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표기법 X 월말 산문] 2026-7月

여름 붙들기

2026.07.29 | 조회 1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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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기식의 계절 표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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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와 개망초, 관점에 따라서는 개망초와 억새.

"그야 여름이니까"

 

 

📸

7월

 

 

구독자 님께,

 

<인터뷰&레터> 매달 마지막 편지에는 두 개의 코너가 실립니다. 표기식의 계절 표기법. 사진가 표기식의 카메라가 채집한 이달의 계절을 연재합니다. 그는 어디로든 떠나는 사진가입니다. 모바일로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될 수 있으면 PC의 큰 화면으로 감상하시길 추천합니다. 임유청의 월말 산문. 이번 달 찾아온 이야기를 씁니다. 

<계절 표기법>과 <월말 산문>은 한 개의 단어를 공유합니다. <인터뷰&레터> 이달의 작가와의 시간 속에서 건져올린 단어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트랙에서 움직이며, 종종 마주칩니다.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 정멜멜 작가님과 보낸 7월.
이달에 채집한 단어는 ‘붙잡아 두기’입니다. 

 

 

*

↓임유청의 월말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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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붙들기

 

*

 

 

1.

7월에 만난 정멜멜 사진가는 요즘 유튜브 브이로그 만드는 일에 빠져있다. 바빠서 자주 올리지는 못하고 왜 이렇게까지 재밌는지도 아직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영상 편집에 관심을 가져보게 됐다고 했다. 사진가는 브이로그를 하기 전엔 영상도 잘 찍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진은 완벽한 매체라 생각했어요. 움직이는 거? 다 기록하고 싶지 않아. 가장 아름다운 찰나, 정수. 그 한 장이 가지고 싶었죠.”  

 

 

2.   

내가 2019년에 쓰고 만든 『테크니컬러 드링킹: 까마귀의 모음 2집』에는 친구들과 함께한 홋카이도 여행기가 세 편 들어있다. 마지막 글 「mori의 입장에서 쓰는 털게계의 홋카이도 대모험 pt.3」 중에서 일부를 옮겨본다. 

“내가 본 장면과 내가 찍은 사진이 서로 일치할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사진은 잘 찍을수록 좋다. 내가 본 것보다 더 예쁘거나 더 멋있거나 더 쓸쓸하거나 더 웃긴 사진이 낫다. 내가 찍은 사진을 보는 나는 사진 속 풍경에 내 신체가 속했던 기억을 지금 눈앞의 사진보다 더 높이 칠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보는 일은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같다. 사진에서 풍기는 감상을 통해 당시 내 몸이 느낀 감정을 한층 짙은 농도로 새로 계량해 보는 일이다. 계량 값에 착오가 있다 할지라도 그 착오는 착오로 완벽히 확정될 수 없는데, 지나간 일을 완벽하게 기억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진은 잘 나올수록 좋다.”

 

 

3.

작년 늦가을에 『표기식 사진집 biT(빛)』에 부록으로 실릴 인터뷰를 했다. 그는 10년을 넘게 한강과 강물 위의 빛을 찍고 있고 책에는 그 강물 같은 사진 중 일부가 담겼다. 시작에 대해 사진가는 이렇게 말했다.  

“아침에 저는 주로 서울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해요. 해가 동쪽에 있잖아요. 윤슬이 잘 보이죠. 강변북로를 타고 가다 보면 서강대교 지나서 한강철교 전에 도로가 굽이치는 구간이 있어요. 그 스팟에서 차가 밀려 멈춰있을 때 강물 위에 반짝이는 빛을 봤어요. 아, 저거 갖고 싶은데. 그러고 몇 장을 찍었어요. 그때가 아마 2016년.”

 

 

4. 

겁이 많은 사람. 사라지는 것을 붙드는. 아름다운 걸 알아보는 사람. 사랑하는 것을 붙드는. 사라지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동일하고 이에 동의한다면 당신은 겁이 많거나 아름다운 걸 알아보거나 둘 다인 경우다. 그리하여 우리는 한 사진을 사랑하게 된다. 모르는 얼굴로부터 내 가장 가까운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처음 보는 풍경에서 그리움을 느끼도록 하는, 지닌 줄도 몰랐던 애틋함을 발견하게 하는 사진들. 그 사진들을 보고 있자면 어떤 순간을 온전히 소유하는 일을 체념하게 된다. 지나가는 일은 지나가는 일이다. 붙들 수 없는 건 붙들 수 없다. 다만 사진 속에 놓인 빛과 그림자를 도구로 우리 마음의 풍경을 수리하고 덧칠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럴 수 있다면 행운일 뿐이다. 

 

 

5.

나는 지금 창밖으로 구름을 보고 있다. 아파트 단지처럼 높고 커다란 뭉게구름이 산마루를 지나는 중이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나는 글을 쓴다. 왜 글을 쓸까? 창밖을 찍는 일보단 쓰는 편이 내겐 좀 더 ‘잘 나온 사진’인 이유도 있겠다. 왜 글을 쓸까? 자격을 따지듯 스스로 묻곤 했다.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것이 7월을 경유한 나의 생각. 

 

 

2026/7/29

 

 

 


🎧NEWS! 

 

  1. <인터뷰&레터> 시즌2 '이야기 곁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 8월의 작가. 라디오 PD이자 우리에게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 클럽'으로도 익숙한 최다은 PD를 모십니다. 한 달간 최다은 피디님의 책『비효율의 사랑』을 중심으로 읽고 묻고 대화해요. 구독자 님, 8월 첫 번째 레터에서 공개될 인터뷰 모임 소식도 놓치지 마세요!
  2. 출판사 제공 도서 소개 일부를 옮깁니다. "『비효율의 사랑』은 최다은 PD가 ‘듣는 사람’으로서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과 깨달음을 고스란히 담아낸 첫 산문집이다. (...)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고민부터 본업을 하면서도 오랫동안 팟캐스트까지 제작하고 진행할 수 있었던 비결,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며 음악을 나누는 선곡의 기쁨, 언어 없는 음악의 세계에서 소통할 때의 희열, 다양한 모습의 찾아왔던 위기의 순간들, 갑작스레 찾아온 이명 증상에 적응하며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되는 과정까지. 책은 삶에 녹아 있는 풍요롭고 다채로운 ‘듣는다는 것’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한다. 덧붙여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음악과 클래식에 대한 다정하고 친절한 소개도 잊지 않는다." - 도서 정보는 여기서
  3. 텍스트 기획자 ㅇㅇㅊ의 언트렌디 문화생활 팟캐스트 <까마귀의 모음. 스몰톡>도 매주 발행되고 있습니다. 장안의 화제작 <호프>와 책 <빛의 설계자들> 리뷰, 탁족과 부채의 여름나기를 소개하는 황싸의 계절 풍류, 정멜멜 사진가와의 대화까지! 애플, 팟빵, 스포티파이에서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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