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月 30日] ㅊ과 ㅇㅎ에 관한 ㅇㅇㅊ 일지

뾰족귀 친구들, 그리고 인터미션

2025.10.30 | 조회 2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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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앤드 레터

책과 영화를 아끼는 당신께 띄우는 텍스트 기획자 임유청의 ‘읽고 쓰고 공유하기’ 활동 일지. 매월 1일, 이달의 작가와 책을 소개하며 시작됩니다.

구독자 께, 

시월의 마지막 레터를 띄웁니다. 

 

 

🐱

 

(c) pyoki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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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기식의 계절 표기법

남해와 부산, 뾰족귀 모음

 

 

 10

 

 

임유청의 유청문장분리기

 

 

시월엔 표기식 작가와 오래 대화 나눌 일이 있었습니다. 한강의 빛을 찍는 일에 관해서였습니다. 그는 누가 시키지도 권하지도 않은 그 작업을 10년 넘게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날 그는 강을 하루쯤 관찰해보시라고 했는데,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저도 강을 꽤 오랜 기간 지켜본 적 있습니다. 파주로 출퇴근하는 버스 안에서였습니다. 관찰했다기보단 물끄러미 바라본 것에 가깝지만, 지금도 강물과 강변 수풀들이 계절에 따라 변하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걸 왜 잊고 있었을까요? 적어놓았던 게 참 다행입니다.『서울사람처럼』중 ‘버스를 타고(2)’ 일부를 소개합니다. (마침 파주에서 표기식 작가의 미니 사진전이 열리고 있고요!) 그와 나눈 대화는 곧 모종의 결과물로 나올 예정입니다. 11월에 소개할게요! 

 

 

🚏

 

합정역 1번 출구에 가면 사람들이 기다랗게 줄을 선 버스정류장이 있다. 파주와 일산으로 가는 광역버스 정류장이다. 그중 빨간색 2200번이 내가 타는 버스다. 파주와 일산으로 가는 광역버스 정류장이다. 그중 빨간색 2200번이 내가 타는 버스다. 내가 타는 시간대엔 나처럼 파주출판도시로 출근하는 직장인과 파주 롯데, 신세계 아울렛으로 쇼핑하러 가는 부지런한 관광객이 주로 이용한다. '자유로'도 이 버스로 처음 타봤다. 자유로는 강변북로가 끝나는 강서구 가양대로 북단에서 시작해서 한강을 따라 임진각으로 이어지는 고속화도로이다. 같은 한강 곁에 난 도로라도 강변북로가 한강의 스무여 개 대교, 반듯한 한강 공원, 63빌딩, 파크원, IFC 같은 여의도의 마천루, 성수의 초고층 신축 아파트부터 재건축 구호를 써 붙인 이촌동의 낡은 아파트 단지, 보광동 언덕의 교회 십자가와 한남동의 절벽 같은 고급 빌라촌이라는 서울을 관통한다면, 자유로에는 끝없이 펼쳐진 낮고 무성한 숲, 때가 되면 하늘을 덮는 철새 떼, 작은 고깃배와 철조망과 도로표지판을 감고 올라가는 능소화 같은 것들이 있다.  서울 쪽 마지막 정류장인 홀트아동복지회에서 강변북로로 빠져나온 2200번이 노을공원 쪽 캠핑장 인근을 지나면 문득 미루나무가 일곱 그루인가 다섯 그루가 등장한다. 거기부터를 자유로라 하겠다. 파주로 가는 2200번을 탄다면 운전석 뒤쪽 열 창가 자리에 앉길 권한다. 자유로를 타고 가는 내내 강을 구경하며 갈 수 있다. 겨울이면 하얗게 언 강을 볼 수 있는데, 겨울이 끝나갈수록 물은 맑은 군청으로 색이 든다. 날씨가 풀리면 대기는 탁해도 강변의 수풀만은 형광에 가까운 연두색으로 빛난다. 연두는 쑥쑥 자라 초록이 된다. 초록은 의외로 어둡다. 여름이 습할수록 더욱 그렇다. 기온이 내려가면 철새떼가 돌아온다. 기러기나 오리나 똑같이 크고 시커멓고 수다스럽고 분주하다. 다시 봄이 되면 반대편 창가에 앉으면 좋다. 벚꽃이 피고 지는 쪽이다. 

