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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담이 통신] 혼자 들은 노래

그래, 넌 두 눈으로 꼭 봐야만 믿잖아 기꺼이 함께 가주지

2024.07.19 | 조회 3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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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어떤 걸 보거나 들을 때면 '이 이야기 작담이 통신에 써야지' 같은 생각을 합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냐면요~" 재잘거리는 것처럼. 그런데 오늘은 뚜렷이 쓸 게 없는 거예요. 한 주 동안 공방에 틀어박혀 혼자 작업만 한 탓이지요. 본 사람이라곤 두 명이 전부였는데, 그마저도 짧은 시간 간단한 안부 나누는 정도였고요. 

혼자 작업할 때는 유튜브로 영상을 틀어놓습니다. 제일 많이 틀어놓는 건 심야 음악 프로그램이에요. 아주 오래전부터 KBS2 채널에는 심야 음악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이문세 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유희열의 스케치북> 그리고 현재 이어지고 있는 <더 시즌즈>까지.

제 기억의 처음은 <이소라의 프로포즈>였어요. 당시에는 저도 어려서 그저 좋은 음악과 무드로만 기억했는데요. 방금 나무위키 통해 프로그램 정보를 찾아보니 조금 놀랍습니다. 지금은 아이돌과 협업도 하고 커버 곡도 부르지만, 당시 이소라는 아이돌이나 립싱크에 대한 반감이 아주 커서 출연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방송을 대충 하거나 아예 펑크 내는 일도 잦았다고 하네요. 그렇게 감정의 골이 깊어지자 녹화 중 제작진과 상의하지 않은 채 갑자기 오늘이 방송 마지막 날이라고 선언을 했다고요. 내 기억 속 아름다운 프로그램이 이렇게 종영되었었네요? 역시 낭만의 90년대인가.

가장 즐겁게 본 프로그램은 역시 <유희열의 스케치북>입니다. 성인이 된 이후 본 프로그램이라 그렇겠지요? 그리고 방청도 대여섯 번 다녀왔던 터라 기억에 남는 게 많아요. 현재 방영 중인 <더 시즌즈>는 한 편을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이제는 방에 tv가 없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본방 챙겨볼 필요가 없어져 그렇지 않은가 싶습니다. 그래도 유튜브 클립으로는 최근 방영분을 많이 보고 있어요. 잔나비는 본래도 좋아하던 그룹이었는데, 이런 클립들 통해 더욱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노래 들을 때 가사의 비중이 꽤나 큰 사람인데요. 요즘은 워낙 이지리스닝의 시대이다 보니 가사를 보면 이게 맞나 싶은 노래들이 꽤 많거든요. 잔나비의 곡들은 그런 면에서 작업하며 사부작사부작 들으면 곱씹어지는 게 많아서 좋습니다.

그 애의 몸짓은 계절을 묘사해요. 자꾸만 나풀나풀 대는데 단번에 봄인 걸 알았어요.

<초록을 거머쥔 우리는>

무지개가 떨어진 곳을 알아. 내일은 꼭 함께 가자는 그녀 내 손을 감싸쥐는 용감한 여전사여 / 나는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지. 거긴 그 무엇도 없다는 것을. 그래, 넌 두 눈으로 꼭 봐야만 믿잖아 기꺼이 함께 가주지

<she>/<외딴섬 로맨틱>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 짧지 않은 우리 함께했던 시간들이 자꾸 내 마음을 가둬두네.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 짧지 않은 우리 함께했던 시간들이 자꾸 내 마음을 가둬두네>

그땐 난 어떤 마음이었길래 내 모든 걸 주고도 웃을 수 있었나 / 오, 그때 내 마음은 아침이 오면 초라할 작은 불빛. 또 내일은 해가 뜬대요. 서둘러 떠나요 이 밤에 취해.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밤의 공원>

내게 긴 여운을 남겨줘요. 사랑을, 사랑을 해줘요. 미련 남길 바엔 차라리 아픈게 나아 서둘러 안겨본 그 품은 따스할 테니.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잃어버린 것들은 잃어버린 그 자리에 가끔 뒤 돌아보면은 슬픔 아는 빛으로 피어. 구름 하얗고, 하늘 파랗고. 한 시절 나는 자랐고. 안녕, 안녕.

<슬픔이여 안녕>

여러 곡이지만 하나의 서사가 그려지는 노랫말이에요.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하고. 이별을 맞으며 회의를 느끼고. 안녕을 고하며 나아가는. 저는 이런 이야기가 좋더라고요.

<이소라의 프로포즈>로 시작해서 '잔나비 세계관'으로 끝난 오늘의 글은 뭘까요? 제목을 어떻게 쓸지부터 고민이에요. 호호. 최근에는 잔나비와 실리카겔 음악을 가장 많이 듣습니다. 다음 주도 비가 많이 내릴 것 같으니 좋은 음악 들으시며 한주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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