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 김소라
책방 대표,작가, 타로 코치, 싱잉볼 명상 안내가
“속도는 빠르게, 길이는 짧게”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구호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서점의 명당자리를 차지하는 대부분이 자기 계발과 재테크를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거기의 각자가 설정한 목표를 향해 단거리 달리기를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인터뷰어인은 필자만 그러한 것은 아닐 것이다. 숨 가쁘게 달리다 보면 부담감이 스스로를 압박할 때가 있다. 삶에 브레이크가 필요한 순간이 온 것이다. 그래서, 인터뷰이인 김소라를 만나기로 했다.
인터뷰어로서 일종의 직업병이 있다.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그 시간과 공간을 몇 가지 단어로 인증하는 것이다. 인터뷰이인 김소라 작가님은 배움, 여행, 글쓰기로 남는 사람이다.
그녀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 지금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수원에서 <랄랄라하우스>라는 책방을 운영하며, 작가, 타로, 싱잉볼 명상 안내자예요.
- 다양한 일을 하고 계시네요. 그 많은 역할을 해내기 위해 배우는 시간도 많으셨겠네요. 배움의 경험들 중에서 잘한 선택과 그렇지 못한 선택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배움 자체는 선택하기 잘했다고 생각해요. 특히 나를 이해하는 공부들 있잖아요. 자기 이해를 위한 공부, 나의 성격, 기질, 강점 등에 대해서 탐구했던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결국에는 내가 누구인가를 알아가기 위해 배움을 선택한 셈이죠.
반면에 돈을 벌기 위해 선택했던 공부는 저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투자, 마케팅, 네트워크 등을 이용해서 판매를 하는 내용이요. 어느 순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스스로가 소진되고 있는 게 느껴졌어요. 수단과 방법보다는 본질을 배우는 배움들이 길게 간다고 생각해요.
- 본질을 추구하는 배움이라, 작가님께서 글쓰기 관련 강연을 지금까지도 하시는 것도 이어지네요.
그렇죠. 나의 어린 시절, 주변의 관계, 성과와 실패의 일들을 탐색하고 탐구하고 글로 쓰고 정리하는 거죠. 퍼즐을 맞추듯이 나란 사람의 조각조각을 연결하는 작업이 재미있어요.
- 작가님의 강연이나 수업에도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시고 분야를 넘나드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같은 강의를 들어도 참여하는 사람의 생각이 다르면 결과물도 다른 거 아시죠? 실용적인 강의를 들어도 제가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니, 그 분야의 전문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제 글쓰기나 독서 토론 수업을 할 때 거기서 배운 것들을 알게 모르게 활용하고 있었을 거예요.
- 배움 못지않게 좋아하시는 것이 여행이신 듯해요. 작가님의 SNS를 보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세요. 여행을 다니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두 가지 관점이 맞물려 있어요. 20대 때도 여행 그 자체를 좋아했었던 것 같아요. 무작정 떠나고 늘 새로운 장소에 갔죠. 낯설게 느끼고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고 아쉬움은 기록으로 남겼죠. 일상에서 느껴보지 못하는 신선함들이 이유없이 좋았었어요. 지금 제가 하는 여행은 조금 달라요. 자기 이해를 하는 공부를 한 이후의 여행이거든요. 이 여행이 왜 선택했는지를 알고 이 여행을 할 때 어떤 것들을 받아들이고 터득할지를 설명할 수 있어요.
- 설명할 수 있는 여행이라, 인상적이네요. 지금까지의 여행 중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을까요?
몽골 여행이요. ‘아무것도 없다’라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어요. 3일 동안을 달려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근데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었어요. 풀, 나무, 흙도 있고 사막 있고 가끔 호수 같은 것도 나오지만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 몇 날 며칠을 봐도 없었어요. 그렇게 3일이 지나니 ‘내가 너무 작고 보잘것없다, 먼지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생각은 그냥 가볍게 살고 싶다였어요. 대부분 인간은 위대하고 엄청난 것을 이루었어라는 자만심이 없어졌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그런 황량한 풍경들이 의외로 좋아요.
- 모든 사람은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늘 말씀하시잖아요. 다양한 장르의 책을 꾸준히 집필하고 계시는데, 작가님의 글쓰기의 시작은 어떠셨어요?
