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제주 첫 날, 숙소에 갇혔다

비행기 지각할 때 꿀팁부터, 숙소에서의 시트콤까지!

2022.01.24 | 조회 571 |
5
|

제주 한 잔

매일 자정, 제주 한 달 살이를 같이 하게 됩니다.

떠먹여주는 제주 하루

[오늘의 코스]

  • ✈️김포 공항 -> 제주 공항
  • 🍴 점심 : 뉴욕 버거 핫도그 세트
  • 🏘️성산 숙소 
  • 🍴 저녁 : 오모리 김치찌개
공항 사진은 이걸로 끝이다 
공항 사진은 이걸로 끝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탑승 시간 5분 전에 겨우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첩보 영화 찍듯이 화물용 캐리어, 기내용 캐리어, 그리고 백팩을 들고서 열심히 뛰어다니던 여자를 본 거 같다면 그건 분명 나일 것이다. 비행기 출발 한 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려고 했다. 그에 맞게 공항 버스도 예매해두었다. 그런데 고속도로에서 차가 이렇게 막힐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라며 누구라도 붙잡고 변명하고 싶다.

공항에 도착한 건 30분 전이었다. 수하물 검색대 등 소요되는 시간을 계산하면 꽤나 아슬아슬한 타임. 여기서 오늘 얻은 꿀팁을 전수해보겠다.

! 도와줘요 지각 대장 ! - 공항편

① 수하물을 부쳐야 하는데 줄이 너무 길어요!

- 줄 끝에 안내를 도와주는 직원분이 계실 겁니다. 탑승권을 먼저 확인해주시는 분인데, 그분에게 "당장 비행기가 10분뒤에요..."라고 말하면 그분이 더 식겁하셔서는 프리패스 라인을 열어줍니다. 여러분이 말하지 않아도 먼저 "몇시 몇 분 비행기 타시는 분은 여기로 오세요!"하고 소리칠 수도 있습니다.

② 수하물 검색대는 빠른 손만이 살 길!

- 다들 알겠지만 수하물 검색대는 한 번도 걸리지 않고 지나가는 걸 목표로 두어야 합니다. 노트북을 캐리어에 두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마세요. 그러면 캐리어를 열고 노트북을 꺼낸 다음, 다시 노트북을 캐리어에 넣고 몸으로 눌러가면서 지퍼를 닫아야 하는 불상사가 벌어집니다. 참고로 저는 캐리어에 넣은 필통에 커터칼이 있다고 해서 다시 열었습니다. 물론 그 칼은 버려졌고요...

③ 발은 빠르되, 마음은 여유롭게

- 빨리 뛰어야 하겠지만 마음은 여유롭게 가지는 게 가장 좋습니다. 어차피 여러분보다 더 늦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더라...) 민폐를 끼치지 않는 걸 최우선으로 둔다면 사실 1분 전에 들어와도 괜찮습니다. 혹시 제 구독자 중에 승무원은 없겠죠? 마음이 급하면 잘 될 것들도 안 되고, 여행도 망치게 됩니다. 차분하게 행동하지만 발은 절대로 쉬지 마세요. 여러분이 지각을 자주 한다면 미리 달리기 연습을 하세요.

한 시간 뒤의 급행버스를 기다리며...
한 시간 뒤의 급행버스를 기다리며...

겨우 제주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는 통로쪽에 있어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부족한 체력을 위해서 잠을 보충했다. 어느새 일어나보니 제주라고 했다. 공항에 야자수를 보아도, 'HELLO JEJU' 간판을 보아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여기가 정말 제주라고? 내가 이 불모지 같은(?) 제주에 혼자 서 있는 게 맞다고? 얼떨떨한 기분으로 짐옮김이 서비스를 맡겼다. 캐리어를 보낸 것만으로도 두 손이 가벼워지니 자유로웠다. 화물 캐리어 한 개, 기내용 캐리어 한 개 총 두 개가 2만 오천원의 가격으로 그리 값싸진 않았다. 만 원을 더하면 차라리 택시를 탈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한 시간 동안 택시 기사님과 어색한 시간을 보내는 게 더 힘들기 때문에 버스 여행을 택했다.

