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月 19日] 호영 작가와 열흘간의 묵언 명상

언어에 파묻히거나, 단절하거나. 호영 작가의 요즘 키워드 5!

2026.06.19 | 조회 1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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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레터]의 6월 작가 
몸과 글자의 사이, 혹은 곁에서 이야기하는
『전부 취소』의 호영 작가/번역가

 

그는 요즘 어떤 고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할까요? 
호영 작가가 보내온 다섯 가지 키워드로 
몸과 몸,
글자와 글자, 
그것이거나 그것이 아닌 것들 
그 사이 회색 지대에서 이야기하는 일상에 관해 
대화했습니다.

 

그 대화의 조각들을 
구독자  님께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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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취소

호영 작가의

요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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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도서 정보로 이동합니다. 


* 이번 레터에서는 산문집『전부 취소』와 호영 작가님이 직접 고른 다섯 키워드 - 10일, 뿌리, 아기, 언어화(하지 않기), 산책 - 중 열흘간의 묵언 명상과 관련된 키워드 '10일'로 나눈 대화를 발췌해서 소개합니다.

* 전체 인터뷰는 맨 하단 팟캐스트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사진 제공: 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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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던 사람, 저쪽으로 간 사람

산책
산책

유청:

호영 산문 『 전부 취소』는 좀 갈팡질팡하기도 하고 돌아가기도 하고, 호영님의 표현대로 뾰족뾰족한 글들의 모음이에요. 작가님은 이 책의 완성된 형태를 어떻게 그리셨나요?  

 

호영:

사실 책의 완성된 형태는 정말 편집자님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목차도 편집자님이 이 순서로 배열을 하신 거예요. 저도 나름대로 그려보긴 했지만 도저히 각이 안 나왔는데, 편집자님이 이렇게 배열해서 보여주신 걸 보니까 너무 납득이 됐어요.

초반에 그래도 가족들이 나오는 희곡이라든가, 어린 시절 얘기가 나오고, 그게 약간은 그래도 친절한 도입이 되는 것 같은데요, 뒤로 가면서는 진짜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여정이 있잖아요. 어쨌든 여기서 저의 정체성과도 연관이 되는 것 같은데요. 요즘에 겪는 일도 좀 재미있는 게, 제가 일이든 생활이든 영어를 쓰는 환경이 있어요. 거기서 트랜스젠더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갑자기 저를 ‘he(그)’라고 부르기 시작해요. 근데 저는 논바이너리이고 they를 쓰는 사람이거든요. 사실 대명사가 저한테 그렇게까지 막 중요하진 않아요. 이제는. 그냥 사람들이 내가 트랜스젠더라고 했을 때 원래 여기 있던 사람이 저쪽으로 갔을 것이다,라고 가정하는 그것이 재밌죠. 

이렇게 보면 저는 한편으로는 이도 저도 아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이분법이 엄청 중요한, 그런 이상한 회색 지대에서 어물쩍거리면서 살아가는 것 같아요. 그게 그냥 저인 것 같고 그래서 이 책도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고요.  

 

유청:

사실 우리들 사이에 굉장히 많은 실수와 헛짚음들이 있잖아요. 『 전부 취소』 는 그런 것들이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글들과 이야기들이라고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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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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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청:

[인터뷰&레터] 키워드 인터뷰는 작가님의 요즘 키워드 다섯 개로 대화하는 코너고요, 호영 작가님은 10일, 뿌리, 아기, 언어화(하지 않기), 산책. 이렇게 5개를 주셨어요. 저 오늘 되게 기대하고 있는 키워드가 있거든요. ‘10일’은 무엇인가요?

 

호영:

저의 가장 최근의 근황인데요. 제가 10일간 명상 수련원에 있다가 왔어요. 위빳사나(Vipassanā)라고, 인도에서 유래한 거라고 알고 있는데, 중요한 거는 10일간 핸드폰 인터넷 없는 건 물론이고 읽고 쓰는 것도 할 수 없어요. 저는 명상을 평소에 하지 않거든요. 

 

유청: 

원래 명상을 많이 하셔서 조금 더 딥하게 해보고 싶다가 아니라, 평소에 아예 안 하시는데 열흘을? 과감하다!   