처음에는 기록과 정리로서의 의미가 컸었어요. 우리는 잊어버리는 존재잖아요. 돌아보니 모임에서 기록자 역할을 많은 했던 것도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지금은 글을 안 쓰면 안 쓴 그 시간이 구멍이 뚫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누군가를 만나고 어느 곳에 갔고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해요. 좋은 느낌은 남아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쓰지 않으면 그 사람과 시간에 대해 통째로 사라지는 느낌이에요.
어떤 경험을 하든 그걸 글로 남긴 날은 내가 그 시간을 온전히 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글쓰기의 매력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글쓰기는 경기나 콘서트의 직관과도 같아요. 집에서 편안하게 모니터를 통해 볼 수도 있지만, 실제 현장에 갔을 때만 느껴지는 것이 있잖아요. 그 생생한 체험을 온전히 소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글을 쓰면 인생을 두 번 사는 느낌이 들어요. 지금 인터뷰하는 시간도 마찬가지예요. 집에서 와서 여기까지 와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든 일정. 아마 저녁에 글을 또 쓰겠죠? 쓰면서 그 시간을 내가 다시 또 살아내는 느낌, 진짜 내 경험으로 내 감각으로 축적되는 거죠.
글을 안 쓴 날은 그냥 똑같은 날이 되는 기분이 들어요. 그런데 어떤 일을 경험했고 그 일에 나만의 사유를 더해서 질문을 하고 글을 쓰면 진짜 내 삶이 되는 느낌, 써보시면 아실 거예요.
- 두 번 사는 인생, 글쓰기 당장 시작해야 될 듯해요. 삶에서 글쓰기를 1순위에 두라고 말하고 싶은 분들은 어떤 분들이 있을까요?
남과 비교하고 자책하고 스스로의 인생을 갉아먹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삶의 기준에 타인을 포함시킨다는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법을 몰라서일 수 있어요. 글을 쓰면 자기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요. 내 안에 있는 어떤 자원들을 있고 그것들이 어떻게 키울지 기대하게 돼요.
- 글을 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글쓰기 시작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5분이면 돼요. 며칠 전 강의에서도 이렇게 진행했어요. 주제가 ‘내가 사랑하는 것들’ 이었어요.
말씀드렸어요. ‘문장 안 써도 된다’, ’단어만 나열해도 된다’. 우리가 글쓰기에 망설이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완벽한 문장’에서 오는 부담감이에요. 우선 쓰고 수정하시면 돼요.
자유롭게 적은 글을 다시 정리하는 거죠. 언어의 세계가 재정립되는 순간이에요. 그러면서 스스로가 느껴요. 사고가 정교해지고 분명해지고,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를 알게 되고 그것을 통해 자기만의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행위를 해요.
- 이효리의 10 Minutes이 아니고 김소라의 5 Minutes이네요!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 글쓰기를 통해서 사람들이 어떤 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세요?
자기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남이 보기에 근사한 인생이 아니라 내가 봐도 멋진 인생을 사는 방법을 찾기를 바래요. 이게 제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본질이자 제가 글을 쓰는 이유에요.
인터뷰어: 섬세한 질문가 최여림
중국어 교육 기관 대표.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 배우는 삶을 살도록 돕고 있다.
질문으로 연결되는 섬세한 관계를 지향하며 중국어 강사, 퍼실리테이터, 타로 심리 코치, 학습 역량 코치, 마을 공동체 활동가로 N잡의 목록을 갱신하고 있다.
- 저서 《좋아하는 일을 해도 괜찮을까:인터뷰로 묻고 글쓰기로 답하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축제같은삶
작가님을 통해서 제 몸의 근력과 에너지를 담고 있는 팬1인입니다""""산책하면서 [랄랄라하우스]를 지날때마다 작가님의 이끌림에 잠시 멈춰 작가님의 따사로움과 풍족힐 마음을 간접적으로 느끼곤 합니다****5분의 기적의 매직에 저도 한번 풍덩 발을 담아보는 6월의 여름시작에 작은 외침 해봅니다
라라언니
아~~ 저도 누군가에게 글과 삶으로 좋은 에너지전달한다는 게 신기하고 즐겁습니다... 서로 곁에서, 존재만으로 힘이 된다면 그것으로 살아갈 이유가 될수 있겠죠, 산책하면서 인근에서 바라보셨다니 감사드릴따름이에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