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月 16日] "소설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소설MD, 혹은 스파이. 김효선 작가와의 키워드 인터뷰

2026.04.16 | 조회 2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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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레터]의 4월 작가
엄마라는 책, 그 곁에서 이야기하는
김효선 작가/한국소설 MD 

 

그는 요즘 어떤 고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할까요?
김효선 작가가 보내온 다섯 가지 키워드로
엄마라는 책,
책이라는 인생,
책과 삶이라는 이야기를 따라
졸졸졸 흘러가는 매일매일에 관해
대화했습니다. 

 

그 대화의 조각들을
구독자   님께 띄웁니다. 

 

 

*

 

 

#오춘실의사계절

 

               요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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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선                      작가의


  * 오늘 레터에는 김효선 작가가 직접 찍은 일상 속 장면과 짧은 메모를 담았습니다.

 

우리 엄마는 어떤 사람일까?

표지 촬영 작가 곽은진 선생님이 주신 선물
표지 촬영 작가 곽은진 선생님이 주신 선물

유청:

『오춘실의 사계절』을 쓰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해요.

효선:

오래전부터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알고 싶었어요. 엄마 얘기를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은 되게 많았고, 사실 제가 예전에 원래 쓰고 싶었던 얘기가 있어요. 엄마가 저소득층 여성 노동자로서 겪은 일종의 노동사적인 그런 얘기였는데, 저희 엄마는 그런 분이 또 아니세요. 뭐 노조 이런 거 했느냐, 그러면 “난 그런 건 몰라” 막 이러는 스타일이에요. (웃음) 그러다보니 생각이 들었죠. 내가 원하는 어떤 모습에 엄마를 끼워 맞추려고 했었나?  

그냥 엄마 얘기를 물 흐르듯이 듣고 싶었어요.
엄마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꾸미거나 강조하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적자. 제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책이니까, 책 한 권으로 엄마를 정리해서 꽂아놓고 있자. 그러면 나중에 엄마가 떠나더라도 책으로 우리 엄마가 이 세상에 살아 있었다는 거를 남겨놓을 수 있겠다, 이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아요.

 

 

교보문고에 간 오춘실
교보문고에 간 오춘실

이 김효선이 그 김효선입니다. 

유청: 

처음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셨다고 들었어요. 글을 거의 올리자마자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으신 걸로 알고 있거든요. 자기 이야기, 자기 글을 책으로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보면 꿈만 같은 이야기일 텐데요. 그 과정을 들려주시겠어요?

효선:

책을 내기 위해서 일단 브런치에 올렸어요. 먼저 한 10편 정도를 썼어요.

유청:

처음부터 책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셨군요.

효선:

나중에 제가 직접 독립 출판으로 내더라도, 아무튼 책의 형태로 만들고 싶었어요. 물론 출판사에서 내주시면 훨씬 좋겠지만, 일단 제가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이 이야기를 실물의 형태로 가지고는 있고 싶었기 때문에 무작정 올리기 시작했죠. 한 3편? 4편? 올렸을 때 출판사 연락을 받았어요.

이 책을 만들어 주신 분이 강설애 편집자님이세요. 제가 청소년 분야도 맡았을 때 뵀던 분인데요, 나중에 하시는 말씀이, ‘이 김효선이 그 김효선인지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유청:

아하? 처음부터 이름을 걸고 글을 쓰신 건가요?

효선:

네, 닉네임을 실명으로 그냥 걸었어요. 

유청: 

그런데 인터넷 공간에 글을 쓸 때는 많이들 다른 이름을 쓰기도 하잖아요. 지금 쓰는 이야기를 꼭 책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나를 다잡고자 하는 결심 같은 것이 반영이 됐을까요? 

효선: 

그랬나 봐요. 의지가 있으니까. 그전에 저는 사람들한테 나에 대해서 별로 말하지 않았어요. 우리 집이 이렇게 가난하다 이런 거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는데, 이걸 더는 못하겠다 싶은 생각이 있었던 거 같아요. 자아들이 너무 분리돼 있고, 이 분리된 자아를 그냥 하나로 합치고 싶었어요. 나 이런 사람이다, 하고 그냥 빨개벗고 세상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눈

 

예술의 전당에서, 엄마의 눈높이에서
예술의 전당에서, 엄마의 눈높이에서

유청:

오늘 대화 주제가 ‘김효선 작가의 요즘 다섯 가지 키워드’이기도 하잖아요. [인터뷰&레터]를 위해서 5개의 키워드를 보내주셨어요. 눈, 활기, 의리, 여자, 스파이.

효선:

우선 눈에 대해서는, 제가 최근에 눈을 한번 다쳤었어요. 책을 보다가 책 모서리에 눈이 찍혀가지고… 책은 진짜 위험하다! 라는 생각을 그때 했었고요. 이게 재발될 수가 있어요. 그래서 항상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아 오늘은 눈이 괜찮길, 이 생각들을 좀 많이 하게 돼요. 눈의 상태에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의 폭이 작아진다는 거, 많이 느끼게 됐어요. 

