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저의 곡 'Joy of Journey'가 발매되었습니다. 싱글 트랙이고, 모든 플랫폼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11월에 발매되었지만 녹음은 1월에 진행했었는데요. 첫 번째 뉴스레터에서 소개했던, 프랑스에서 날아온 기타리스트 Antoine Boyer와 하모니시스트 김여레 부부가 함께 해준 음원이에요 !
이 곡은 어떻게 탄생했나?
대부분의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에는 특별한 '이유'라는게 없지만, 이 음악만큼은 저에게도 제법 의미있는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2023년에 읽었던 피아니스트 케니 워너Kenny Warner 의 <완전한 연주>라는 책 덕분이었죠.
케니 워너의 세계관은 이미 재즈에비뉴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번역했던 터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있고, 연주자에게 있어서 중대한 가르침을 가지고 있기에 꼭 한번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우리는 이미 모든걸 알고 있기 때문에, 연주의 순간에는 아는 것을 잘 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무의식으로 연주하려고 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무의식의 순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특정한 액션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벽의 한 점을 쳐다본다거나, 주위를 둘러본다는 식으로. 우리의 의식을 피아노를 치고 있는 손가락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리고, 연주는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내버려둔다는 것이죠. 일종의 유체이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영상과 내용에 깊은 감동을 갖고 있었던 터라 그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곧바로 구매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책은 사실 제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조금은 달랐습니다. 오히려 그의 인터뷰들을 유튜브에서 찾아보는게 더 감동적이었다고 할까요. 그래도 뭔가 기억에 남긴 했던 모양입니다. 그게 뭔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어쨌든 저는 그 책을 읽고 피아노 앞에 앉아 무의식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거든요.
"Joy of Journey"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제 의식이 아니라, 제 손가락이 무언가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저는 그 손가락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죠. 동시에 그것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머릿속 한켠에서 안간힘을 쓰면서요. 다행히 그 곡을 악보에 옮겨적는데 성공했고, 이 음악은 그렇게 '음악'이 되었습니다.
자작곡을 연주한다는 것
23년 말미에 저는 여러 곳에서 불러주셔서 강의를 진행했는데요. 12월이었나- 제주도에서 두번의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그곳에서는 직접 피아노 연주까지 할 기회가 있었기에 강의에 등장하는 유명한 곡들의 레퍼토리를 연주하기도 하고, 리듬을 해설하기도 했는데요.
저는 항상 강의 말미에 단순한 음악 넘어 인간의 감정과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들을 함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재즈에비뉴 콘텐츠를 만들면서 그런 감동적인 이야기를 많이 만났기 때문에, 인터뷰를 보여주기도 하죠.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할 갤퍼Hal Galper가 말했던 "무엇을 연습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서 따라가자는 골자의 이야기였는데... 그러면서 어쩌다 제 곡을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악보화 된 멜로디가 머릿속에 있을 뿐 아직 어떤 편곡이나 방향성도 그려놓지 않은 상태였는데요. 정작 연주를 마치고 나니 직접 만든 곡을 연주하는 것이 기성곡을 재연하는 것보다 훨씬 전달력이 좋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기성곡의 재연에는 그냥 사람들이 '이거 알아', '이런 곡이 그런 내용이구나' 하는 정도로 정보만 얻어간다면, 저의 곡을 연주할 때에는 '이 사람은 이런 음악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이른다는 느낌?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었지만...
암튼 여기서 용기를 얻어서 이후로도 강의를 할 때면 제 곡을 꼭 넣곤 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 곡에 대한 반응이 좋았습니다. 앞서 연주한 것들을 다 잊어버릴만큼 좋았다고 말씀해주시거나, 다시 들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문의하시거나, 영상을 찍어서 SNS에 올려두고 여러번 돌려 듣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했습니다. 내 음악이 다른 사람에게 여러번 들려진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더라구요.