*1쇄가 다 떨어졌는데, 2쇄를 찍을지 말지
너무나 고민 중인 요즘이네요.

*

 

매달 마지막 레터, [ㅊ과 ㅇㅎ에 관한 ㅇㅇㅊ 일지]에서는 이달의 책과 다양하게 연결된 추천 도서를 소개합니다. 두 개의 미니 코너가 있습니다. [표기식의 계절 표기법]. 사진가 표기식의 카메라가 채집한 이달의 계절을 연재합니다. 그는 어디로든 떠나는 사진가입니다. 따로 사진에 코멘트를 붙이지 않아서, 사진에 붙은 꼬리말은 ㅇㅇㅊ의 것입니다. 모바일로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될 수 있으면 PC의 큰 화면으로 감상하시길 추천합니다. [임유청의 유청문장분리기]는 ㅇㅇㅊ 에세이의 일부를 잘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종이와 화면에 놓여 있던 글을 자르고 분해해서 레터에 씁니다. 때때로 새로 씁니다.

이번 레터를 읽으시고 구독자 님께 떠오른 책과 영화가 있기를.
추천은 언제나 궁금합니다. 🍀

 

 

*

 

『배우 박해일』
                 과                 
                    이어    
지는

       책

 


 

『넥스트 액터 박정민』

‘넥스트 액터’ 시리즈의 시작이자 백은하 배우연구소에서 나온 첫 번째 책입니다. 이 작은 책으로 백은하 소장의 배우학이 비로소 또렷한 윤곽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 셈이니, 작지만 기념비적인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넥스트 액터’ 시리즈는 필모그래피, 캐릭터와 비트 분석, 귀여운 질의응답과 깊은 인터뷰 등의 공통된 구성을 가지되 각 책의 색깔만은 주인공이 된 배우에 따라 확연히 달라집니다. 『넥스트 액터 박정민』은 배우 박정민이 깊이 함께 만든 책입니다. 박정민 배우는 <파수꾼>의 베키부터 <사바하>의 나한까지 자신이 맡았던 여섯 역할에 관해 직접 짧은 에세이를 쓰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의 처음이 되는 일은 일종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할텐데요, 당시 선뜻 백은하 소장의 연구에 자신을 내어준 박정민 배우의 마음에는 용기와 애정, 무엇보다 신뢰가 함께 깃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
지은이: 백은하, 박정민
출판사: 백은하배우연구소
초판 1쇄 발행일: 2019년 6월 5일

 



 

액톨로지 시리즈 -『배우 배두나』

“배우 배두나에 관한 가장 입체적 보고서”. 데뷔부터 지금까지 오직 자기 자신으로 살아온 단 한 명의 배두나에 관한 아름다운 양장본의 책입니다. 『배우 배두나』에는 길거리 캐스팅으로 처음 데뷔하게 된 장면부터 영화의 비하인드 컷, 배우가 직접 들려주는 연기와 삶에 관한 이야기들이 들어있습니다. 배두나 배우는 유독 타인에 대한 공감력이 높은 캐릭터를 맡아왔는데요, 그에게서 유수 감독들이 발견한 ‘그 무언가’를 과학적으로 탐구해보는 기획도 있습니다. 배두나 배우의 교감 능력에 관해 카이스트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 랩과 함께 진행한 뇌 활동 실험이 그것입니다. 『배우 배두나』의 매력 중 하나는 탁월한 섭외입니다. 배우 조승우, 봉준호, 정재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등이 배우이자 동료로서의 배두나를 이야기합니다. 루이비통 아티스틱 디렉터, 넷플릭스 부사장 등 다양한 국제 기업들이 분석하고 이야기하는 글로벌 아이콘으로서의 위상과 영향력도 흥미롭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나가바 유가 단순한 몇 가지 선을 통해 오히려 그 특징이 선명해지는 그림으로 표현해낸 배두나의 캐릭터도 보는 즐거움을 더합니다.

