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똑똑한 마케팅’ 레퍼런스를 찾고 계신가요?
목요일마다 유용한 IT 마케팅 레퍼런스를 전달해 드립니다!
지난 달, 크리스마스를 맞아 신세계백화점이 진행한 캠페인이 화제였습니다. 난데없이 웬 산타와 루돌프 카리나가 인스타를 몽땅 점령했기 때문이죠. 이는 광고 및 영화 제작 기업인 돌고래유괴단의 아이디어였는데요. 산타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카리나가 체포되는 신기한 광고와 더불어, 인스타그램과 X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컨셉을 지독하게 이어가며 소비자를 타임라인에 참여시키고 함께 몰입하게끔 했어요. 자신들의 강점인 유쾌한 병맛의 스토리텔링으로 브랜드 자체를 콘텐츠화 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돌고래유괴단은 크리에이티브함을 다양한 콘텐츠로 표현하는 그룹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뮤직비디오와 광고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는 기발함은 그들과 함께할 인재를 찾는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돌고래유괴단 2025 공개처형’ AI 사용 가이드
돌고래유괴단은 자사 채널을 통해 공개채용을 진행합니다. 유튜브 제목에서부터 볼 수 있듯 공고에 '공개처형'이라는 과감한 단어로 이들 특유의 유머를 뽐내고 있죠. 돌고래유괴단 채용의 시그니처가 된 ‘광고주에 굴하지 않고 과업을 달성할 수 있는가’라는 조건이 이번에도 눈에 띄네요. 이들은 2021년 처음으로 공개처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채용 분야에서 병맛 컨셉을 내세웠습니다.
2022년에 공개된 영상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저화질은 기본에 게티 로고가 떡하니 박혀 있는 스톡 이미지, 화룡 점정 굴림체까지. 자격요건과 우대사항은 그대로 복붙입니다.
다음 해에는 영화 리뷰 채널을 패러디했는데요. 배트맨과 조커의 대치 장면을 마음대로 번역해버리며 위트있는 조직 문화를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특히 같이 놀 수 있는 ‘FIFA 숙련자’를 우대사항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죠. 공개처형을 통해 돌고래유괴단은 제대로 미친 사람을 원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는 한편, B급 감성의 집합체로서 대중에게 신선하고 센세이션한 기업 채용공고로 각인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더해, 이번 공개채용은 채용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AI를 메인 소재로 활용했습니다. AD(아트디렉터) 파트 지원자에게는 AI 이미지 생성 툴 숙련자를 우대하는 등 AI 기술 활용 능력을 강조하는 반면,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 제출 시 ChatGPT 등 AI 툴 사용이 적발되면 불합격 처리된다는 조건을 명시했죠. 이를 챗GPT와의 유머러스한 대화를 통해 풀어냈습니다.
지원자가 챗GPT에게 자기소개서 좀 써달라고 명령하자, 검사기를 사용하므로 대신 써줄 수 없다고 강경하게 이야기합니다. 계속 요구하니 “자기소개서도 못 쓰는 XX가 일상생활은 가능?”이라고 대답하며 지원자에게 제대로 한 방 먹입니다. 요즘 AI로 취업 준비 안 하는 취준생이 없을 텐데, 영상 속 지원자 권희준씨도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지만 살짝 멘탈이 털린 것 같아요.
이번에도 ‘드디어 공개처형 시즌이 돌아왔다’며 돌고래유괴단만의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해양수산부 공식 계정이 직접 댓글을 달았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피파 우대사항이 사라져 아쉬워하는 잠재적 지원자(?)도 있었죠. 정상인이 입사하면 힘들겠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 하지 말라면 더 한다: AI로 지원서 작성하기
진정성과 창의성이 무기인 광고업계에서 AI에 의존하는 지원자를 거르고 싶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쯤 되니 지원자에게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지원서 문항도 한번 살펴봐야겠습니다.
✅ 돌고래유괴단 2025 공개처형 지원서 문항
1. 자신에게 있어 광고라는 매체가 가지는 의미를 서술하시오.
2. 제시된 4장의 이미지에 해당되는 대사와 지문을 넣어 이야기를 완성하시오.
3. 다음 2가지 광고 소재 중 하나를 택하여 영상 광고 기획안/시나리오를 제시하시오.
- 00피자의 신제품 숯불장어 피자 (숯불로 구운 장어를 토핑으로 얹은 피자)
- 00전자 신제품 전기 손난로 (풀 충전 시 최대 1주일 사용 가능)
4. 자신이 돌고래유괴단에서 얻고자 하는 것과 포부를 (적당히) 쓰시오.
하지 말라는 건 더 하고 싶다고, AI와 대판 싸워서 돌고래유괴단 지원서를 작성하는 콘텐츠도 최근 등장했습니다. 에디터도 문득 2번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해진 나머지, 지난 번 소개해드린 생성형 AI 뤼튼에게 위 사진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달라고 시켜봤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답변을 기대하려면 더 많이 싸워야 할 것 같은 창의력이라,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긴 하네요.
Editor’s Point
돌고래유괴단의 2025년 채용공고는 AI라는 최신 마케팅 트렌드를 활용하여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는 창의적인 접근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도 지원자에게 기술적 역량과 함께 진정한 창의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여요. 이들이 유머러스한 접근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브랜드에 대한 기억에 남는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기반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스토리텔링이라는 점을 한번 더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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