유청:

책을 읽으셔야 되는데.

효선:

다쳐보니까 알겠는 거예요. 제가 즐거워하는 것들이 대부분 눈하고 연결이 되어 있구나, 그러면서 눈에 대한 생각들을 너무너무 많이 하게 된 거죠. 일에 대해서도 안목이라고 하잖아요. 책에 관해서도, 저는 좋은 책을 볼 수 있는 눈이 있기를 바라면서 계속 살아왔던 거 같아요. 이런 생각에서 ‘눈’이라는 키워드 제일 먼저 골라봤어요.

유청:

병원에서 뭐라고 조언을 하던가요?

효선:

술 먹지 마라... 스트레스 받지 마라....

유청:

아....... (깊은 탄식)

 

의리-디스이즈텍스트 북페어-책에게 의리를 지키자
의리-디스이즈텍스트 북페어-책에게 의리를 지키자

#활기

활기-차게 수영하는 저
활기-차게 수영하는 저

 

유청:

‘활기’라는 단어도 선정해주셨어요.

효선:

활기는 일을 할 때 제가 좀 늘 신경을 쓰고 있는 키워드예요. 좀… 제가 생각하기에 저희 업계에서 기력이 그렇게 강한 분들이…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더라고요. (다같이 웃음) 대체적으로 좀 내향적이고, 대답이라거나 결론을 빨리 내리는 분들이 사실은 많지 않다는 느낌을 저는 받아요.

유청: 

출판 마케팅 쪽도 그러신가요? 

효선:

마케팅 쪽도 조금… 제가 느끼기에는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일반화할 건 아니지만요. 아무튼 제가 느끼기에는, 제가 생각하는 저의 좀 특이한 점이랄까요. 이렇게 수도 없이 책을 읽는 동시에 밝은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저는 좀 밝은 편이니까,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활기를 좀 사람들한테 나눠주고 싶어요. 그게 일을 하면서 제가 지금 계속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에요. 저한테는 기력도 여력도 있으니까, 이걸 사람들한테 나눠주고 싶다, 같이 일하고 나면은 좀 산뜻하다, 이런 느낌이 드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유청:

활기를 전하려 신경 쓰는 부분들이 있나요?

효선:

일단 통화를 좀 밝게 한다? 근데 그게, 제가 어렸을 때는 또 그런 게 있었어요. 제가 막 젊은 여자일 때. 막 이럴 때는 이렇게 막 사람들한테 웃고 싶지 않았어요. 억지로 웃을 때 그런 힘든 마음 있잖아요. 그래서 예전에는 오히려 밝음을 절제하는 데에 오히려 신경을 썼던 것 같은데, 이제는 저도 여유가 생겼죠. 그러니까 좀 웃고 살자, 이래요. 

유청:

너무 좋다. 

효선:

좀 이거는 수영장에서 배우기도 한 것 같아요. 같은 말을 해도, 내가 저 사람을 약간 공격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결국 상대방도 느껴요. 못 느끼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꼬아서 말하지 말자, 이왕 할 일 웃으면서 하자, 좋게 좋게 가자,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유청:

나이 들어서 좋은 것들은 확실히 그런 건 것 같아요.

효선:

맞아요. 훨씬 편해요. 웃어야 할 때 확실히 웃고, 웃지 않아야 할 때에는 한 타임 여유를 가지면서 생각할 수 있는 경험이 쌓였고. 이런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스파이

스파이-모든 것을 너무 많이 보고 있다
스파이-모든 것을 너무 많이 보고 있다

유청:

다음 키워드 가볼까요? ‘스파이’라고 하는 거.

효선:

제가 되게 재미있게 본 책이 있어요. ‘열린책들’에서 편집 이사로 근무하신 김영준 선생님이 쓴 책이고요, 제목이 『작가, 업계인, 철학자, 스파이』예요. 출판 노동자로서 본인이 회사에서 가지고 있는 어떤 입장들을 정리한 거예요. 그러니까 회사가 원하는 게 있고 내가 원하는 게 있는데 그러니까 회사가 원하는 매출 숫자를 만들고 그리고 나서 내가 만들고 싶은 타이틀을 끼워넣는 거죠.

유청:

너무나 능력자의 이야기네요…!

효선:

요즘에 제가 하고 싶은 얘기도 이거라는 생각이 좀 들어요.

회사가 원하는 게 있고, 누군가는 그 숫자를 맞춰야지 조직이 운영이 되는 건 맞거든요. 이 업계가 굴러갈 수 있고요. 그 사이에서 저는 조금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스파이 같이 눈을 샥샥 굴려가면서! 이런 거죠.