❗ 꿀팁 

  • 짐옮김이 서비스 중에서 공항 픽업이 2시까지인 곳이 많다. 나는 3시 픽업이었는데 '가방을 부탁해' 서비스가 괜찮았다. 전날에 예약하려고 하면 역시나 다 꽉 찼을 수도 있다. 나는 당일에 증차해주셔가지고 겨우 꼽사리를 끼어 간 셈이다. 짐옮김이 픽업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다면 2시 이전 도착 비행기를 타는 걸 추천!
  • 버스를 탈 때, 급행 버스도 꽤 기다릴 때가 많다. 성산과 표선 가는 쪽이 그렇더라. (101번은 눈 감았다가 뜨면 옴) 한 시간 정도 기다렸는데, 공항에 올리브영이 있으니 이참에 쇼핑하는 것도 좋다.

 

오늘의 먹부림

제주 공항 <뉴욕 버거>의 '뉴욕 핫도그'
제주 공항 <뉴욕 버거>의 '뉴욕 핫도그'
저녁으로는 오모리 김치찌개
저녁으로는 오모리 김치찌개

첫 날에 굳이 뭘 챙겨먹기도 그렇고, 짐 푸는 것만으로도 체력 떨어져서 나갈 수가 없었다. 오는 길에 들려서 산 '오모리 김치찌개'로 저녁 한 끼 때운다. 숙소 텔레비전에서 넷플릭스를 볼 수 있어서 한창 뜨고 있는 <그 해 우리는> 1화를 보았다. 이거 다 쓰면 나머지 영상 보면서 잘 생각이다.

 

간단 숙소 자랑

갬성 숙소 느낌 좀 나지 않나요?
갬성 숙소 느낌 좀 나지 않나요?
귀욤 화분이랑 감성의 끝판왕 전신거울
귀욤 화분이랑 감성의 끝판왕 전신거울

아직 살고 있는 중이기에 숙소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아마 마지막 후기 쯤에 숙소에 대한 총평을 하지 않을까 싶다. 숙소 선택 기준은 다음과 같다.

① 오션뷰 (바다가 바로 앞에 있어야 함. 저 멀리 희끄무레 보이는 거 아웃)

② 약간의 감성 (엄청 비쌀 정도로 감성은 패스. 적어도 꽃무늬 침대만 아니면 됨)

③ 100만원 이하 (얼추 가성비 따져가면서 봄)

④ 버스정류장 5분 거리 (근데 버스가 하나밖에 안 다님)

교통편에서 살짝 아쉬운 면이 있다. 편의점은 다행히 앞에 있지만, 마트 등등의 편의시설은 전부 버스 타고 10분 정도 나가야 되는 곳에 있다. 그래도 적당한 가격에, 내가 원하는 조건들을 전부 갖추고 있어서 만족스러운 곳.

무엇보다도 여기는 테라스. 테라스가 집이고, 집이 테라스이다. 따뜻하기만 하다면 테라스에서 살고 싶을 정도로 오션뷰 경치가 좋다.

 

그런데 그 테라스에서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야 마는데...

 

테라스에서 뒤를 돌아보지 마세요

때는 바야흐로 7시경. 저번 메일에서도 밝혔듯이 밤바다를 좋아하는 나는, 이를 제대로 만끽하기 위해 숏패딩을 걸쳐 입고 테라스로 나갔다. 새까만 밤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망상에 잠기기 시작했다. "아.. 내가 드디어 제주에 왔구나. 한 달 동안 여기에 산다니 너무 행복하다." 그런데 내 감상을 방해하는 게 있었으니, 바로 등뒤에서 환히 빛나는 형광등이었다.

나는 그때 뒤를 돌아보면 안됐다.

형광등을 조금이라도 막으려고 창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애초에 창문이 투명한데 닫아봤자 빛이 얼마나 막아진다고. 빛이 새어나오는 건 별 다를 게 없어 제대로 불을 끄려고 숙소로 들어가려고 했다. 창문을 열어보았다. 아니, 열리지 않았다. 아 ㅋㅋ 이거 방범창이네. 밖에서 도둑이 들어오지 말라고 안쪽에서만 열 수 있도록 한 특이 창문이 있다. 나는 바로 반대쪽으로 손을 뻗었다. 바보 같이. 한쪽만 방범창일리가 없는데. 몇 번의 문을 열려는 시도와, 나의 미끄러지는 손길이 반복된 다음에야 깨달았다.