 

호영:

이 명상법을 저에게 몇 년간 추천해 준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는 거의 매년 한 번씩은 가는 것 같은데, 저는 그 기간이 부담이 됐어요. 왜냐하면 이 명상 프로그램은 첫 참가는 무조건 10일짜리를 가야 해요. 그렇게까지 해야 되나? 하고 마음에 벽이 있었는데, 이 친구랑 전혀 연관이 없는 다른 친구가 자기가 이걸 다녀왔는데 좋았다며, 영상 통화를 하는데 정말 얼굴이 다른 거예요. 그게 올 초였고, 저는 “올해인가?”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전 세계에 이 센터들이 있는데, 또 큰 이점이 이게 무료라는 거예요. 10일간을 공짜로 먹이고 재워줘요. 

 

유청:

식비랑 숙박비도요? 아 뭔가 더 무서운 거 같기도 하고...(웃음) 

 

호영:

거기서 하는 말이 이래요. 이 명상법은 사실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삶의 도구인데, 내가 얼마를 냈으니까 나는 이만큼을 배웠어야 돼, 막 이런 걸 따지기 시작한다. 그런 건 이 명상법의 정신에 위배된다는 거죠. 웃긴 얘기가 있는데, 데이비드 린치의 명상이 또 유명하잖아요. 초월명상이라고. 그것도 제가 살짝 관심이 있어서 작년엔가 한번 알아봤는데, 국내에도 센터가 있어요.

 

유청:

평소 명상을 하지는 않지만, 명상에 관심이 많은 호영님! 

 

호영:

제가 이렇게 뭔가 영적인 거에 관심이 있어요. (웃음) 아무튼 그걸 알아봤는데 그거는 막 200만원인 거예요. 금액이 너무 크기도 하고 뭔가 수상한 점이 좀 있었어요. 근데 이건 무료다. 그냥 가면 된다. 몸만 들고 가면 된다. 이게 마음에 들어서, 또 친구의 달라진 얼굴을 보고 가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는 너무 추천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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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꽃집 풍경
꽃집 풍경

유청:

그리고 열흘을 무사히 마치셨네요?

 

호영:

그러니까요. 사실 중도에 포기하고 나올 수도 있어요. 실제로 그런 경우들이 종종 있다고 해서, 저도 살짝 걱정을 했어요.

가서도 많은 위기가 있었어요. 매일매일이 위기였고, 첫 3일까지는 솔직히 매시 위기였어요. 그런데도 정말 좋았던 점은 이것만 하면 된다는 거. 말할 필요 없다는 거. 단순한 생활, 이게 되게 좋게 느껴졌어요. 

사람들이랑 얘기할 필요가 일절 없어요. 저는 말하는 걸 애초에 별로 안 좋아하는데, 물론 지금 이렇게 말을 많이 하고 있지만, (웃음) 근데 이렇게 어떤 정해진 형식이 아닌 스몰톡을 제가 잘 못하고 또 힘들어 하거든요. 여기선 모르는 사람들이랑 있음에도 전혀 그런 대화를 안 해도 된다는 게 저한테 너무 편안하게 다가왔던 거죠.  

환경도 좋고요. 거기가 전라북도 진안인데, 한적하고 아름다운 나무와 꽃과… 나비가 계속 날아다녀요. 새들도 막 지저귀는 그런 곳이에요. 밥도 진짜 맛있고요. 거의 비건식으로 주는데, 요거트 정도가 아마 유제품인 것 같아요. 스태프 분들은 다 봉사자세요. 다 구 수련생, 명상법을 하신 수련생들이고 봉사를 통해서 감사와 마음을 표현하는 건데요, 봤더니 아 이 밥을 저분들이 만드셨겠구나, 짐작 되는 히피풍의 너무 귀여운 할머니들이 계신 거예요. 나 정말 좋은 곳에 왔구나 싶었죠. 저는 할머니 밥을 먹으면서 자랐어요. 저희 할머니도 거의 채식을 하시고요. 그런데 할머니 음식을 이렇게 공짜로 먹을 수 있다니! 너무 좋은 환경이었어요. 

