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제주 여행 하루 전입니다

준비물은 왜 다 챙겼다고 생각해도 하나씩 빠뜨릴까?

2022.01.23 | 조회 3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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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 잔

매일 자정, 제주 한 달 살이를 같이 하게 됩니다.

우선 별 거 아닌 일기를 구독해준 구독자님에게 감사 인사 드립니다! 1월 24일 2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떠나게 됩니다. 전날 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여러분께 인사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맨 밑에 간단한 유의사항이 있으니 그것만 읽어주셔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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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 D-1

하루 전 날에서야 겨우 캐리어를 다 쌌다. 노트북, 휴대폰, 신분증, 버즈... 중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읊어보아도 뭔가를 빠뜨린 것처럼 불안해진다. 여행 갈 때마다 준비물을 빠뜨리게 되는 건, 어쩌면 액땜의 일종아닐까. 샴푸나 클렌징폼 정도를 잊은 거라면 그나마 다행일텐데. 잊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린 것들이 있을까봐 항상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럼에도 나는 무언가를 두고 오는 사람이었다.

누군가 나를 '도마뱀'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왜냐고 물으니 도마뱀이 꼬리를 잘라서 두고 오는 것마냥, 나도 하나씩 뭔가를 머문 자리에 두고 온다고... (꼬리로 비유하기에는 너무 잔인하지 않아?) 친구랑 있을 때마다 휴대폰을 찾는 건 당연하며, 지갑을 잃어버린 전적만 해도 손가락을 세어야 한다. 신기한 건 휴대폰 분실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 버스 차고지까지 다녀오면서 어떻게든 찾아낸다. 휴대폰은 사람들이 잘 안 가져가나보다. 지갑은 왜 가져가는데? 나쁜 사람들.

살다보면 무언가 잊어버린 거 같은, 그런 허전함이 들 때가 있다. 돈이든, 인간관계든, 무엇이 부족한지 명확한 원인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 기억나지 않는 단어를 애써 떠올리려는 사람마냥 머리를 움켜잡았다. 친구들이 나서서 "이거 아냐?"하고 단어 몇 개를 던져주어도, 그거랑 비슷한건데... 하면서 애매한 지점의 주변을 서성이며 돌아다닌다. 자기계발 유튜브를 주로 보는 편인데 언젠가 그마저도 지겨울 때가 있었다. 똑같이 돌아가는 삶이 지겨운지, 아니면 나를 버리고 열심히 사려는 내가 지겨운지, 혹은 그렇게 노력을 해도 변하지 않는 나 자체가 지루한지. 그럴 때마다 제주 한달살이 유튜브를 찾아보았다. 이젠 내가 그 한 달을 살러 간다. 제주에 간다면 잃어버린 것들을 찾을 수 있을까?

[찾고 싶은 목록]

  • 1년 간 놓아버린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영감
  • "제주도에 있느라"라며 카톡을 늦게 할 수 있는 변명
  • 우수에 찬 눈빛으로 테라스에서 바다를 보며 쓰는 일기
  • 똥손임에도 오일파스텔로 제주 풍경을 그리려 하는 패기
  • 복한한 다음 뭐했냐고 물으면 "제주도 한 달 살이요!" 하고 말하는 당당함
  • 아침에 일어나 해안도로 러닝 하는 습관 (제발)
  • 그밖에... 제주도 브이로그, 사진, 블로그, 불어 배우기 등등

그리고, 언젠가 보았던 밤바다를 나는 다시 만나고 싶었다.

 

밤바다에 대한 기억

여름 때마다 가족들과 바다로 여행을 가는데, 주로 서해를 간다. 사람이 적다는 이유에서였다. 썰물과 밀물의 차이가 극심한 서해는 밤에 바다를 보러 가려고 하면 끝없는 갯벌을 걸어가야만 했다. 파도가 일 땐 몰랐는데 밤의 갯벌에는 수많은 게구멍이 도처에 깔려 있었다. 혹시라도 지나가는 꽃게를 밟지 않을까 싶어 조심조심 나아갔다. 

파도 소리가 가까워졌다. 바다가 코앞에 있는 거 같은데 눈앞에 펼쳐진 건 칠흑같은 어둠이었다. 물보라가 부서지는 게 어스름하게 보였고, 보이는 빛이라고는 저 멀리에서 힘겹게 반짝이는 등대빛이었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기에 그 모든 것이 바다이고, 하늘이었다. 굳이 고르자면 나는 그 어둠의 전체를 바다라고 말하고 싶다. 중학생-고등학생의 나이였다. 많은 생각을 했지만 어떤 건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자연의 무한함이라는 걸 처음 제대로 겪은 거 같다. 구분되지 않은 어둠과, 보이지 않는 바다와, 오로지 파도소리만이 아우성치던 그 이미지가 내 안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원래도 바다를 좋아했지만 그때부터 밤바다를 그리워하게 된 거 같다. 그때만큼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었다. 바다 근처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잠시뿐이었다. 아무래도 바다와 멀리 사는 게 더 나았다. 바다의 습기나 짭쪼롬한 냄새 때문은 아니다. 대도시의 네온사인과 편리함이 그리운 것도 아니었다. 너무 자주 보게 되는 것들은 더이상 위로가 되지 못하니까. 더는 도피처가 아닌, 지겨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릴 거 같았기에. 적당한 거리가 인생을 더 잘 살기 위한 진리 중 하나이지 않을까.