*
#📚
지은이: 백은하
출판사: 백은하 배우연구소
초판 1쇄 발행일: 2021년 12월 6일

 

 

*

 

신간 소개

 

신간을 소개해봅니다. (레터에서 소설 소개는 처음이네요!) 현재 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이자 영화 저널리스트로서 각종 영화제와의 협업, 블루레이 메이킹 작업 등 다양한 영화를 인터뷰하고 기록하는 김혜선 작가가 첫 번째 소설을 출간했습니다. 저는 작가님이 처음 이 원고를 시작하셨을 때 먼저 조금 읽어볼 수 있었는데요, 비혼 여성의 돌봄, 노년 여성의 일, 모녀라는 복잡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어서 책이 나오길 응원하며 기다렸던 거 같습니다. 읽고 나면 우리 주변에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반드시 떠오르는 책이랍니다. 저는 엄마께 선물하려 해요. 

💊
『잔소리약국』
김혜선 소설
도마뱀출판사

51년 차 약사 엄마와 26년 차 영화 저널리스트로 프리랜서 생활 17년인 둘째 딸이 2년 11개월 동안의 동거에 들어갑니다. 평생 약국을 운영하며 가족을 보살펴온 엄마는 비혼에다 출근도 안 하면서 바쁘다고 투덜대는 딸이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딸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관절 부상으로 혼자서는 이동도 어려우면서 기어이 매일 약국 문을 여는 엄마가 답답합니다. 밤낮 없는 프리랜서의 삶, 평화로웠던 1인 가구의 삶에 돌봄 노동이 추가됐는데 엄마는 그리 고마워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잔소리약국』은 약사 엄마의 마지막 시간을 돌본 김혜선 작가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세대와 생각이 다른 두 여성이 만났을 때, 더구나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로 만났을 때 그들은 서로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요? 이 소설은 가까워서 오히려 몰랐던 엄마의 삶을 알아가고 50년간 약국을 중심으로 일하고 이웃과 관계맺으며 살아온 한 여성의 삶을 존경과 애정으로 조명합니다. 읽고 나면 반창고와 파스, 연고와 모기약 등 작고 소중한 것들을 챙기는 마음으로 주변에 권하게 될 거예요. 

*자세한 책 정보는 여기서! 

 

 

첨부 이미지

INTER-인터미션-MISSION

 

지난 4월에 오픈한 [인터뷰&레터] 시즌 1, '영화와 책'을 테마로 6개월간 6권의 책, 6인의 작가를 만났습니다.  텍스트 기획자 임유청과 『서울사람처럼』, 영화 저널리스트 차한비와 『모든 소란을 무지개라고 바꿔 적는다』, 최지웅 디자이너와 『영화간판도감』, 딴짓의 세상 오세범 대표와 『사랑하는 영화가 데려다준 곳』, 정재은 영화감독과 『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 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과 『배우 박해일』이 함께했습니다. 모임을 위해 기꺼이 공간을 나눠주신 망원동 바 사뭇, 서촌 영화서점 영시, 미뗌바우하우스, 백은하 배우연구소에 각별한 마음 전합니다. 

11월과 12월에는 시즌2 준비를 위해 잠시 인터미션을 갖습니다. 인터미션 중에도 레터는 매달 2회 가량 발송할 예정이에요. 11월에 보내드릴 이야기(언리미티드 에디션 추천 부스 준비 중!)도 기대해주세요. 

 

그리하여 이번 달은 여기까지입니다.
저희는 새로운 11월에 만나요. 

생각보다 자주 뵙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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