어느 날의 아침
어느 날의 아침


 

어느 날의 점심
어느 날의 점심

(유청: 할머니의 밥을 닮은 밥들이에요!)

이제 실제 명상으로 들어가자면, 어, 당연히 첫 3일간은 너무 힘들었고요. 잡념이 진짜 진짜 많이 들고, 명상을 하는 건지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미로 속에서 계속 허우적댔죠.

명상법은 처음에는 호흡을 느끼라고 해요. 내 호흡이 어느 콧구멍으로 들어갔다 나오는지나 윗입술과 인중에서 느껴지는 숨, 이런 걸 감각화할 수 있도록 집중하면서 계속 숨을 쉬어요. 이게 자기와의 싸움인 거잖아요. 나의 생각을 지켜봐야 되고, 나의 숨을 지켜봐야 되고. 숨을 못 쉬는 나를 지켜봐야 되고. 이게 되게 괴롭죠. 또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죠. 일이 존나 많은데 그걸 다 내버려두고 내가 여기 와서 뭘 하는지… 그런 생각도 들고요.

제가 사실 되게 불안함이 커서 평소에도 온갖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이 과정을 겪으면서 깨달았어요. 이 명상은 10일짜리여야 되더라고요. 첫 3일은 본 명상법이 아니라 그걸 위한 연습이에요. 매일매일 새로운 과제가 주어져요. 조금씩 한 단계 한 단계, 나중에 실제로 하는 위빳사나의 명상법은 몸 전체를 훑으면서 몸을 감각하는 걸로 가요. 처음에는 감각이 느껴지는 부위가 몇 없었는데, 나중에는 그걸 다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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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심

상봉
상봉

호영:

물론 안 될 때도 있어요. 그것 또한 어떤 정보값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돼요. 그러면서 내가 느끼는 감각이 고통이든 쾌든, 어느 쪽이든지 간에 중요한 건 평정심이란 걸 알게 됐어요. 

명상을 하다 보면 계속 같은 자세로 앉아 있으니까 너무 아프기도 하고 간지러워서 죽을 것 같고 막 이렇거든요. 당장 긁고 싶고 자세를 바꾸고 싶고 한데, 그냥 계속 이걸 지켜보고 있잖아요? 사라져요. 이런 걸 내 몸으로 경험했기 때문에, 화남과 슬픔, 이런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바뀌어있겠구나 생각이 드는 거예요. 

 

유청:

변화를 바라봄으로써 변화를 믿게 되는 과정이었군요. 

 

호영:

우리가 지적으로는 알잖아요. 항상 그런 얘기를 듣죠. 모든 것이 무상하다. 결국 다 변화한다. 다 들어서 아는 얘기예요. 근데 이걸 제 몸으로 제가 경험하니까, 아는 걸 넘어서 그냥 믿게 된 것 같아요.

또 하나 느낀 게 있는데요. 명상을 하다 보면 좀 잘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어 내가 잘하고 있네, 기분이 좋아지기도 해요. 근데 그러면 잘하는 게 아닌 거예요. 그냥 지금은 이런 느낌이구나, 지켜보는 그 평정심이 중요한 거더라고요.

모든 건 변하는구나. 좋은 느낌이든 고통이든 올 수도 있고 왔다가 또 갈 수도 있는 거구나. 그 마음을 지켜보려고 노력하게 됐어요.

 

 


전체 인터뷰는
일주일 문화생활 팟캐스트 
‘까마귀의 모음: 스몰톡’

ep.23 
문학과 몸, 삶과 시를 번역하는
호영 작가의 요즘 키워드 5! 

편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링크를 클릭하시면 애플 팟캐스트로 이동합니다. 팟빵, 스포티파이에서도 들으실 수 있어요.     
    링크를 클릭하시면 애플 팟캐스트로 이동합니다. 팟빵, 스포티파이에서도 들으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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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몸과 몸, 글자와 글자 사이에서 이야기하는 사람

- 호영 작가를 인터뷰하다. 

날짜와 시간: 6월 27일 (토) 오후 2시

장소: 오드컨선

 

* 구글폼을 제출하신 후 입금 완료해주시면 자동으로 신청 완료가 됩니다. (매진 시 구글폼 자동 종료) 모임 참석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2~3일 내에 메일로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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