내가 추구하고 싶은 아름다운 것들이 있잖아요. 그걸 어떻게 스파이처럼 몰래 몰래, 이 택배 박스 안에다가 조금 숨겨 가지고 세상에 유통해 볼 것인가, 요즘은 좀 그런 것들을 고민하고 있어요.

유청:

실제로 이거 나 성공적인 스파이였어, 하셨던 거 있으신가요? 스파이의 비밀인가요. (웃음)

효선: 

제가 하는 일 중에 ‘한국 문학 앱레터’라고, 레터 보내는 게 있거든요. 2주에 한 번씩 보내는 건데, 인터넷상에서는 매대를 무한히 만들 수가 있잖아요. 그 무한한 매대에 '아 이런 것들 좀 재미있겠는데?' 하면서 혼자 큐레이션을 해 가지고 올려 본다든지, 그렇게 레터를 만들어 보내본다든지 그러면서 도모를 좀 해 보는 것 같아요.

유청:

근데 MD시니까, 나만의 미션이 성공했는지 안 했는지 지표로 바로 확인하실 수 있는 건가요?

효선:

그렇죠. 숫자로 볼 수 있죠.

유청:

어떠세요? 이거 성공이다! 하셨던 것들이 있나요?

효선:

근데 제가 스파이로 하는 활동들은 사실 지표가 바로 나올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런 것들을 추구하는 활동인 거죠.  옛날 탐정 소설에 나오는 눈에 잘 안 띄는 중년 여성 할머니, 뭐 이런 사람들 있잖아요. 몰래몰래 음모 꾸미고 다니는. 그런 게 나의 추구미인 거죠.

한국 문학 유통업계의 소설 할머니같이? '소설 읽으세요~ 소설 좀 읽으세요' 그러면서 소설 뿌리고 다니는(웃음) 그런 목표가 있어요.


김효선 작가와 텍스트 기획자 임유청이 나눈
더 많은 생각, 고민, 진심과 웃음은
일주일 문화생활 팟캐스트 
‘까마귀의 모음: 스몰톡’

ep.14 한국소설 팔아요!
활기찬 17년차 서점원, <오춘실의 사계절> 김효선 작가의 다섯 키워드

편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링크를 클릭하시면 애플 팟캐스트로 이동합니다. 팟빵, 스포티파이에서도 들으실 수 있어요.   
  링크를 클릭하시면 애플 팟캐스트로 이동합니다. 팟빵, 스포티파이에서도 들으실 수 있어요.   

INFO!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바 사뭇 인스타그램으로 연결됩니다. (사진: 김보령)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바 사뭇 인스타그램으로 연결됩니다. (사진: 김보령)

엄마라는 책, 그 곁에서 이야기하는 사람

- 김효선 작가를 인터뷰하다. 

날짜와 시간: 4월 25일 (토) 오후 4시

장소: 망원동 바 사뭇 

 

* 구글폼을 제출하신 후 입금 완료해주시면 자동으로 신청 완료가 됩니다. (매진 시 구글폼 자동 종료) 모임 참석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2~3일 내에 메일로 안내드립니다. 


 

이 레터를 보내는 오늘은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2주기입니다. 기억하는 마음으로 '오춘실의 사계절' 속 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 레터를 보내는 오늘은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2주기입니다.
기억하는 마음으로 '오춘실의 사계절' 속 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나한테 그 선생님이 참 잘해 줬는데...... 어머님 빨리 퇴근하세요, 제가 말씀드려 놓을게요 하고...... 좋은 사람인데 왜 그런 일이 생겼다니."

 

엄마는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선생님은 그해 진도에서 돌아가셨다.

 

엄마와 함께 올림픽 기념관에 차려진 분향소에 국화를 들고 줄을 섰다. 한 시간을 기다려도 우리 차례는 오지 않았다. 나는 엄마에게 잘해 준 그 선생님이 좋은 곳에 가시길 기도하며 울었다.

 

내가 안산을 떠난 뒤에도 엄마는 계속 그곳에 살았다. 그 배에 탄 사람들을 애도하던 사람들이 점차 입을 다물고 거친 말이 오가는 동안도, 사나운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이 지하철역에 걸렸을 때도 엄마는 그 역을 거쳐 나를 만나러 왔다. 엄마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잊지 않는 것처럼 나는 엄마에게 잘해준 사람도 잊지 않는다. 잊지 않은 사람도 사나운 말을 듣고 있다고 가끔은 세상에 말하고 싶다. 그 배의 이름은 세월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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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리

    0
    3일 전

    인터뷰 읽으며 효선 님과 책이 궁금해졌어요. 일할 때 활기 있게 하신다는 부분 공감도 가고 너무 좋아요. 마지막에 발췌해 주신 본문에는... 유청, 효선 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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