 

나의 준비물 체크리스트 

제주도 한 달 살이를 갈 때 어떤 준비물이 필요할까?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지금 이거 올리면서 안 챙긴 물건 있다는 걸 깨달음
지금 이거 올리면서 안 챙긴 물건 있다는 걸 깨달음

이거 다 들어가냐는 질문 하고 싶을텐데, 안 들어간다. 그래서 조금 울고 싶은 심경이다. 노트북과 화장품과 갤럭시탭 등등도 아직 안 챙겼는데 과연 가능할까? 내일 아침도 여전히 사투를 벌일 계획이다.

 

나와 잔을 부딪힐 여러분에게

첫 메일을 빌려 구독자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다. 글을 쓰면서 간절해지는 것은 실력도, 시간도 아닌 '읽어주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제주 한 달 살이를 잘 보내게 된다면 그건 구독자분들의 덕이 50%는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쓰게 될지는 모르겠다. 말 그대로 일기이기 때문에 기획을 할 수가 없다. 세이브가 없는 글, 그리고 합평을 받지 못하는 글을 그대로 보낸다는 건 꽤나 두려운 일이다. 나의 부끄러운 흑역사, 성장기를 같이 해줘서 다시금 고맙다는 인사를 보낸다. 그리고 이 메일을 볼 때 몇 가지 유의사항을 알려주고자 한다.

1. 주 6회 연재 / 주 1회 휴식

- 매일 글을 쓰는 걸 목표로 삼았지만, 쉬는 날 없이 매일 쓰는 건 나를 과대평가 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회 휴식 결정! 언제 휴식을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나는 월요일 시작, 일요일 끝 체제로 가기 때문에 웬만하면 일요일에 쉬려고 한다. 하지만 피치못할 사정들로 아무 말 없이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메일이 안 오면 오늘은 휴식인가보다, 라고 생각해주면 될 것이다.

2. 글의 퀄리티

- 일부러 상대의 기대치를 낮추는 걸 좋아한다. 그래야 내가 부담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매일 밤 9시-10시 정도에 딱 한 시간만 쓰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 등 편집까지 더해지면 30분 플러스로. 여행을 다니면서 글 쓰는 거에 스스로 부담을 가지면 안 되기 때문에 프레임을 정해놓았다. 지금은 첫 메일이라고 살짝 힘을 담아서 쓰고 있는데, 분량이 매일 달라질 수 있다. (설마 5줄만 쓰고 보내겠어?) 여러분... 제발 기대하지 말아주세요... 감성적인 에세이를 추구하지만, 여행 시트콤 같이 깨발랄한 글이 나올 수도 있다. 카멜레온마냥 분위기가 바뀌는 것도 하나의 매력 포인트라고 하자. 

3. 만약 답장을 쓰고 싶다면

- '메일리'라는 웹사이트를 이용해 메일링 서비스를 보내고 있는 거라 '답장하기'가 되지 않을 거다. 아래를 보면 '댓글보기'가 있는데 거기서 적어줄 수 있다는 거! 따로 펜팔과 같은 느낌을 내고 싶다면 'geljls@naver.com'메일로 보내주길! (읽어주기만 해도 너무 고맙다는 사실!)


과연 이번 여행은 빠뜨린 거 없이 다 잘 가져왔는지. (방금도 "엄마! 나 치약 좀!"하면서 치약을 챙겼다.) 너무 늦지 않게만 깨달았으면 좋겠다. 공항에서 신분증을 안 가져온 사태만 안 벌어지면 되는 거 아닐까. 

제주 일기 메일링 서비스는 여러분에게 제주도를 전달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위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이제 매일 아침 제주에서 일어날 때마다 여러분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까, 어떤 걸 재미있어하며 읽어줄까, 사소한 이야깃거리를 한아름모아 밤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전달하고자 한다. 이야기를 들려줄 누군가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내일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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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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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하물

    1
    over 2 years 전

    와~~파이팅~~😘😘💝

    ㄴ 답글 (1)
  • Lee Daeri

    0
    over 2 years 전

    뉴스레터 기대되네요 ! ㅋㅋ 재밌는 소식 많이 보내주세요 ~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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