이 짤로 설명을 대체합니다
이 짤로 설명을 대체합니다

침착하게 호스트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가... 테라스에 나갔다가... 실수로 창문을 닫아서 갇혀서요...""아, 10분 뒤에 도착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괜찮으세요?""...네... (정적) 그런데 제가 안에서 못 열죠?"

- 희망은 없다

10분이 아니라 18분 정도 걸렸다. 처음에는 허탈하게 웃으며 테라스 의자에 앉아 밤바다를 즐겼다. 다행히 양옆이 벽이라 바람을 얼추 걸러주었다. 이정도면 선선하네 싶어서 망상을 더 즐기려고 했다. 하지만 방에서 형광등이 스포트라이트마냥 나를 너무 비추고 있었고, 이 야심한 시각에도 숙소 앞을 지나가는 사람은 꽤 있었다. 내가 숙소 들어오면서 보았는데 여긴 2층 테라스가 너무도 잘 보이는 구조였다. 그들은 날 뭐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테라스에서 운치를 즐기는 사람?

5분 정도는 즐거웠으나, 10분이 지나가자 이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 겨울밤의 바닷바람은 꽤 날이 서있었다. 이와중에 숏패딩을 챙겨 입은 내가 대견했다. 현명한 거 같다. 갇히지만 않았으면 더 현명했을텐데. 냉동고에 갇힌 사람이 바로 이런 심정이었을까?

그렇게 기다리다가 호스트분이 멀리서 차를 타고 오셔서 나를 구해주셨다. 민망한 마음에 "감사해요"와 "죄송해요"를 번갈아 말하고, 바닷가 운치가 좋네요~ 라고 뭐라도 덧붙이려고 했으나 호스트분은 이미 고개를 꾸벅 숙이고서 현관문 밖으로 나간 상태였다. 나를 민망하지 않게 하려고 빨리 가주신 호스트분의 배려에 다시 한 번 감사를.


😂 슬픈 소식 전해요!

바다 ASMR, 즉 바다의 음성을 녹음해서 같이 보내드리고 싶었는데 이 메일링 서비스는 음성파일이나 영상 파일 첨부를 지원하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기획했던 바다 ASMR은 첨부하지 못할 거 같아요. 대신! 바다 사진 예쁘게 내일부터 찍어서 올려드릴게요!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제주 한 잔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5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리미

    0
    over 2 years 전

    ㅋㅋㅋㅋㅋ 긴박감 넘치고 재밌어용! 숙소도 깔끔하니 좋네요. 오션뷰 사진도 꼭 한번 보여주세요~ 가까운 동네일진 모르겠지만 미엘드세화 라는 카페가 정감가고 좋았어요. 인디디자이너들의 엽서나 떡메모지 같은 것들을 전시해놓고 판매하기도 하더라고요. 기회되면 들려보세요. 이동하느라 고생하셨어요~ 다음 글에서 봬요 😊

    ㄴ 답글 (1)
  • 소라니

    0
    over 2 years 전

    첫날부터 시트콤이었네요ㅋㅋㅋㅋ 첫 여행은 기가 빨리는 법.. 저녁으로 드신 오모리 김치찌개가 작가님의 마음을 대변해준다고 느꼈습니다😂 수하물 확인할 때 커터칼 때문에 발목 잡힌 상황, 만약 저였다면 그때부터 멍하게 허공만 바라보며 세차게 흔들리는 멘탈 챙기는 데 급급했을 것 같아요 (극강의 I형 인간이라...) 저도 지금 제주도 여행 일정을 짜는 중인데 "수풍석 박물관"이라는 곳을 굉장히 기대하고 있는 중입니다! 한 달이라는 여유가 있으니 시간이 되신다면 기록해주세요! 어떤 감상일지 기대됩니다 (진상 댓글 무시해도 괜찮음) 인스타 갬성의 거울이 있고, 겨울 바다가 탁 트이게 보이는 공간에서 시작되는 내일이 설레일 것 같은 글이었습니다! 내일 연재도 손꼽아 기다릴게요♥️

    ㄴ 답글 (2)

© 2024 제주 한 잔

매일 자정, 제주 한 달 살이를 같이 하게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070-8027-2840