편안한 녹음을 한다는 것
25년 1월, 여레와 앙투안 부부는 한국에 왔습니다. 이 뉴스레터의 첫 소식에서 전한 것처럼 그들의 첫 내한 공연을 위해서였고, 제가 그 공연을 서포트하면서 준비했습니다. 그때 문득 든 생각이.. 이 친구들과 이 곡을 녹음하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연 준비에 대한 페이 같은건 필요 없으니 내 곡 하나만 같이 녹음해줘"라고 부탁했는데 흔쾌히 수락해주어 기뻤습니다 :)
녹음은 화성에 있는 작은 별장에서 진행했습니다. 두 사람은 이미 이곳에서 듀오 앨범을 녹음하기 위한 레코딩을 진행하고 있는 터였고, 저는 어느 날 오전에 악기를 들고갔죠. 스튜디오가 아닌 조용한 집에서의 녹음은 굉장히 마음 편한 일이었습니다. 물어보니 유럽 뮤지션들은 드럼이 있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이렇게 홈레코딩을 통해 음반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구요. 아무래도 집 주변이 조용한 교외의 주거환경을 생각해보면 꽤나 경제적이고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진행하면 여러가지 긴장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가장 먼저로는 Time is Money, 시간을 쓰려면 돈을 써야하는데에서 오는 부담감이 있죠.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이벤트를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해지기도 하고, 시간 계산을 잘못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면 연주자들과 미묘한 텐션이 생기기도 하죠. 여러모로 악순환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홈레코딩이 스튜디오만큼 훌륭한 품질의 녹음을 남기지는 못할 수 있겠지만, 이런 편안한 분위기에서 작업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사실 저에게는 훌륭한 품질의 결과물이 중요한게 아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대해주고 계신 이 음악을 하루 빨리 발매하고 싶을 뿐이었죠. 믹싱도 앙투안이 해준 그대로 사용했고, 마스터링도 앙투안의 앨범을 작업해주는 헝가리 친구에게 그대로 보내 결과물을 받았습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죠.
음원 유통 이후 해야 할 일
마스터링 과정까지 끝난 음원을 가지고 있다면, 이제 이것을 스트리밍 사이트에 올리는 '유통'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것은 뮤지션이 직접 할 수 없으며 유통 전문 회사를 찾아 계약을 맺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국내 유통사들에게 메일이나 유통 신청서를 넣거나, 해외 유통사가 제공하는 홈페이지를 통해 곡을 등록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큰 차이는 모르겠습니다...ㅎㅎ
유통사는 스트리밍을 통해 발생된 금액에서 일정 수수료를 가져갑니다. 스트리밍을 통해 발생된 수익금은 유통사를 거친 뒤 저작권자, 실연자(곡에 참여한 연주자), 소유자(마스터권)에게 지급되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또다시 별도의 필터를 거쳐야 합니다. 저작권자는 저작권협회에 자신이 이 곡을 발매했음을 알려야 하고, 연주자는 실연자협회에 연주에 참여한 사실을 알려야 하죠.
스포티파이의 경우 자신의 사진, 소개, SNS등을 연결할 수 있도록 'Spotify for Artist'라는 페이지를 별도로 운용합니다. 또한 이 페이지에서는 내 곡이 얼마나 재생되었는지 횟수와 국가, 인구별 통계까지 보여줍니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하는 아티스트에게는 이 지표들이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되겠죠 :)

이 곡의 트랙 아티스트로는 앙투안과 여레가 함께 올라가있는데요. 아무래도 글로벌 팬이 많은 앙투안 덕분에 그의 피드에 제 곡이 노출되면서 유입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함께 협업하는 즐거움은 이런 숫자로도 나오니까 재미있죠 ㅎㅎ
처음 세상에 나온 저의 음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 강의 하면서 녹음한 다양한 버전들도 유튜브에 올려두었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른 악기 구성으로 또 리메이크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계속해서 여러분의 여정에도 즐거움이 가득하시길 !
TMI : 커버 사진은 통영 집 뒷산에 올라가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포토샵으로 텍스트만 살짝 올렸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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