가? 극장에 가면 떨리지 않아요?
유청:
🧐?
은선:
저는 떨려요. 그냥 떨려요. 극장이 그냥 너무 좋아요. 저는 이렇게 많이 가잖아요, 극장을. 근데도 아직, 언론시사회처럼 일로 갔을 때에도 극장에 암전이 되면 너무 떨려요. 너무 기대되고….
유청:
...🥹...

#4
멋과 맛
유청:
저는 은선 씨의 말을 듣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영화나 이런 전문 분야에 관해 들려주는 이야기도 물론 좋지만, 맛집과 멋집 이야기할 때는 거의 빠져들죠. 그냥 맛집 멋집 얘기하는 건데, 어쩜 그렇게 기승전결이 명확하고 위기며 갈등이며 캐릭터성은 물론 메시지까지 담으시는 거죠?
은선:
제가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예요. 맛도 너무 중요하고요, 그리고 나름의 멋을 챙기는 것도 진짜 중요해요. (중략) 제가 생각하는 멋이라는 게 있죠. 그걸 고수하려고 되게 노력하는 편이에요. 저는 사람이 자기 멋을 가지려면, 이게 제가 멋지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어떤 멋의 정도를 지키고 알려면 진짜 많이 실패해 봐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수많은 실패와 더 정확하게는 눈물이 날 만큼의 카드 명세서… 여러 가지를 겪어야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유청:
은선 씨… 지금 표정 너무 결연해요.
은선:
예전에 누가 저한테 그 질문을 한 적이 있거든요. 그분이 보기에 제 어떤 취향이 좋아 보였나 봐요. 물으시길, 취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 나도 좀 이것저것 많이 사봤다, 하셨는데요. 제가 말했죠. 그 정도로는 안 된다. 손이 떨리도록 사봐야 한다. 이걸 내가 산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사야 된다.(웃음)
어쨌든 저는 맛과 멋에는 아낌없이 돈을 지불하는 편이에요. 멋에는 공간도 포함돼요. 저는 공간이 되게 중요한 사람이라 집은 물론이고 제가 머무는 모든 공간을 조금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여행을 갈 때 숙소도 늘 고심해요. 비싼 숙소 이런 게 아니라, 제 나름의 어떤 멋을 충족할 수 있는 공간들이어야 해요.
#5
토토노이
Totonoi
整い

유청:
토토노이. 처음 들었어요. 찾아보니 사우나라고 하더라고요.
은선:
정확히는 사우나 후의 기분을 표현한 일본어예요. 그러니까 왜, 그 나라만의 뜻을 가진 언어들이 있잖아요. 토토노이도 그중에 하나인 거예요. 상쾌함이나, 사우나 후의 여러 가지가 곁들여진 어떤 기분의 상태인 것 같아요. 저 사우나, 온천 이런 거에 요즘 엄청 빠져 있거든요. 국내도 그렇고 해외에서도 굉장히 많이 찾아다니고 있어요.
유청:
요즘 사우나, 찜질방이 그렇게 유행이래요.
은선:
저도 몰랐어요. 아마 이런 게 아닐까 싶은데요, 저는 토토노이가 약간 명상 같아요. 일단 디지털 기기와 물리적으로 멀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잖아요. 사우나 안에 앉아 있는 동안은 어쩔 수 없이 나 자신과 대화를 해야 돼요. 동성 친구와 같이 간다면 잠깐 가벼운 이야기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혼자 있어야 되고. 그러면서 별의 별 생각을 다 하죠. 물론 저는 S이기 때문에 허무맹랑한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이제 나가서 뭘 먹지, 내가 어제 왜 그랬지, 이러죠. (웃음) 어쨌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나를 굉장히 정성들여 씻기고 땀을 뺀 후 시원한 무언가까지 마시게 하면 기분이 진짜 좋더라고요. 특히 러닝 이후에 하면 최고예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와
텍스트 기획자 임유청이 나눈
더 많은 생각, 고민, 진심과 웃음은
일주일 문화생활 팟캐스트
‘까마귀의 모음: 스몰톡’
ep. 10 매사에 진심인 영화 저널리스트 이은선의 다섯 키워드
편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INFO!
영화라는 이야기 곁에서, 이야기하는 사람
-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와의 만남
날짜와 시간: 3월 27일 (금) 저녁 7시 30분
장소: 미뗌바우하우스 쇼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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