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작담이 통신] 파도를 빚어낸 항해사의 춤사위

이렇게 죽을 순 없어

2024.12.06 | 조회 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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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담이 통신

목수의 아무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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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참 좋아졌다!"

그러니까 어떤 관점에서 좋아진 세상인지 문득 모호한 거예요. 유튜브 비롯해 각종 ott 서비스가 일상이 된 지금. 보고 싶은걸, 보고 싶을 때. 보고 싶은 만큼 볼 수 있는 세상은 얼마큼 좋은 건가요?


 

저는 자칭 드라마 덕후였습니다. 월화/수목/금/주말마다 챙겨보는 드라마가 있었지요. 본방 사수 위해 부단히도 귀가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 시절 제게 가장 중요한 정보는 학급 시간표 아닌 티비 편성표였지요. 어떤 이는 드라마와 영화 상영 시간의 총량을 비교하며 드라마의 긴 호흡이 부담스럽다 했지만, 하루에 다 보는 것도 아니니 부담스러울 이유 못 느꼈어요. 그러나 요즘은 ott 시리즈 몰아보기 쉬우니 그들의 부담을 이해합니다. 이해를 넘어 너무나 강력한 도파민이라 되레 선뜻 집어 들기가 어려운 거예요. 앉은 자리에서 하루 여덟 시간을 쓴다는 게 제게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거든요. 종일 그러고 있으면 나무는 누가 깎냐고요! 그런 연유로 챙겨보는 드라마가 없은지 꽤 됐습니다. 슬픈 일이에요. 영화와 드라마는 영상 매체로 극을 전개하는 점이 같지만, 호흡이 달라 느낄 수 있는 것이 분명 다르거든요. 저를 키운 건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거든요. 근데, 세상이 너무 좋아져서 저는 드라마와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슬프군요. 엉엉.

나아가 쇼츠의 시대예요. 유튜브는 언젠가부터 쇼츠를 화면 최상단에 노출합니다. 어리석은 저는 여지없이 덫에 걸려들어 한참 스크롤을 넘기며 도파민에 중독되고 맙니다. 뭐, 쇼츠로 보는 게 모두 나쁜 건 아니에요. 요리 레시피를 얻기도 하고, 목공이나 디자인의 꿀팁을 얻기도 해요.


 

사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었는데 유튜브 얘기 적다 보니 드라마 못 보는 몸이 되어버린 하소연을 하고 말았습니다. 유튜브 통해 최근 청룡영화상 시상식의 축하무대를 접했습니다. (시상식에는 관심이 없고, 축하무대나 특정 인물의 수상 소감만 거듭 청취하는 몸도 되어버렸지요) 악뮤 이찬혁의 솔로 무대였어요. 한때 gd병 걸렸다고 한참 놀림받던 인물이지요. 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그의 시작을 목격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재기 발랄한 곡을 만들고 악기를 연주했어요. 정식 데뷔 후 낸 앨범도 산뜻하고 귀여웠죠. 그랬던 그가 어느 순간 묘한 액션과 제스처, 패션을 선보입니다. 사람들은 그걸 gd병이라고 놀림을 넘어 조롱했어요. 하지만 그는 병에 걸린 게 아니라 스스로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내면의 소리 들으려 부단히도 항해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그리고 그는 드디어 내면의 본인을 만난듯합니다. 물줄기인 사람이 내면의 물줄기를 발견해 마침내 거대한 파도로 맞닿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도플라밍고 선글라스... 호랑나비 같은 춤사위... 흩뿌려지는 샴페인... 멋져...
도플라밍고 선글라스... 호랑나비 같은 춤사위... 흩뿌려지는 샴페인... 멋져...

세상에는 정말 멋진 사람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는 이 시대는 축복일까요, 제앙일까요.


 

한 주간 많이 들었던 음악을 늘어놓는 작담 플리 2024년 12월 첫째 주, 작담 플리

<장기하와 얼굴들 - 나란히 나란히>, <엄정화 - Ending Credit>, <wave to earth - annie.>, <WhiteUsedSocks - Leave Me Alone>, <백예린 - 산책>

 

가수 비비는 어느 프로그램에서 본인의 곡 <밤양갱>의 의미에 관해 설명해요. "장기하 오빠의 <나란히 나란히>라는 노래가 있어요. 그 노래의 여자 버전의 답가인 거예요... 진짜 사랑!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 정말 소박하고, 단순하고, 가장 값진 사랑."이라고요. <나란히 나란히>를 듣고 <밤양갱>이어서 들어보시면 꽤 재밌게 느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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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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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ngzyu e의 프로필 이미지

    Dongzyu e

    0
    4 months 전

    저를 키운 것도 8할이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라는 드라마 아시나요. 혹시 안 보셨다면 추천드림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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